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신문·방송과 같은 정보채널(미디어)의 하나로 대접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가정용 로봇의 효용가치가 가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주인과의 의사소통, 콘텐츠 제공에 있다는 ‘로봇미디어’ 이론이 확산되면서 로봇업계의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국내에 출시될 개인용(퍼스널)로봇 4∼5종을 살펴보면 주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교육용 콘텐츠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핵심적인 제품 콘셉트로 떠오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유진로보틱스(대표 신경철)가 내년 3월 선보일 교육용 로봇은 어린이가 육성으로 질문할 때 원격지의 교육센터를 통해 답을 대신 알려주는 혁신적인 교육기능을 지원한다.
이 교육용 로봇은 주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움직일 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엉뚱한 질문에도 폭넓은 상식(교육센터의 DB)으로 대응할 수 있어 가정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케이블TV처럼 로봇을 설치한 가정에 대해 매달 교육 콘텐츠 비용을 받는 수익모델도 계획하고 있다.
한울로보틱스(대표 김병수)는 유아의 표정에 따라 최적의 콘텐츠를 골라서 전달하는 퍼스널로봇을 내년 5월 출시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아기가 “재미없어”라고 말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면 즉시 다른 이야기로 아기를 달래는데, 현재 한올로보틱스는 모 대학 유아교육학과와 교육용 콘텐츠 개발을 논의중이다.
미국계 로봇업체 토이텍(대표 도널드 딕슨)은 다음달 5세 어린이 수준의 영어회화가 가능한 애완용 로봇 ‘크리처봇’을 국내 영어교육시장에 시판한다.
크리처봇은 감성적인 의사표현능력과 시각인식, 판단능력 면에서 일반인의 통념을 뛰어넘어 생물체의 단계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데, 가정에서 주인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맞춤형 정보채널의 구실도 한다고 회사측은 장담하고 있다.
이밖에 로보다임(대표 김덕우)은 인공지능형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주인이 말을 가르치며 지능을 키우는 대화형 애완로봇의 설계에 들어갔고 보스테크(대표 김민재)도 웹상의 콘텐츠를 몸으로 전달하는 캐릭터로봇 ‘아로’를 시중에 선보인 상태다.
이러한 움직임은 첨단로봇이란 TV나 라디오, 인터넷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성격을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로봇미디어는 정보전달과 함께 행동까지 취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정보채널에 머물던 기존 미디어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지닌다. 로봇미디어는 주인이 집을 나설 때 “비가 온다”고 알리고 직접 우산까지 함께 챙겨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보다 설거지나 청소를 잘하는 가사용 로봇 개발이 당분간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상 내년의 로봇 개발은 정보매체적 기능 구현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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