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IT포럼 지상중계]인터넷 한글주소는 한민족 연결고리

 남북 정보기술(IT) 교류협력 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10월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백합홀에서 열렸다. 이날 조찬 토론회에서는 이판정 넷피아닷컴 사장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남북 공동 추진과 한글 인터넷 주소의 남북 통일방안’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 사장은 주제발표에서 “인터넷 한글 주소는 한민족 공동 네트워크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면서 남북은 물론 해외동포들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며 “남북이 인터넷 주소 체계가 다를 경우 앞으로 또 다른 분단이 초래되므로 남북간 우리글(한글) 인터넷 주소의 통일안을 마련해 나가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문화 자산인 한글을 이용한 인터넷 주소의 남북 통일이 남북간 정보교환과 전자상거래 등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학계와 업계를 주축으로 한 공동작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인터넷 비즈니스의 남북 공동추진과 한글 인터넷 주소의 통일 방안’은 산업적·경제적·기술적 측면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논의돼야 할 점이 많을 것 같다.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지난 9월 통일IT포럼 창립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 컴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인 리상춘 박사에 따르면 당시 세미나에 발표된 모든 주제내용을 협회 회지에 게재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남한과 일본내 재외동포간의 이러한 학술 교류가 남북 IT교류 활성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한다. 지난 2월 중국 옌지에서 남북한 학자들이 모여 개최한 코리안 정보처리 학술대회에서도 넷피아닷컴이 오늘 소개한 한글 인터넷 주소 시스템을 시연했는데 이에 대해 북쪽 참석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넷피아닷컴이 북한의 산·강·지명 이름 500여개를 예약했다는데 예약의 의미가 뭔지 궁금하다.

 ◇이판정(넷피아닷컴 사장)=인터넷 인프라는 남북이 하나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남한은 이미 하나가 됐다. 이게 북한으로 올라가게 되면 그쪽에서도 인터넷 주소를 갖게 된다. 만약 북한의 산· 강 등을 남한에서 선점하게 되면 나중에 북한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올 수 있다. 이같은 민감한 성격 때문에 남한에서 돈으로 도메인을 살 수 없도록 우리가 예약을 해놓았다. 예약은 이미 등록을 해놓았다는 의미다.

 ◇최성모=우리글에 대한 인터넷 주소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데 국제적인 분쟁도 중요하다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분쟁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이판정=이는 한글의 문제다. 지난해 MS의 관계회사인 미국의 리얼네임스사가 우리 회사를 약 300억원을 제시하면서 사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민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져보면 이는 우리의 문화 자원이다. 이 점이 가장 중요했다. 이를 남에게 빼앗길 수 없다. MS·리얼네임스 측에서는 등록 한 건당 10만원을 받고 있다. 남한의 인터넷 인구 2500만명이면 연간 무려 2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리의 이름값으로 지불할 수 있다는 얘기다. MS의 제품은 단지 소프트웨어이지 한글 자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작도 우리가 세계 최초로 했다. 또 솔루션 제공자로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소에 한글을 입력하면 에러가 났지만 우리는 이를 개선한 기술을 개발했다. 국가 자원이고 문화 자원이니까 협조를 해달라는 내용의 증명을 MS에 제시했다.

◇서현진(전자신문 인터넷부장)=한글 도메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내부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영문 도메인 체계는 한 국가에서 특정 사이트를 일방적으로 막거나 폐쇄할 수 없지만 한글 도메인을 도입하면 내부적으로 통제가 가능해지 않겠는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발상이지만 북한이 내부적으로나마 인터넷 이용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간 우리글(한글) 도메인 주소의 표준화는 중요한 사안이다.

 ◇노승준(애틀러스리서치그룹 사장)=나도 그동안 쌓은 경력을 북한 문제에 쏟겠다는 각오다. 최근 북한의 통신망 현황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보면 북한에서는 당분간 인터넷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방화벽이 구축돼 있다지만 당분간 인터넷을 외부에 열지 않을 것이다. 또 태국의 록슬리퍼시픽이 곧 북한과 이동통신 사업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게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가 나오면 미국이 전세계 인터넷 도메인을 상당수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한글인터넷 주소의 사업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판정=북한은 내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는 저조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이 부문은 정치적 문제와 연결돼 있어서 해결하는 데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남북이 같은 모델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IPv4에서 IPv6로 넘어가게 되더라도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서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인터넷을 보급·확산시키는 체계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터넷 주소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주소를 관장하는 기구인 ICANN에서 한국의 입지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주소의 고갈 문제의 경우 도메인이 많이 확장되고 있어서 괜찮을 것이다. 또 자국 언어를 쓰는 인터넷 주소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숫자를 쓰는 것도 진행되고 있다.

 ◇이기중(전자신문 주필)=외국에서 한글 인터넷 주소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이판정=외국 현지에서 한글로 입력해도 접속이 가능하다. 관건은 이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교포들의 경우 영어 못지 않게 한글을 많이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망 서버를 설정하면 가능하다. 중국 정부기관과도 통용 인터넷 주소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일본과도 추진중이다. 기존 인터넷 주소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 중 약 80%가 한글 인터넷 주소에 등록돼 있는데 이 정도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박찬모=남한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듯이 북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당분간 요원하겠으나 북쪽 과학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요구는 대단하다. 외부에 가서 인터넷을 접속해야 하는데 이게 매우 어렵다. 따라서 멀지 않아 북한도 과학 등 특수분야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원근(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우리의 문화 자원이 한글이라고 했을 때 한글 인터넷 주소는 큰 재원이 될 것이다. 한편 인터넷 한글 주소라는 것이 키워드의 의미라고 본다. 영문 URL이 있어야 먼저 가능하다. 한글 인터넷 주소 시스템이 기존 인터넷 주소 없이 한글만 가지고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판정= 영문 키워드 입력만으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한글로는 거의 100% 가능하며 숫자 입력으로도 접속할 수 있다. 이같은 새로운 대안의 기술이 나오니까 미국의 기업들이 수익이 줄 것 같아 싫어하는 부문이 있다. 또한 IP주소가 없으면 일단은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IP주소나 도메인 중 하나만 있어도 한글 인터넷 주소 등록이 가능하다.

 ◇조성갑(한국IBM 통합서버사업본부장)=한국IBM에서 통합서버 사업부문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IT를 통해 남북 교류와 통일을 이루자는 것에 동의한다. 북한은 허가된 부문만 인터넷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 옌볜으로 나가서 인터넷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 중국 단둥에서 남한 강사들이 북한 인력들을 대상으로 정보통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에는 IT관련 전문 서적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IT 도서 보내기 운동을 실시했으면 좋겠다. 과거 오래된 책보다 전문분야 서적들을 보내는 게 북쪽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안준모(한국IT벤처인큐베이터협회장·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남북의 공통 이슈를 찾아내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핵심 과제라 생각할 때에 한글과 관련된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은 매우 의미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반인에게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는 도메인 이름의 한글화는 첫 단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남북한 한글 체계나 표현의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도메인 한글화는 학계·업계를 주축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장기적 과제다.

 ◇문광승(하나비즈닷컴 사장)=한글 도메인의 통일이라는 명분과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나 실제적으로 그 작업을 위한 북측과의 대화나 협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가지는 실질적인 엔지니어나 사용자들이 이를 활용하면서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방향일 것이고, 또 한가지는 정책적으로 당국자 차원에서 이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상층 차원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방향일 것이다. 이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우리가 찾아내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중국 단둥의 남북 합작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한글워드 프로그램과 조선글처리 프로그램인 ‘단군’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과 공통점, 장점과 단점 등을 실질적인 엔지니어와 사용자들이 체험·비교하고 있다. 물론 어떻게 통일시켜 나갈 것인가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그 방안을 찾아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본인과 함께 2명의 박사가 북한 과학기술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6개 사업을 실행했는데 앞으로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현진=그간 몇달 동안 남북간에 정치·사회적 변화가 많이 있었다. 남한내에서는 남북 문제가 끼치는 영향도 줄었다. 그만큼 대북 기업가와 전문가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한글을 경제 자원화하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이판정 사장의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 올해 안으로 통일IT포럼을 사단법인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 통일IT포럼이 북한 IT에 대한 심층 조사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북한IT심층조사기획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IT분야 서적 1000권 가량을 모아서 11월 중순경 북측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최성모=한글 자원화와 한글 도메인의 자원화 측면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정부 관련 부처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남북이 통일하게 되면 한글 도메인은 정보 교환이나 전자상거래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많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남북이 한글 도메인을 합의해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박찬모=오늘 인터넷 한글 주소 등 기술적·경제적인 부문에 맞춰 토론이 이뤄졌고,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오늘 제기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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