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가입을 계기로 투자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중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한국기업의 대 중국투자는 5억6400만달러로 사상 처음 미국투자(5억4100만달러)를 넘었다. 중국투자의 도화선에 불은 댕겨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의 잇따른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전자통신 대기업들의 대 중국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중국시장을 미국에 이은 ‘제2의 승부처’로 삼아 연구개발(R&D) 및 디자인센터의 현지 설립, 국내 생산설비 대거 이전, 부품 및 원자재 현지 조달 등을 골자로 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LG는 중국사업의 개념을 단순 임가공을 통해 챙긴 과실을 본국으로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이익이 생기면 전액을 현지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삼성은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톈진에 디자인센터를 세우고 현재 사장급인 중국 본사의 직급을 부회장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지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쑤저우 반도체조립공장을 증설하고 상하이에 판매법인을 신설키로 했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중국 현지매출을 지난해 70억달러에서 2003년 10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2005년까지 매년 20%씩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톈진과 상하이에 각각 전자부품 공장을 신설해 국내 생산라인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내년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 중국 상하이에서 사장단회의를 여는 SK는 중국에 또 하나의 SK 본사를 만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대 중국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동통신(CDMA)과 같이 국내시장이 포화한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은 올해 말까지 약 1700만∼2000만회선, 2004년까지 총 6000만회선 규모의 CDMA망 구축사업을 추진중이다. 시스템, 단말기 등까지 합치면 총 시장규모는 4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한국업체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투자를 포함한 공격적인 중국진출을 모색중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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