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무역 현주소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한국의 산업자원부격)와 전자무역 전문 국영기업인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CIEC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외 교역규모는 4700억달러. 이 중 8.5% 가량인 40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전자문서 교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중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전체 비중에 있어서는 아직 미미한 규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 99년만 해도 100억달러에 불과했던 전자문서 교환을 통한 대외 교역량이 불과 1년새 4배나 폭증한 점에 중국은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산하에 국가 전자무역을 전담하는 ‘국제전자상무관리사(司)’를 신설, 30명의 합작부 정예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이 관리사의 왕신페이 사장(한국의 국장급)은 “전자무역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해당 법규를 마련, 국가차원의 거시정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과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며 관리사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왕 사장은 또 “국가간 전자교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 표준을 확립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와의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9월 전자무역 사절단 일행으로 중국을 방문해 관리사측과 접촉한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미 10년 전부터 무역자동화법을 제정하고 최근에는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해 대외무역법까지 개정했다는 사실에 관리사측이 큰 관심을 보였다”며 “개정 대외무역법 등 관련 국내법안의 전달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전자무역의 실질적 운영주체는 국영기업인 CIECC다. 지난 96년 한화 약 4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CIECC는 우리나라의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격에 해당하는 회사다. 하지만 현재 직원수만 1000여명에 달하며, 중국내 97개 시에 지부를 보유하고 있는 대단위 그룹형 기업이다.
CIECC는 지난 99년 섬유쿼터 전자입찰시스템을 완성, 미국·캐나다·EU 지역 섬유·직물 바이어와 자국내 수출쿼터 보유 무역업체간 통관 데이터 교환업무를 EDI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홍콩의 전자무역 전문기관인 트레이드링크와도 전자무역 네트워킹을 강화한 CIECC는 대륙에 위치한 업체가 홍콩세관을 통한 수출입을 원할 때도 이를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CIECC는 트레이드링크와 자체 전자상거래 전용 네트워크 ‘CIECNet’을 통해 전자문서의 보안·암호화가 일괄 운영되도록 한 것이다.그림참조
CIECC의 허동 부총경리는 “한국의 통관 EDI가 100% 자동화돼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아직까지 대다수 업체가 전통적인 서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KTNET 홍종률 과장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수출입 세율이 높고, 세관이 드넓은 대륙 곳곳에 산재해 어느 나라보다 통관 EDI가 필요한 나라”라며 이미 10년이 넘는 운용 노하우와 구축 경험을 자랑하는 한국 통관 EDI시스템에 최근 중국측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국가적 지원속에 중국내 일선 무역업체들과 하나둘 전자무역 전선에 속속 나서고 있다. 철강·광물 전문 국영 무역업체인 민메탈스사는 지난 5년간 한화 80억원을 들여, 사내 전산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중 전자무역의 일환으로 그룹웨어와 수출입관리 기능 등이 탑재된 ‘신세기’라는 종합정보관리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특히 이 업체는 ‘민메탈스닷컴(http://www.minmetals.com)’이라는 철강·광물 전문 사설 e마켓플레이스까지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고광속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아직까지 중국의 전자무역 실태는 일천한 수준이나 WTO 가입 이후 절대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자무역에 대한 중국 정부와 기업의 인식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 지부장은 특히 최근 국제전자상무관리사 신설을 시작으로 전자무역에 대한 중국측의 기민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정부차원의 다각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베이징시가 지난 5월 ‘베이징 디지털화’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5년내 최소한 베이징 소재 무역업체와 은행은 100% 인터넷 네트워킹이 가능해집니다. 이제 일선 무역업체의 전자무역 활용 열기는 거래알선은 물론 전자결제에 이르기까지 더욱 배가될 것입니다.”
민메탈스사의 정보센터장인 장쿠이보 총경리의 말속에서 중국 전자무역의 미래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홍콩에선
“WTO 가입으로 중국의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제특별 도시로서 갖던 홍콩만의 장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이 추진중인 ‘디지털21 IT 전략’도 다음 세기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2003년까지 홍콩정부는 공공재 구매의 90%를 온라인을 통해 조달합니다. 이는 홍콩내 무역업체가 전자무역를 추진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인프라로 활용될 것입니다.”
홍콩특별구(SAR) 산하 정보기술국(ITBB)의 애들라인 웡 부국장은 전자무역 활성화의 전제를 국가 인프라의 확충에 두고 있다.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만 해도 홍콩은 서방세계로 열린 중국의 유일한 ‘창’역할을 하며 지정학적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혜택을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호시절’은 지났다는 게 홍콩 정부의 분석이다. 지금부터는 디지털 환경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업체와 투자자를 유인해야 한다.
현재 홍콩은 섬유수출 허가, 수출입 신고, 원산지 증명 등에 전자무역 서비스
를 활용하는 단계다. 적하목록 및 과세상품 승인 등의 서비스도 추진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중국 본토에 5개 공장을 운영중인 장난감 제조 전문 수출업체 와싱토이. 이 회사 정보전략책임자(CIO)인 클린프 고 총리는 “홍콩내 대다수 업체가 중국 본토에 제조라인을 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 업체는 대륙과 홍콩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와싱토이는 기존 생산자원관리(MRP) 시스템을 전사적자원관리(ERP)로 성능 개선시키고 본사와 중국내 공장은 물론 해외 바이어업체까지 위성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구축도 추진중이다.
정부는 국가차원의 디지털 환경조성으로 전자무역의 토양을 마련해준다. 일선 무역업체는 그 위에 자사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민·관이 유기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홍콩 전자무역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베이징·홍콩=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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