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32)회계정보 기반의 전략적 경영관리(SEM)

 IMF체제에 들어간 1998년. 기획예산처는 정부 공공 및 산하 기관에 IMF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경영혁신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대부분의 기관이 고전적인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쳤으나 한국토지공사는 ‘가치경영시스템’을 제안, 관심을 모았다. 각 조직별로 이익을 산출하고 200개 단위사업에 대한 정확한 프로젝트 관리를 통해 가치경영을 실현한다는 것이 한국토지공사의 핵심전략이었다.

 1년여에 걸친 전략적경영관리(SEM: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 시스템 도입으로 한국토지공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수익성있는 사업과 폐지해야 할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각 사업별 성과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유사한 프로젝트의 손익까지 자연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같은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중장기전략을 수립한 결과, 한국토지공사는 13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 2위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토지공사가 도입한 SEM은 지금과 같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신경영기법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사업구조조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지표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SEM이기 때문이다.

 ◇SEM이란 무엇인가=최고경영자의 직관적인 사고와 경영노하우에만 의존해 경영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 기업을 둘러싼 주위환경이 급변하는데다 경쟁환경도 치열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요소가 가미돼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차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EM은 이처럼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경영상태를 파악하고 투자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경영도구다. 즉 주주의 이익을 높이고 조직원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하는 CEO의 숙제를 해결해 주는 경영관리도구가 바로 SEM인 셈이다.

 SEM은 △경영현황 취합·분석 및 보고 △경영 계획 및 예산 △활동기준원가(ABC) 및 경영모델 △균형성과관리(BSC)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경영현황 취합·분석 및 보고는 전략사업단위(SBU)별로 투자대비효과(ROI), 현금흐름, 손익재무상태 등 기업현황 파악에 필요한 실적을 취합해 가공하는 것으로 SEM에 필수적인 사항. 기업외적인 변화요인을 예측하고 여기에 맞게 경영 계획과 예산을 수립·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통계방식의 원가관리에서 탈피해 제품·공정·라인·사업부·고객·유통채널별로 직간접 원가를 산출하는 ABC 역시 CEO의 전략적 경영을 돕는 중요한 토대다. 이밖에 BSC도 비(非)재무성과지표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SEM을 구성하는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CEO는 현재의 재무성과지표뿐만 아니라 미래성장 측면에서 각종 비재무선행지표도 균형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SEM인가=SEM은 현재 경영실적을 토대로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어느 사업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결정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경영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수익위주의 내실경영 차원에서 사업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최상의 경영기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고 SEM이 과거 데이터(실적)만 갖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목표·실적이라는 3개 요인 아래 예측치와 실측치를 보여주고 달성률이 저조한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려주기 때문에 이후 사업방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SEM을 활용하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바뀔 경우 판매·생산·투자·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시스템적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CEO는 당초 계획대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수정이 가능해진다.

 ◇얼마나 도입되고 있나=이같은 효용성때문에 포천 500대 기업의 60%를 포함, 1만여 기업이 SEM을 경영혁신의 도구로 사용하는 등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90년대말부터 관심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40여개 기업이 SEM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제까지 전산실에서 직접개발(in-house)해 SEM을 채택하던 회사들도 하이페리온·오라클·SAP·OLAP컨설팅 등에서 공급하는 패키지시스템을 도입, 체계적인 경영관리프로세스로 전환해 가는 추세여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민은행·두산·두산중공업·삼성생명·삼양사·코오롱·한화·한국토지공사·LG캐피탈 등이 SEM을 도입·사용중인 대표적인 기업. 특히 두산중공업과 코오롱·한화는 CEO가 직접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페리온코리아의 이혁구 사장은 “과학적인 회계자료보다는 CEO의 노하우에 의존해 전략을 수립하려는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하고 “SEM은 기업의 실제가치를 제대로 주가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경영기법이자, 장단기 전략수립에 필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삼양사

 창립 77주년을 맞는 삼양사(대표 김윤)는 지난 7월부터 SEM시스템을 의사결정의 경영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식품·화학·의약·사료·폴리에스터·무역·환경사업 등 9개 사업부(BU) 체제인 삼양사는 BU별 수익성을 파악하고 전략경영을 위한 경영자용 지표를 산출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11월부터 SEM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시스템안정화작업에 한창인 삼양사는 SEM 도입으로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첫째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산출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요약 재무제표가 경영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였으나 SEM으로 데이터가 가공처리되면서는 한눈에 실적파악이 가능해졌다. 특히 당해연도 성과뿐만 아니라 누적성과·월별비교 등 다차원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각 사업부별로 독립된 재무지표를 얻게 된 것도 큰 효과다. BU단위의 수익성 파악은 물론 설탕·제분·식용유 등 제품별 손익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각 부서별 책임회계제도를 정립·강화하고 통폐합해야 할 사업·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제까지 경영현황을 취합·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 삼양사는 경영계획(plan)부문으로 시스템을 확장할 계획이다. 기초계획 대비 실적(달성률)을 시스템적으로 산출하고 급변하는 주위환경(환율·이자율 등)에 맞게 시나리오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계획 모듈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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