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구축 갈등 내막

 행자부와 정통부가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임에 따라 이의 조정결과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갈등의 요체는 △통합센터로 갈 것인지 혹은 분산센터로 갈 것인지 △운영주체 △장소 등이다. 이들 양측은 이 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통합센터인가 분산센터인가=정부는 일단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대상업무로 국세통합정보시스템·수출입통관정보시스템·주민등록정보시스템·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 등을 선정했다. 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은 일단 시도별 백업센터 구축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문제는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이다. 통합센터를 주장하는 정통부에서는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을 포함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행자부는 기존대로 분산센터로 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통부는 그 이유로 통합백업센터를 구축해야만 경제성을 살릴 수 있고, 통합백업센터를 전제로 예산을 배정받았으므로 예산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자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한곳에 백업센터를 모아놓으면 오히려 재해·재난시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전산센터가 분당에 위치해 있는데 바로 옆(5㎞)에 백업센터를 구축한다는 것은 백업센터의 의미를 살리지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 통합센터를 구축할 경우 BPR·ISP 등을 통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역시 수천억원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337억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설명이다.

 ◇운영주체는 누가 되나=통합센터로 갈 경우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대목이다. 운영주체의 여부에 따라 정보화 조직의 대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부처 모두 직제에 관한 시행령을 근거로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정통부는 ‘정보기반보호에 관한 대책수립 및 시행’에 관한 시행령을 앞세우고 있고 행자부는 ‘행정정보시스템 보호대책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시행령을 근거로 운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행자부는 특히 행정정보화의 주무기관이 행자부(GCC)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도·업무·절차·인사·조직·관리 등 모든 부문이 행자부 소관인데 백업센터 운영만 전산원에 맡긴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통부가 주장하는 한국전산원은 국가기관이라기보다는 민간기관에 가까운데 민간기관에 보안·네트워크·DB·망운용 등을 맡긴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정부 정보화의 큰 틀을 그리고 있는 한국전산원이 당연히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행자부 내의 정부전산소(GCC)는 백업센터 운영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어디에 설치하나=통합센터를 전제로 정통부는 우선 경기도 분당을 최적의 후보지로 꼽고 있다. 현재의 한국전산원 건물이나 한국통신IDC센터를 이용하면 별도의 부지마련 비용도 들지 않는데다 전산원과의 연계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그러나 분당지역은 기존의 전산센터가 5∼6㎞내에 위치해 있어 원격지 백업센터로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통합으로 간다면 분당 이외 제3의 후보지를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고 정보화인프라도 구축돼 있는 정부대전청사가 적격지라는 주장이다.

 ◇왜 대립각을 세우나=두 부처의 주장과는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안이 전자정부구현 10대과제 중 하나인 범정부 통합전산센터 구축의 주도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기관의 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를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백업센터가 결국 통합전산센터화되고 각 부처의 전산센터나 전산실은 백업센터로 전락하게 돼 이를 운영하는 부처가 통합전산센터의 주도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합전산센터로 발전할 경우 전자정부 주무부처로서의 위상확보와 함께 향후 정부조직 개편문제가 나올 경우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결책은 없나=현재로선 두 부처간 입장차이가 워낙 큰데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뾰쪽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전자정부특위에서 통합센터를 기정사실화하고 부처간 조정을 독려하고는 있지만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4개 업무에 대한 백업센터를 구축한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추가센터를 구축할 경우 전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협의결과에 따라 업무의 영역이나 제도·절차·인사·조직까지 모두 뒤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현재 행자부와 정통부가 모두 통합전산센터 구축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신중히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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