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KTF 사장
얼마 전 TV뉴스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의 김병현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 나왔다가 9회 말에 그것도 연이틀 홈런을 맞는 모습을 보았다.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심리적 부담감이 무척 큰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 하더라도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마구 기용된다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사실 선발과 마무리는 각기 다른 역할과 특징을 요구한다. 선발 투수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여러 회를 던져야 하는 데 반해, 마무리 투수는 대개 위기에 등판하고 워밍업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시간에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투수에게도 상황에 따라 다른 작전이 요구되듯이, 기업도 처해진 환경에 따라 적합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난 10월의 수출이 작년 동기와 대비하여 19.3%나 감소하고 3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경제연구소 등에서도 금년 경제성장률을 연초보다 하향 조정하여 2∼2.5%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경제 또한 동반 불황의 국면을 보이고 있어 국내 경기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IT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경제 환경의 위기 속에서 IT 기업들은 어떤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필자 또한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소신을 두 가지 가지고 있다.
먼저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사업을 경쟁력의 잣대를 통해 철저히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와 포기해야 할 분야를 선별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불필요한 군살을 제거하여 유연하고 공격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 된다.
우리가 흔히 경영사례의 표본으로 자주 언급하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경우 80년대 초 잭 웰치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세계 1, 2위가 될 수 없는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고 기업의 핵심역량 위주의 분야만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GE는 기업의 사업 중심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다시 서비스업에서 e비즈니스 사업으로 과감하게 재편하면서 거의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초기의 국내 IT산업은 비전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관련 업체들은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회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는 장비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의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이제 IT기업들은 최근 경기위축의 위기를 오히려 기업 내실화의 기회로 삼고 시장을 직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재창업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업의 사업구조를 경쟁체제로 재편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IT기업은 여타 분야보다 기술력이 곧 생존을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실용화하는 것만이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길이다. 따라서 R&D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세계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못지 않게 인력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어야 하며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여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흔히 경제불황에 직면하는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투자를 감축하는 소극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는 주기적으로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게 된다. 일정 기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다시 경기회복과 활황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마련이다. 경영의 노하우를 통해 혜안을 가지고 경기 저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장기적인 경쟁 우위의 확보를 위해 과거 활황기 때에 미처 눈을 돌리지 못했던 사업 영역을 발굴해 경기 활성화에 대비한 투자를 확대하고 현금 흐름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쓴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을 실천하는 용기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변화에 이끌려 가느냐, 아니면 변화를 주도하느냐의 결단이 IT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를 부흥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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