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우리 안방으로 만들자.’
삼성·LG·SK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개 그룹사의 대중국 전략이 포문을 열었다. LG가 지난달 25일 상하이에서 전자·화학 사장단들이 모여 현지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일 삼성그룹이 중국 현지에서 전자 사장단 회의를 개최, 중국 현지생산확대를 골자로 한 현지화전략을 숙의했다. SK도 오는 11∼24일 일정으로 상하이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 세미나와 함께 진행되는 SK 전략회의에서는 마케팅활동 강화를 통한 대중국 전략이 발표될 예정이다.
◇1순위는 현지화=그룹별 주력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3개 그룹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은 나름대로 특징을 갖지만 공통 키워드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현지화’다.
SK는 가장 먼저 ‘중국 내 또 하나의 SK’ 구호를 외쳤다. 한국기업의 중국화가 아닌 원래 중국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 이를 위해 중국사업 총괄대표에 현지인을 채용하고 고급 중국인력을 채용해 국내에서 근무하는 ‘교차근무 채용제’를 도입했다. 또 SK장웬방(장학사업) 사업도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장학사업의 대상은 잠재 수요인 동시에 중국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의 ‘고급화’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도 ‘중국식’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제품의 콘셉트를 잡는 디자인센터 설립은 중국형 독자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은 ‘삼성’ 외에도 ‘애니콜’과 같은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다.
LG도 ‘공략’이라는 단어 대신 이제는 ‘친화’임을 분명히 밝힌다. 사회주의 성격이 남아있는 중국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노조설립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낙후지역 계몽을 위한 ‘LG소학교’나 ‘LG촌 건설’ 등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반도체 등 핵심기술 이전 속도 빨라질 듯=중국 진출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생산이나 판매 품목이 더이상 부가가치가가 낮은 범용 제품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고부가가치 기술 이전을 드러내놓고 요구하는 중국 정부의 전략도 무시할 수 없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 제품의 경우 PDP TV, LCD모니터, 초대형TV,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관련 첨단 제품을 적극 출시하는 한편 이미 시장을 장악한 백색가전 분야는 현지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디자인을 현지화하는 등 제품 경쟁력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휴대폰·통신장비 등과 PC, PDP, 프로젝션TV 등 고부가가치 디지털미디어 제품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겠다는 삼성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증설 규모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신규투자는 시황을 봐가며 탄력적으로 시행키로 한다”고 밝혔지만 “8인치 웨이퍼 생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잃는 것은 없을까=지난 2일 전자사장단회의 석상에서 이건희 회장은 “4∼5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은 “중국 대응전략과 삼성의 생존전략이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중국시장을 겨냥한 세계 각 기업의 행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들에 먹혀드는’ 제품기획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이 자칫 잘못하면 역수입을 일으킬 수 있다.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치열한 로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역외 수출에 주력하는 ‘수출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중국 현지 생산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해짐에 따라 자칫 잘못하면 역수입도 가능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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