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IT교류 현장을 가다]사이버 좌담회-한단계 높은 남북IT교류를 위하여

 본지는 지난 8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한국언론재단의 지원하에 기획시리즈 ‘남북 IT교류 현장을 가다’를 마련, 교류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점검해왔다. 이번호는 마지막회로서 그동안 주요 취재원이었던 남북한 및 일본, 중국의 전문가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이버좌담회를 마련, 그동안의 쟁점들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았다. 이 좌담회는 당초 북한을 대표하는 전문가로서 평양정보쎈터 최주식 총사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최 총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를 의식한듯 ‘대외적인 입장 표명의 어려움과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이번 사이버 지상 좌담의 참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편집자주

 

 ▲참석자

 ●박찬모 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장

 ●리상춘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 컴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    

 ●이상산 중국 하나프로그람센터 사장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지금까지 남북 IT교류, 협력사업을 평가해 달라.

 ▲박찬모=다른 분야에 비해 남북 IT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측 기업들의 경우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산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구심점이 될 만한 창구가 없고, 바세나르협약 등 제도적인 것과 북측에 대한 정보, 이해 부족도 문제다.

 ▲리상춘=6·15선언 이전에는 중국에서의 학술교류가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북쪽의 평양정보쎈터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단기적인 실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큰 실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교류·경협 그 자체의 구조, 방법론에 대해 검토할 시기가 됐다.

 ▲이상산=지금까지의 결실은 남측의 IT 기반 벤처산업과 북측의 IT 기반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기치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협력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의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다.

 ▲김연철=공동연구와 교육 등 보다 발전된 형태로 협력이 이루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다. 국제 환경의 개선, 남북 기술격차의 해소, 북측의 보다 합리적인 협력자세 등이 필요하다.

 ―북한은 윈도 운용체계의 국가식별 코드(locale ID)가 없어 프로그램과 체계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ID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박찬모=중국과 대만이 서로 다른 한자 국가식별코드를 가지고 있듯이 북측의 IT 촉진과 발전을 위해 독자적인 국가식별 코드가 필요하다면 이것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남측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좋겠다.

 ▲이상산=국가식별 코드를 부여해 북측의 IT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 다만 통일을 전제로 하여 남측에 이미 부여된 국가식별 코드와 호환, 통합 또는 전환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바세나르협약’이 남북 IT협력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과 접근 방법은 뭔가.

 ▲김연철=북측에 IT 관련 대학이나 교육기관,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바세나르협약이나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어렵다.

 ▲박찬모=협약의 준수는 회원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남측에서는 미국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 북측 역시 남측에서 제공한 장비가 군사 목적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리상춘=일본에서도 바세나르협약은 ‘정상적인 국제무역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의 협약’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상산=기준의 객관화 및 현실화가 필요하다. 또한 남측의 투자를 통해 북측의 접근 가능한 제3국에 인터넷데이터센터 등을 설치, 북측이 유상으로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교류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조선-일본(중국)’을 연계한 3국간 IT교류협력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한 중국의 지리적 이점과 일본(중국) 동포들의 역할은 뭔가.

 ▲리상춘=재일동포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중 하나는 남북을 연계하는 역할이다. 남북 IT경협에 재일동포가 참여함으로써 일본시장의 획득과 경협의 실패위험을 감소할 수 있다.

 ▲박찬모=중국이 그동안 남북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IT분야에서 앞선 일본 동포들의 역할이 커졌다고 본다. 리상춘 위원장이 내놓은 남·북·일을 연계한 교류 방안은 이런 면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남북간 IT·과학기술 정보 및 자료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찬모=북측 과학기술 서적의 전산화는 가능하나 이것도 북측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인터넷 전면 개방 때까지는 정보교류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부터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연철=포괄적인 IT 분야 서적들이 북한에 반출된 바 있다. 또 조선콤퓨터쎈터에는 삼성전자가 제공한 책들로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보다 많은 책들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된다면 북측 인력을 남측 지역내에서 교육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상산=이해타산을 떠나 학술정보의 교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북측의 과학기술통보사와 남측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학술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리상춘=IT학술정보교류의 병행은 남북경협에 아주 중요하다. IT학술교류를 심화시켜가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정보의 교류에 대한 문제도 상정되리라고 생각한다. 

 ―학술정보교류 정례화와 IT표준화 논의 등을 위해 남북 공동 IT교류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연철=IT교류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표준화를 위한 협의가 필요하고, 저작권 문제도 시급하다. 교류협력 초기 단계에서 기틀을 마련한다면 남북의 차이로 인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산학관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IT교류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리상춘=될수록 빠른 시기에 조직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한 문제해결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고 중요하다.

▲박찬모=위원회가 구성되어 단기 및 중장기적인 기본계획을 세워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류·협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상산=통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이질화되고 있는 기술 및 용어의 표준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IT교류위윈회 구성은 적절하다.

 ―남북 IT교류 발전을 위해 북쪽의 인터넷 개방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박찬모=북측은 인터넷 기술은 있으나 정책적으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 설립된 실리뱅크가 선양과 평양에 서버를 두고 회원간에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은 매우 혁신적이고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젊은층들이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것이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부에도 많이 건의하리라고 본다.

 ▲리상춘=북측은 인터넷 외부개방에 대해 어느 시기에 어떤 순서로 개방하는가를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뱅크 웹 사이트는 그 하나의 단서라고 본다. 인터넷 개방으로 북측의 IT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을 때 개방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산=북측은 당분간 기술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 제3국에 설치된 서버를 통해서 외부에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관련 기술의 축적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따라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연철=개방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개방을 주저하는 것은 정치 사상적인 이유 때문이다. 북측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IT산업의 본질은 바로 정보개방이라는 부분을 북측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북 IT교류, 협력사업 확대를 위해 양측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이상산=IT교류의 어려움은 절차의 복잡성에서 기인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투자보장 및 무관세 협정 체결과 남북협력사업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여 사후 보고의 형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연철=남북경협 4대 합의서가 발효돼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실무위원회가 이른 시간내에 정상 가동될 필요가 있다. 여러 영역에서 남북한의 공동표준을 합의한다면 민간교류협력이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리상춘=가장 큰 제도상의 문제다. 지적재산권 보호, 통신관련 법규, 일반 통상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세금우대 제도, 보험기구 설립, 경협촉진기금 설립처럼 교류·경협을 촉진하는 조치들이 나왔으면 한다.

 ―끝으로 향후 남북 IT교류, 협력사업 확대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을 꼽는다면.

 ▲박찬모=양방이 서로 신뢰하는 것과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다. 남측 기업의 경우 초창기에는 투자개념으로 하되, 남북 공동개발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윈윈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상춘=일본이나 해외동포가 함께 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또한 경협과 학술교류를 병행시키고 과학기술적인 지혜를 합해 산업적인 성공을 가져오게 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IT전문가들이 바텀-업(bottom-up) 형태로 사업을 하면서 성과를 축적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연철=남북 모두가 거시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불리한 교류 환경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하는 경향이 있다. 협력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상산=원칙적으로 북측이 수용가능한 형태로 수익을 염두에 둔 성공적인 사업의 형태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남북협력 문제의 중심 주제는 교류, 이해, 신뢰에 있다. 이것이 남북협력의 A, B, C다. 교류없이 이해가 없고, 이해없이 신뢰는 없다. 그리고 신뢰없는 협력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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