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양승택 정통부 장관 초청 강연회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정보통신부문 기술개발, 인력양성 경험을 토대로 국가 정보통신의 큰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 자신이 CDMA 기술개발의 산 증인이기도 한 양 장관은 이후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 통신시장 3강구도 그리기 등 통신시장이 당면한 교통체증을 정리하며 큰 그림에 앞선 밑그림 구상에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취임 8개월째 접어든 양 장관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양 장관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은 TDX교환기, 4MD램, CDMA에 이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정보통신산업의 차세대 스타아이템을 발굴하는 일이다.

 18일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양 장관을 초청해 조찬강연회를 가졌다. 전자신문사가 주관한 이 강연회에서 양 장관은 지식정보강국 건설을 위한 2001년도 정보통신 정책방향을 주제로 연설했다. 편집자

 

 <주제발표:지식정보강국 건설을 위한 2001년도 정보통신정책방향>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5∼6년전 미국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내 나름대로 정리한 디지털경제의 원리는 좋은 물건일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물건일수록 값을 많이 줘라’는 우리 옛 속담이 있듯 성능이 향상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경제원리와 상치되는 개념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80년대 중반만 해도 286급 PC가 300만원을 호가했고 프린터 등 주변기기를 모두 구입하려면 400만∼500만원이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펜티엄4 PC의 경우 모니터와 프린터까지 합쳐 200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반도체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성능이 향상될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계속돼 왔다. 더 좋은 물건이 더 싸게 나온다는 원칙은 적어도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경제다.

 정보통신(IT)·나노기술(NT)·생물기술(BT) 등 3대 기술이 향후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IT기술은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문화 등 제반분야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이때문에 최근 몇년간 모든 사람들이 정보통신에 열광해 왔다. 어떤 사업을 하던지 인터넷을 안하면 망할 것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정보통신부문에 대한 투자가 매년 증가했다.

 

  90년대초부터 정보통신부문은 연 25%씩 투자가 이뤄졌으나 기대와 달리 매출은 12∼3%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혀 새로운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전화모뎀을 사용해온 기존 인구가 통신수단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과잉투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그 정점에 이르렀던 것이 바로 IMT2000이다.

 특히 통신시장 경쟁체제로 30개 기간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작은 규모의 사업자들끼리 경합하면서 중복투자가 진행됨에 따라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 한국은 전세계에서 인터넷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된 국가가 됐다.

 OECD와 ITU는 한국이 초고속인터넷분야에서 세계 1위며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99년말 인터넷가입자 규모가 1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말에는 2200만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더이상 다른 선진국을 벤치마킹할 게 없을 정도로 가장 앞서 있는 상황이다.

 초고속인터넷인구·인터넷접속률·접속시간이 모두 1위를 달리고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량을 주고받는 나라가 됐다. 이를 가능케 한 하드웨어 인프라도 세계에서 으뜸이다.

 우리의 인터넷환경을 토양에 비유하면 비옥토라 할 만하다. 우리가 일궈낸 비옥토에 어떤 씨앗이 자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여러 씨앗을 뿌려 잘되는 것을 골라 키우자는 게 정통부가 주장하는 IT토양론이다.

 정부의 정보통신산업정책도 질 좋은 씨앗, 즉 차세대 IT주자가 될 신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는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오는 2005년까지의 초고속정보통신망고도화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국가 GRID 기본계획을 수립, 기초과학 및 BT·NT·ET 등 미래 전략산업의 연구력 증강에 힘쓸 것이다.

 통신산업은 최근 유선에서 무선으로, 음성에서 데이터로 대형화 및 종합화 유무선 통합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통신사업자를 3개 유무선 종합통신사업그룹으로 구조개편하도록 유도하고 한국통신 민영화를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할 생각이다.

 2002년까지 전자정부 기반완성을 위한 11개 핵심과제를 추진, IT를 활용한 국가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도 당면과제다. 정통부는 자영업자 및 종업원 50인 이하의 소기업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보안·인증서비스 등을 통합제공하는 ‘300만 소기업 네트워크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SW사업자능력평가제도(CMM:Capability Maturity Model)를 도입해 SW업체의 품질관리능력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향상시켜 왔다. 그 결과 전세계 SW업체의 하청공장이 밀집된 인도는 전세계적으로 49개사에 달하는 CMM 레벨5 업체 중 47%인 24개 업체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 정부도 서둘러 SW 및 디지털 콘텐츠 산업육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지원인프라를 구축, 초고속 인프라 활용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SW와 더불어 SI산업의 해외진출도 전망이 밝은 편이다. SI는 선진국보다 베트남·파키스탄·중남미 등 국가정보화를 추진중인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 정통부는 SI분야에서 2005년까지 50억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CDMA를 기반으로 2005년까지 35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 중국·몽골·동남아·중남미 등 주요 CDMA시장에 우리 기업이 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고위급 이동통신분야 산업협력을 추진하겠다. 또 중국·베트남·몽골 등에 확산되는 한류를 활용, ‘이동통신은 한국’이라는 국가이미지를 부각시키도록 노력해 동북아 CDMA벨트에 이어 세계 CDMA벨트 형성을 조성할 생각이다.

 <정리=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질의응답>

 

 ―지난 80, 90년대 정부 프로젝트들이 인력양성이나 기술수준 향상에 앞장서 왔는데 현재는 민간수준이 정부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 장관=국가 프로젝트는 이제까지 5년마다 히트작이 나왔다. 1985년 TDX를 시작으로 4MD램, CDMA가 그것이다. 2000년에는 히트작이 없었고 2005년에는 뭐가 나올지 아직까지 고민중이다. 전에는 산업이 발달된 다른 선진국을 모방, 따라잡아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으나 더이상은 아니다.

 최근 퀄컴의 로열티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사실 이 로열티는 반도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우리는 남한테 주는 것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우리가 과연 로열티를 지불한 대가로 얼마를 벌었느냐 하는가다.

 정부가 민간업체로 하여금 CDMA칩 기술을 이전하도록 설득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와 민간업체가 그동안 개발한 기술로 퀄컴이 따라오지 못할 목표를 설정해 달성하는 일이다. 얼마전 중국정부가 한국과 공동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CDMA를 쓰기 시작하면 가입자가 3∼4년내에 1억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본다.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시장이다.  

 ―한국이 인터넷에서 앞섰다는 것은 글로벌마켓에서 느낀다. 초고속인터넷을 검증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터넷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의 이미지를 인터넷인프라강국, 역동적인 IT강국이라는 이미지로 만들어 브랜드화해서 국가차원에서 홍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

 ▲양 장관=한국이 인터넷인프라에서 최고라는 것은 OECD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 발표됐다. 국제기구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수준은 꽤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그보다는 국가대 국가의 차원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

 ―교육부문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노동부·정통부 지원금으로 교육을 받는 연수생들은 오히려 열의가 떨어지는 것 같다. 정부가 지원금을 융자제도로 바꿔 연수생들에게 책임을 가중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취업을 해서 돈을 갚을 의무를 주면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시스템은 장기 실업자를 양성하는 형태가 아닌가.

 ▲양 장관=정부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연수생을 선발해 왔고 이는 오랜 관행이다. 한꺼번에 모두 고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실사를 자주 실시해 학비의 50%까지만 지원하는 제도를 엄정히 지켜나가겠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