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위상 `흔들린다`-위원장 퇴진시위·방송법 개정요구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가 지역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TV 방송국 등 방송계의 방송위원장 퇴진 시위 및 방송법 개정 요구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방송계는 방송위가 지난 19일 위성을 통해 MBC·SBS 등 지상파 방송의 수도권 재송신을 허용한 채널 정책에 반발, 대규모 집회와 파업투쟁에 나서고 있다. 또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위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방송위를 대상으로 한 각종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방송계 반발 현황=방송위원회에 가장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지역 지상파 방송사·케이블TV·중계유선방송·경인방송 등이다. 이들은 방송위가 이번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각종 규탄대회는 물론 방송법 개정 건의·방송위를 상대로 한 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한국유선방송협회·지역방송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지방자치와 지역방송 발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한나라당 중앙당사와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송법 개정 촉구 및 방송위원회 규탄결의대회를 갖고 △위성방송 특혜 정책 전면 백지화 △방송위원장 및 방송위원 전원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역방송협의회 소속 19개 지방 MBC 및 7개 비수도권 지역민방의 파업 찬반 투표 결과 93%가 26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고 서울MBC·SBS에 대해 일체의 취재·업무 협조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또 방송계의 반발은 방송위를 대상으로 한 각종 소송 및 방송법 개정 건의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방송계 왜 반발하나=방송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여부에 지역 방송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만큼 결사적일 수밖에 없다. 케이블TV 역시 강력한 라이벌인 위성방송에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해 줌으로써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케이블과 위성의 현안 중 하나인 위성공청안테나TV(SMATV)에 대해 안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직무유기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또 방송위가 그동안 행정기관으로서 결정한 정책들에 대한 불만이 하나씩 쌓여온 것도 이번 사태의 직·간접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일단 방송위는 들끓는 여론에 대해 ‘채널정책이 이미 결정된 만큼 번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재전송 정책과 관련한 안팎의 반발은 당분간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만 2년 동안 재전송을 허용한다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 전국 허용이나 마찬가지라며 방송위의 ‘눈가림식’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방송위가 일일이 지방 시청자들을 감시하기 어려울 뿐더러 세트톱 박스 제조사들도 서울 및 지방을 구분해 이를 생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소송이 제기될 경우 방송법의 허점이 많아 방송위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