<김영근의 정보통신 문화산책>(40)공존과 통합 그리고 조율(하)

 우리민족은 옛날부터 하늘을 여러 신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신, 곧 최고신이라고 믿어왔다. 때문에 각 시대, 각 나라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祭天)행사가 시행되었고, 그 흔적들이 기록으로 곳곳에 남아있다.

 부여에서는 정월에 영고(迎鼓)라는 이름으로, 고구려에서는 동맹(東盟), 예맥에서는 무천(舞天)이라는 이름으로 시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마한과 신라, 고려에서도 하늘에 예를 갖추었다. 이 제사는 각 나라마다 국가적으로 받드는 엄숙하고 성대한 종교적인 의례로 진행되어 며칠씩 먹고 마시며 즐기는 명절이기도 했다.

 단군 역사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환인(桓因)이 하늘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어 표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만일 모든 상고사의 중심이 되는 환인이란 말이 하늘을 뜻한다면, 우리 민족의 하늘에 대한 경외의 정도를 더욱 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시월 상달 삼일을 개천절(開天節)이라 하고 국경일로 정하여 경축하고 있다. 개천절은 환웅이 백두산 신단수 아래 신시(神市)를 개천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하늘이 열린날을 국경일로 정한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하늘은 5000년 동안 우리민족과 함께한 신앙이었으며, 생활이었다.

 강화문화원에서 발행한 강화사(江華史)를 보면 강화도 마리산 부근이 신시(神市), 천경(天京)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강화도 부근이 신들이 사는 도시, 하늘의 서울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5000년 전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塹城壇)과 삼랑성이 자리하고 있다.

 참성단은 강화도 마리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제단이다. 단군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오던 곳이며, 각 지역에서 천제를 올리고자 할 때 첫째 제단이 되었던 곳이다. 참성단은 1953년 이래 전국체전에 사용하는 성화를 채화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삼랑성은 단군의 아들이 쌓았다는 성으로, 성안에는 전등사가 자리하고 있다. 삼랑성의 외곽 모양은 위성 지구국의 안테나를 닮았다.

 신의 도시, 하늘의 서울이라는 이야기는 하늘과 통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 된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정보통신장비가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텔레파시, 즉 기(氣)를 통해 통신을 수행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명소의 기(氣)를 측정했는데, 강화도 마리산의 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기는 울림이며, 에너지다. 세상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우리민족에게 유달리 예민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마리산의 기가 강하다는 것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고, 신시와 천경이라 불리던 곳이라는 것과 연계되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준다. 현대 정보통신의 활용매체인 전기(電氣)도 일종의 기다. 기의 흐름을 서로 약정된 신호로 바꾸어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일 뿐이다.

 그 마니산 정상에 참성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드린 단군 할아버지가 세상을 다스린 사상은 홍익인간이다. 홍익인간 사상과 정보통신 매체와의 동일성은 앞서 밝힌 바 있지만, 여기서는 ‘도올 눌함’에서 거론된 홍익인간 사상을 통해 정보통신 매체와의 연계성을 찾았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신단수 아사달의 땅에 강림하였을 때, 환인이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과 함께 준 것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이었다. 홍익인간에서 말하는 인간(人間)이란 ‘사람’을 뜻하는 명사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間)가 얽혀서 형성되는 인간세상, 즉 휴먼 소사이어티(Human Society)를 의미하는 말이다. 인간은 인(人)이 아닌 인간세(人間世)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人)이기 전에 사이(間)의 존재다.

 홍익이란 곧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홍(弘)은 고정된 실체적 의미가 아니라 쉼 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부단히 자신을 간(間)속에서 확대하여 간다는 의미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에게로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이(間)의 사회적 존재들에 끊임없이 통신하며 그 이로움을 전파하고 넓혀간다는 뜻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홍익인간 사상이라면 그것은 정보통신 매체, 특히 인터넷이 갖는 특성과 일치시킬 수 있다. 더욱이 단순하게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고 연결하여 주는 사상이 아니다. 넓게 이롭게 하면서 인간과 인간을 통합하는 사상이다. 때문에 인류공존을 위한 소통매체의 강화를 위한 수단과 도구로 대두된 인터넷과 그 사업을 통합할 수 있는 기본적 사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인터넷 세상을 조율할 수 있는 철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홍익인간 사상은 ‘세계 모든 인간의 최대 행복을 뜻하는 이상이며, 물질과 정신을 포괄한 초월적인 이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법률이며, 가장 강력한 법이다.’ 25시의 저자 게오르규가 우리의 홍익인간 사상에 매료되어 한 말이다. 게오르규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이 낳은 홍익인간 이념이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게오르규의 말은 홍익인간 사상에 대한 부활을 예고한다. 문명과 문명의 충돌을 완화하고, 인류 공존을 위한 소통수단의 강화매체로 대두된 인터넷 시대의 사상적 바탕이 되는 홍익인간 사상의 시대적 부활을 객관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웅혼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보편주의(universalism)를 표방하는 하느님의 영감(Divine Inspiration)인 홍익인간 사상이 5000년 동안 하늘을 위하며 살아온 우리민족의 힘이 되어 21세기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공존과 통합 그리고 조율을 담당할 우리민족의 역할에 대한 확인이다.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소통매체가 필요하다.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특징은 통합이다.

 그리고 통합된 인터넷에 대한 전반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사상적 바탕없이 이루어진 통합은 다시 분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과 궤를 같이하는 인터넷을 통해 인류의 공존과 통합을 이루고, 그 통합된 매체를 조율할 수 있는 환경과 힘이 우리에게 마련되었다. 앞서 여러차례 이야기했듯이 인터넷을 통한 사업과 환경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델은 없다. 우리가 하는 것이 모델일 뿐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이미 세상을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5000년 동안 하늘에 제사를 올린 우리민족의 그 정성에 감복한 하늘이 융성한 기운을 우리민족에 내려주고 있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겹쳐지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새해, 무엇이 두려운가. 어떤 사업보다 위험성이 작은 것이 인터넷사업 아닌가.

 치고 나가자. 치고 나가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환호를 보내자. 그것이 우리민족, 우리의 힘을 부활시키는 길이고, 하늘의 기운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공존과 통합 그리고 조율.

 우리가 주도해 보자.

 

 

 작가/KT문화재단(KT 과학관장)

 

 

 

 <고은미부장 emk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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