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아들로 태어어나서인지, 추곡수매철이 되면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구는 수매가 결정에 대한 기사를 간과해 버릴 수 없게 됐다.
올해 정부가 추곡수매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요지는 이렇다. 정부는 국내 쌀값을 낮춰 수입이 더 개방되더라도 문제가 적도록 정책 방향을 잡았는데 농민 표를 의식한 의원들의 바람잡기로 거꾸로 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농림부장관의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는 올 추곡 수매가를 동결하거나 2% 정도 올리는데 그쳐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발하자 국회 동의과정에서 4% 인상으로 결정됐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추곡 수매가를 세차례 동결했는데 정부는 그때마다 의원들의 공세를 막아야 했다. 이제 상황이 심각해졌다. 쌀시장 개방 재협상이 3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국내 쌀값은 국제시세의 6∼7배나 된다. 쌀시장이 개방되면 400%의 높은 관세를 매겨도 외국 쌀이 싸기 때문에 마구 밀려 들어올 것이란 걱정이다. 오죽하면 양곡유통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내년 추곡 수매가를 낮춰야 한다고 건의했을까.
쌀 수입 개방하의 농촌 문제, 특히 쌀시장의 문제는 애덤스미드의 ‘보이지 않는 손’이나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붕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농사도 하나의 경제활동이며 그로 인해 농민들은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는 재화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쌀값은 물가인상률의 3분의 1 이상이 인상된 적이 없다. 늘 국민의 절대 안정적 식량 대책에 따라 그 밑바닥을 이어 왔으며 그로 인해 대다수의 농민들은 조금씩의 빚을 가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농업으로 한국경제에서 살아남는 길은 없다.
시대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업은 낙후된 산업이며 한국 경제에 있어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이 겪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크며 그 경제적 희생양으로서 역할을 지금껏 묵묵히 해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확실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농업의 기술인프라 구축과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은 국제 경쟁의 비교우위에서 어느 정도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나는 농업에 ‘계획경제의 도입’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론적 가치는 아마도 농민들의 무계획적 농업 생산과 정부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그 근거가 있다고 하겠다.
농업의 생존은 차선책이 아니라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김창수 chso@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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