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원칙`과 신바람 사회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임오년(壬午年) 말띠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2002 월드컵,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킬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초일류 상품개발과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야 하는 등 준마처럼 달려야 한다.

 덕담으로 시작되는 새해 벽두지만 우리경제가 재도약의 조짐을 보인다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변화의 폭과 속도가 크고 빠르기 때문에 몇 개월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경제회복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회복의 청신호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도 경기회복을 낙관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4% 이상의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수립한 경제운용 계획이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인 미국경제가 정보기술(IY) 산업 불황으로 조기 회복은 힘들지만 2분기부터 회복세를 타면서 덩달아 우리의 수출이 활기를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는 것은 지난해 큰 폭으로 줄어 들었던 전자관련 수출이 올해는 호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개최한 ‘2002 전자산업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세계경기의 완만한 회복, 국내 업체의 중국진출 확대, 신기술 디지털제품 출시, 정보통신제품 호조, 반도체의 점진적 회복에 힘입어 올해 전자관련 수출은 지난해보다 12.8% 증가한 592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특수와 디지털방송 활성화로 디지털 관련제품 수요가 늘어나 내수시장이 17조3420억원으로 형성되는 등 8%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가운 소식중 하나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새해에는 우리경제가 재도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상의가 발표한 주요 업종의 2001년 실적과 2002년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내수는 특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전자업종이 8.1% 늘어나는 것을 비롯해 일반기계 7.7%, 자동차 4.1%, 석유화학 3.0%, 철강 2.0% 등 대부분 업종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은행 발표도 예외는 아니다. 1218개 국내 주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은행이 실시했던 2002년 1분기 경기전망 조사결과에 나타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이다. 금리인하와 경기부양 조치에 힘입어 우리경제는 내년 상반기에 V자 형태의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각계 각층에서 발표하는 새해 전망을 보면 우리경제의 재도약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여전히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과연 초심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관철시켜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경기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

 변수는 또 있다. 10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경제가 울려대는 황색 경보등이다. 130을 돌파한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엔저가 침체국면에서 겨우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거머잡는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엔화가치가 10% 떨어지면 우리의 수출은 27억달러, 수입은 8억달러 줄어 연간 무역수지 흑자 감소폭이 19억달러에 이른다는 산업연구원(KIEP)의 분석결과를 보면 더욱 그렇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임기 말엽인 현정권의 경제정책 혼선이다. 주지하다시피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게 되면 이해조정과 고통분담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자칫하면 재도약해야 하는 우리경제가 표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반기부터 IT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연말쯤 반도체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걸어본다. 올해는 제발 원칙과 정도를 지켜 신바람 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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