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http://www.shinsegae.com)가 국내 유통산업 e비즈니스 확산의 성패를 결정짓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B2B사업에 소극적 참여로 일관해온 신세계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소매산업 공동 e마켓 참여시한을 앞두고, 여전히 참여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자사 할인점 이마트가 독보적인 시장경쟁력을 지닌 만큼 독자 행보가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고, 산업자원부나 타유통업체들은 이마트가 불참할 경우 공동 e마켓은 사실상 효용성을 상실한다며 막판까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WWRE·GNX 등 해외 유통 e마켓의 국내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국내업계의 공동 e마켓 구축사업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롯데마그넷·현대백화점·LG유통·한화유통·삼성테스코 등 5개사와 유통 e마켓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에 공동 참여했던 신세계이마트는 지난 27일 e마켓 합작법인 설립에는 불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공동 e마켓이 자사에는 전혀 도움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미 그룹차원에서 웹 전자문서교환(EDI)이나 기업소모성자재(MRO) e마켓 등 유통산업 e마켓의 기반은 갖춰 놓고 있다”면서 “특히 할인점 부문의 시장점유율이나 사업역량이 타사와 현격히 차이나는 상황에서 공동 e마켓은 결국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실제로 현재 대형 유통업체별로 가격정책을 비롯한 운영노하우가 서로 다른 가운데 공동 e마켓을 통해 상품조달을 추진할 경우, 이마트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대신 신세계이마트는 내년부터 독자적인 e마켓 구축사업과 글로벌 e마켓 연계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 주변에서는 이같은 입장을 견지해왔던 신세계를 굳이 e마켓에 참여시키려는 산자부의 욕심을 비판하면서도 이마트도 ‘협업마인드’에서는 시장 1위라는 지위가 부끄러울 만큼 소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꼬집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업종 공동 B2B기반 구축사업인 공급망관리(SCM) 시범사업에서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결국 손을 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5월 SCM 시범사업 가운데 창고자동화사업인 ‘크로스도킹’을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결국 유야무야 무산시켜 버렸다. 더욱이 이같은 사례들은 이마트 황경규 대표이사가 민관공동SCM추진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일들이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신세계이마트의 협력 납품업체인 한 다국적 제조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극명한 ‘갑과을’ 관계를 지니고 있지만 이마트는 특히 우월적 지위를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마트가 비록 독자 e마켓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제조업체들은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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