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사가 적극적으로 국내 합작법인을 추진함에 따라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나갈 분자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EC사는 미국 분자기반 전자기술연구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는 텍사스의 라이스대학, 예일대학,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등의 학자들이 모여 99년 설립한 회사로 분자반도체에 대한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는 주요 성과들을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 봄 회사가치가 4500만달러에 이를 만큼 성장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손꼽히고 있다.
MEC가 우리나라에 합작법인을 제의한 것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MEC사가 한국을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한국이 자사의 연구성과물을 상업적으로 응용발전시킬 수 있는 곳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정보통신업계에 새로운 획을 그을 정도로 역동적인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분자반도체 기술을 꽃피울 수 있는 국가로는 한국이 최적이라고 MEC는 보고 있다. 또 최근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사업경험과 반도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필요로 하는 국가적 욕구가 가장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의 실리콘반도체가 향후 10년 이내에 기술적인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분자반도체와 같은 나노기술(Nano Technology)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리콘반도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나노기술은 물질을 10억분의 1m 크기인 원자·분자 수준에서 현상을 규명하고 구조 및 구성요소를 조작제어하는 기술로서 미래 세계를 향한 꿈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분자 스위치로 대체하는 것이 분자반도체다. 진공관이 반도체로 대체됨으로써 산업의 발전과 정보사회의 밑바탕이 형성되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분자기반의 전자기술이 새로운 차원에서 사회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분자반도체 연구자들은 물 한방울에 포함된 분자가 현재 전세계 메모리와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이 맞다면 현재 반도체의 크기를 거의 무한대로 줄일 수 있다. 또 분자가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전력으로도 구동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각종 정보단말기들이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합작투자를 통해 현재 MEC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실용화 프로젝트에 한국의 기술자들이 참여하고 최초의 실용화 가능한 샘플을 공동으로 개발, 특허를 소유할 수 있다면 향후 한국 나노산업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비록 현재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뒤떨어져 있지만 MEC사의 외국기술을 도입해 개선한다면 경쟁국에 한발 앞서 나노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분자반도체 개발 및 양산이 가능해진다면 한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분자일렉트로닉스 밸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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