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포럼>차세대 디스플레이 유망주자, 유기EL

 전자신문사와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이 공동 주관한 디스플레이포럼의 네번째 토론회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망주자, 유기EL’이라는 주제로 지난 30일 서울 양재동 양재교육문화회관 가야금홀에서 공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EL에 대한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세계 각국이 집중 육성하면서 다른 디스플레이 분야와 달리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기EL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면 재료에서부터 패널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산학연이 역할 분담을 통한 공동 연구를 서둘러야 하며 정부도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김영관 홍익대 교수)=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이후의 우리 경제를 이끌 중요한 산업이다. 일본을 따라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뒤쫓아오는 대만이나 중국을 따돌리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형국이다. 예전엔 산이 높으면 돌아갈 여지가 있었지만 막강한 추격자가 있는 지금은 산을 넘어가야 할 때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것은 G7거점연구단 활동 등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관련 인력을 적기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기EL 관련 인력의 양성방안은.

 ◇이창희 인하대 교수=LCD와 PDP는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아왔지만 유기EL은 지금까지 자생적인 연구로 진행됐다. 유기EL은 기본 재료와 원천 소자 구조가 특히 중요하다.

 또 물리·화학·전자·재료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 때문에 학문을 넘나드는 교류가 필요하다. 그런데 학과간의 커리큘럼 벽이 높아 유기적인 협력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커리큘럼의 개발이 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고 G7거점연구단 사업과 같은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사회=한국이 유기EL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기술개발 방향은.

 ◇권장혁 삼성SDI 박사=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양산을 앞둔 시점에서 로열티라는 큰 변수가 있다. 원천특허를 가진 코닥·UDC 등은 로열티를 10% 가까이 요구한다.

 개선한 재료 개발이나 새로운 능동형(AM) 구동방식 기술 등을 통해 원천특허에 대응하는 새로운 특허를 많이 내야 한다. 기업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며 정부가 기술개발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예전엔 우리나라가 앞선 양산기술로 재미를 많이 봤는데 이젠 대만이나 중국 같이 인건비가 싼 국가와의 양산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들을 따돌리려면 제때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투자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국내 유기EL 부품의 국산화율은.

 ◇양충환 LG전자기술원 박사=양산할 때 쓰는 재료를 거의 다 수입한다. 자체적으로 재료와 부품을 만들려 해도 로열티에 걸리기 쉽다. ITO를 비롯한 여타 재료·부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차세대 제품에 사용될 인광 재료나 고분자 재료 분야에서는 아직 특허를 피해갈 수 여지가 있다. 구동IC는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재료·부품 분야의 뛰어난 벤처기업들이 나와 대기업과 공조했으면 좋겠다.

 ◇사회=장비 부문의 국산화 방안은.

 ◇배경빈 ANS 사장=LCD공정에서도 적용 가능한 전극형성장비나 포토장비를 제외하면 핵심 유기EL 제작장비는 증착장비와 봉지장비뿐이다. 양산용 장비는 거의 일본에서 수입한다. 공정용 장비의 종류는 많지 않아 초기 시장을 외산에 빼앗기면 유기EL 장비 국산화는 요원하다.

 유기EL 분야에선 확정된 공정이 아직 없어 일본 장비 역시 문제가 많다. 우리 업체들도 일본 장비업체와 문제점을 보완하며 공동 개발하는 실정이다. 국내 패널업체의 양산기술이 일본 장비업체로 전달되면 일본 업체만 계속 발전하고 국내 업체는 퇴보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패널업체는 국내 장비업체와 생산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또 패널업체의 중장기적인 개발 일정이나 개발 과정, 상황이 허락한다면 기존 일본 장비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면 한다.

 국산 증착·봉지 장비도 연구개발(R&D) 수준에선 일산에 못지 않다. 패널업체가 장비를 검토할 때도 국산은 무조건 안된다는 태도보다 일단 동등한 평가 기회를 줘야 한다.

 중소업체와 공동 개발하면서 생길 위험요소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해 주는 방식이면 좋겠다.

 ◇사회=유기EL 분야에서 정부의 체계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 추진 상황은.

 ◇최광연 과학기술부 기계전자기술과장=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해 왔으며 그 결과 LCD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유기EL과 같은 제품은 특히 경쟁이 치열해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10년간 2000억원을 투입하는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25개의 후보과제 중 내년에 7∼8개 과제를 추가할 계획이다. 후보과제 중 차세대 정보디스플레이 사업이 들어있으며 채택 가능성이 높다.

 혹시 탈락하더라도 각종 국책사업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드시 지원할 것이다. 오늘 포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을 보니 유기EL 분야의 산학연 열기가 대단한 것 같다. 정책 입안자로서 어깨가 무겁다.

 ◇사회=유기EL 연구에 있어 산학연 협력 방안은.

 ◇정태형 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지난주에 열린 유기반도체 워크숍에서 나온 얘기는 유기EL 붐에 비해 연구 자체는 지나치게 개인플레이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산학연 협력연구에 있어 산업체는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은 기업에서 풀지 못하는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기술개발을, 나라돈을 사용하는 연구소는 기업체나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대규모 모험성 사업을 통해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

 산업체는 당장 이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차세대 연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업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이 여러가지 미해결 기술 중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한가지 분야에 집중한다면 관련 산업이 커졌을 때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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