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연내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라인디콘법)’안을 들여다보면 산업의 트렌드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법률제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정부부처와 이익단체에 팽배해 있는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육성법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 의원측은 당초 국가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의 육성을 위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려 했다. 지난해 3월 내부적으로 관계법안 연구팀을 발족해 1년여의 연구작업을 거쳐 올초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률(이하 디콘법)안을 내놓았다.
이 디콘법안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를 두고 정통부, 문화부, 교육부 등 유관부처의 차관들이 위원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디지털콘텐츠육성의 주체를 각 정부부처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또 정보화촉진기금 등을 활용해 디지털콘텐츠기술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육성기관으로 한국디지털콘텐츠기술진흥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산업 육성법의 체계를 그대로 흉내낸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대로 발전위원회, 진흥기금, 진흥원으로 이어지는 범정부 차원의 진흥체계는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이 법안은 또 어느 형태의 규제조항도 담지 않아 산업진흥법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7월부터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이 법안의 취지는 퇴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콘텐츠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의 반발은 거셌다. 문화부의 반발 배경은 한마디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하 문산법), 영화진흥법(이하 영진법),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 저작권법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어 중복소지가 많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문산법을 비롯한 관계법률을 디지털콘텐츠육성에 적합하도록 개정작업을 벌이는 시점에서 새로운 디콘법 제정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정 의원측은 이에 따라 디콘법을 포기하고 대신 온라인디지털콘텐츠법안 제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표참조
문화콘텐츠 육성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문화부의 입장과 기존의 법체계를 수용하다보니 포괄적 의미의 디지털콘텐츠육성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외형상 온라인디콘법은 문산법 등 문화부 관계법률과 마찰을 피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디지털콘텐츠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추진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당초의 취지는 퇴색된 셈이다.
각론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법안의 핵심 개념인 ‘온라인콘텐츠’의 정의와 한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법안은 온라인콘텐츠를 정보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디지털콘텐츠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 범위에 대한 해석이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예컨대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기 이전의 디지털콘텐츠는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모든 디지털콘텐츠는 온라인을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상황이고 보면 협의로 해석하면 통신망을 통해 뿌려지는 콘텐츠를, 광의로 해석하면 모든 디지털콘텐츠를 통칭할 수 있다. 이같은 해석차이는 관계부처와의 주도권다툼으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개념정의가 바람직하다.
이 법안에 의하면 또 오프라인 콘텐츠 등은 육성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막대한 규모의 정보화촉진기금이 한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어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온라인콘텐츠제작자에 대한 5년간의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한 조항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5년이라는 기간이 권리보호 기간으로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폭넓은 이해집단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당분간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온라인디콘법을 근거로 한 정통부 △문산법, 영진법, 음비게법, 저작권법 등을 기반으로 한 문화부 등을 중심축으로 육성될 전망이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온라인디콘법을 통해 온라인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문화콘텐츠 분야의 관련법률도 서둘러 개정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들 법률이 아날로그 콘텐츠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문화부는 현재 문산법과 저작권법 등을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전면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법의 경우 새로운 저작권 권리관계와 규정을 마련하고 저작권침해에 따른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안을 마련중이어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산법의 경우 포괄적인 의미의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온라인디콘법과의 상충이 예상된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의 문산법 개정안에는 문화상품 유통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산법은 실제 지원대상을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로 명시하고 있지만 법 운용과정에서 이같은 구별이 얼마나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문산법 개정안은 지원대상에 대한 규정만 다를 뿐 나머지 지원체계 및 방법은 온라인디콘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문산법은 문화산업발전위원회, 문화산업진흥기금,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디콘법도 마찬가지다. 문산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원회, 기금, 진흥원 등이 이름만 다를 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양측이 같은 사업을 벌일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더욱이 온라인디콘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해 상정되고 문산법은 문화관광위를 통해 본회의에 올라간다.
두 법 모두 통과되는 해프닝을 막으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두개의 법률을 동시에 펼쳐놓고 법안취지와 지원체계 등을 세심하게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온라인디콘법안 주요 골자
항목 내용
목적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위원회 설치 국무총리 산하에 온라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 설치
진흥기금 정통부 장관이 온라인콘텐츠기술진흥기금 설치
진흥기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17조 규정에 의한 전담기관
통신망 개방 정보통신망사업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 등 중계시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되며 그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할 수 없다.
콘텐츠제작자보호 누구든지 온라인콘텐츠제작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최초로 온라인콘텐츠를 제작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경우는 예외
소급적용 이 법은 시행 당시 온라인콘텐츠를 제작한 지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온라인콘텐츠제작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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