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김용균 감독의 ‘와니와 준하’

　몇편의 단편영화에서 녹녹치 않은 실력을 보여준 김용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와니와 준하’는 순정만화의 감성을 스크린에 옮겨 놓는다. 원제 ‘쿨’에서 출발한 이 시나리오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가 돼 버린 ‘쿨’ 사랑의 모습을 담으며 전형적인 캐릭터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두 남녀가 겪어가는 일상의 파장들을 예쁘고 아기자기한 손길로 담아내면서 감독은 이십대의 성장기를 보듬어 안는다.

　‘와니와 준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스타일리시한 감독의 연출력이다. 영화의 구조를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영상코드로 연결시키고자 했던 감독의 연출은 의도한 만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나 단조로운 이야기에 작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힘이 되고 있다.

　감독은 와니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감정들을 이야기구조로 풀어내기보다는 영상구조로 풀어내는 데 치중한다. 이런 점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를 던져주는 애니메이션 역시 ‘젊은 감독’의 ‘젊은 영화’를 포장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와니.

　그녀는 좋은 시나리오로 데뷔하길 원하는 준하와 어머니가 떠난 집에서 동거를 한다. 번잡스럽지 않고 서로에게 쉼터가 돼 주면서 그들의 사랑은 그저 삶의 일부처럼 평온하게만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와니는 유학간 이복동생 영민의 귀국소식을 접하게 되고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첫사랑 영민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고등학교시절, 지금은 준하와 함께 있는 이 집의 2층에 살던 조숙한 동생 영민은 만화를 그리던 그녀에게 모델이 됐었고, 항상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와니는 그의 시선과 손길이 스칠 때마다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영민의 귀국을 앞두고 그를 짝사랑하던 와니의 후배 소양이 찾아오고 준하는 그녀를 통해 와니와 영민의 사이를 느끼게 된다.

　이제 그들의 일상은 조금씩 빗겨가기 시작하고 와니에게도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과 사랑의 묘한 동거를 정리해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

　‘연기자’라기보다는 ‘스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희선과 주진모의 변신은 이 영화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소다. 감독은 두 주인공에게서 연상되는 ‘예쁘고 멋진 커플’보다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커플’을 택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두 배우에게선 옷을 벗지 못하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순정만화가 영원히 베스트셀러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처럼 다듬어진 세련됨보다는 서툰 첫사랑의 기억을 은밀히 떠올리게 하는 매혹이 느껴지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