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중국 `WTO 가입 이후`](1)참신한 `히든카드`로 승부하라

사진; 전자정보산업계는 이번 WTO 가입으로 중국의 수입억제 단골메뉴인 비관세 장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중국 정부의 개방 일정과 방향을 세밀하게 분석, 시장공략을 위한 특화전략 수립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 개방의 상징물로 꼽히는 푸둥의 동방명주탑 정경.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구중궁궐’처럼 폐쇄했던 시장을 세계를 향해 열어젖힌다.

 호시탐탐 이 시장을 노렸던 세계 전자정보산업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중국으로 내달리고 있다. 한국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19세기말 제국주의자들의 중국 침탈을 되풀이하는 듯하다. 외국은 그동안 줄기차게 중국에 개방을 요구해왔고 중국은 WTO 가입으로 화답했다.

 그런데 상황은 한세기 전과 딴판이다. 언뜻 보면 중국이 강요에 못이겨 WTO에 가입한 듯하나 실제로 중국은 수년 전부터 가입을 전제로 내부개혁을 진행해왔다. 경제대국이 되기 위한 수순일 따름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세계 전자정보업체들은 들떠 있다. 벌써 관심은 WTO 가입보다는 그 이후 중국의 개방정책에 집중됐다.

 특히 중국정부의 관세인하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결론적으로 말해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에 판매되는 외산제품의 평균 관세율은 20% 안팎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발도상국의 평균 관세율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물론 제품마다 편차가 있다. 자동차나 통신제품과 같은 사치품목의 관세율은 최대 100%나 된다. 그렇지만 범용 가전제품과 같이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은 품목의 관세율은 WTO 회원국의 평균 수준에 가깝다.

 중국은 WTO 가입에 따른 관세인하도 철저히 자국산업 보호에 맞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내 전자정보산업 분야에서도 통신이나 반도체와 같이 기술우위에 있으면서 관세율 인하 폭이 클 품목에서나 중국시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세계 전자정보산업계는 이번 WTO 가입으로 중국의 수입억제 단골메뉴인 비관세장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비관세 규제로는 수입쿼터, 수출입 허가 등이 손꼽힌다.

 중국에 정통한 기업들은 관세보다는 오히려 이 분야의 완화정책을 주목한다.

 중국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가입을 신청했던 지난 86년과 비교해 비관세장벽 대상품목은 30% 정도 줄었다. 중국은 WTO 가입과 함께 수입쿼터를 대폭 완화, 5년 후 완전폐지할 방침이다.

 또 정부와 일부 국유기업만 갖는 수출입 권한을 합작사에도 허용할 방침이다.

 중국에서도 자유롭게 수출입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전자정보업체들도 중국정부의 관세·비관세장벽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진출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다고 업무환경이 확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기대는 곤란하며 중국정부의 개방일정과 방향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시장개방 정책이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과의 조율을 거쳐 나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래도 선진국들은 정보기술(IT)과 같은 진출 유망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개방시키려 하며 우리의 ‘먹을 떡’도 사실 이 분야에서 생긴다.

 그렇지만 선진국에 비해 마케팅과 기술 모두 취약한 우리로선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

 모든 제품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이젠 접어야 한다. 어느 정도 진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CDMA와 같이 선진국과 비교해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나 선진국이 손을 내밀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적극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 중국 현지업체와의 차별화 전략도 절실하다. 삼성이 중국시장 진출의 화두로 ‘고급화’를 내건 것은 ‘그저그런’제품으로는 선진업체와는 물론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WTO 가입이 다가올수록 선진업체들의 기대와 자신감은 높아가고 있으나 우리 전자정보산업계의 들떴던 분위기는 되레 가라앉고 있다. 자신감의 상실인지, 중국시장을 다시 보려는 노력인지는 판단하기 힘드나 후자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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