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외산 가전업체들이 올들어 국내 소형가전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요즘 TV를 보면 가전3사 못지 않게 필립스·테팔·브라운 등 외산 가전업체들의 CF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대부분이 전기다리미·전기면도기 등 소형가전으로 이전엔 TV CF에서 보기 힘들었던 품목들이다.
뿐만 아니다. 백화점이나 용산 가전매장의 진열대에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소형가전품목이 국산 제품을 제치고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가전3사가 소형가전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 국내 소형가전산업의 명맥을 지켜온 중소가전업체들은 브랜드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이같은 외산 가전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외산 업체들의 파상공세=테팔은 지난달부터 새로운 주력 아이템으로 전기다리미를 선정하고 대대적인 TV CF를 내보낸 결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TV CF 효과를 톡톡히 본 테팔은 이어 오는 12월부터 국내에서 직접 제작한 전기바비큐그릴 CF도 방영할 계획이다. 테팔은 주방용 소형가전시장에서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새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TV CF를 포함한 강력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국내 전동칫솔시장을 장악한 브라운은 최근 전기면도기로 시선을 옮겨 이 시장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브라운은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면도기를 직접 고르는 경향이 짙다고 보고 마케팅 타깃을 젊은 남성층에 맞춰 TV CF를 집중 내보내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면도기와 전동칫솔을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50%를 차지해 선두를 자랑하고 있는 필립스는 최근 홈쇼핑을 새로운 유통채널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고가제품의 판매가 저조한 점을 이유로 필립스는 최근 중저가제품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2세대 제품 쿠스킨 면도기를 통해 다시 한번 면도기 시장석권을 노리는 한편 머리염색, 피부관리제품으로 신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대대적인 TV CF를 단행했던 물리넥스는 오딧세이라는 다리미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물리넥스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단숨에 10%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소형가전업계의 현황=외산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파상공세에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전3사가 차례로 소형가전사업을 정리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판로를 잃은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며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의 도전을 받아 해외시장에서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안팎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셈이다.
따라서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이들과의 정면대결보다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특화된 제품을 개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승산이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데 3년이 걸리는 반면 외산 가전업체들은 해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실정”이라며 정면대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업체들의 대응전략=면도기 생산업체인 조아스전자는 최근 중국공장 준공과 함께 종합소형가전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 8월 최근 중국 선전에 건평 1200평 규모의 3층 건물로 된 공장을 완공하고 청소기·선풍기·커피메이커·토스터 등 소형가전제품 생산을 시작한 것. 국내 공장에서는 면도기 등 고급제품, 중국에서는 중저가제품을 만들어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전략에서다.
국내 헤어드라이어 시장에서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유닉스전자는 저주파 물리치료기 신제품인 4채널 방식의 매직다이어트 마사저 UPM 732를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기존의 헤어드라이어 외에 품목다변화를 통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면도기 전문업체인 카이젤은 최근 초고속 건강제빵기를 개발, 출시했다. 면도기와 더불어 외산업체가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공략한다는 전략에서다. 특히 이 제품은 동양적인 디자인 감각의 형태로 한국형 제빵기로서 가정에 친근감을 주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소형가전업체 관계자는 “도깨비방망이나 딤채 같은 제품은 한국인의 성향에 맞춰 성공한 대표적인 국내상품”이라며 “외산 업체들이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같은 제품개발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제주도에 AI 특화 데이터센터 들어선다…바로AI, 구축 시동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