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마쓰시타의 LCD사업 통합 합의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유지하려는 양사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통합 합의를 의외의 일로 받아들이면서도 통합이 최근의 가격상승 움직임과 맞물려 LCD 수급구조를 정상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합 배경=이번 합의는 우선 두 회사가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이며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또 IT 중에서도 성장성이 매우 높은 분야가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에 대해선 ‘양사의 결의’ ‘결단’이라는 비장한 용어들이 수식어로 따라붙고 있다.
그럼에도 마쓰시타와 도시바가 다소 의외의 사업통합에 이르게 된 데는 따라서 액정사업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벌여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사업을 아예 떼어내 경영자원을 그 곳에 모두 집중하지 않고는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두 회사의 한계성도 내포돼 있다. 액정은 도시바와 마쓰시타 모두에 중요한 사업이다. 도시바는 지난 8월 내놓은 중장기 경영전략에서 액정사업에 주력할 뜻을 강조했다. 실제 이 회사는 저온다결정실리콘 타입 박막트랜지스터(TFT) LCD에서 업계 최대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세계 선두 노트북PC 제조업체로 막대한 자체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마쓰시타도 액정TV를 장래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어서 액정은 없어서는 안될 제품이다.
그러나 액정사업의 환경은 IT불황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생산·판매 등에서의 업체간 제휴가 절실한 실정이다. 동시에 대만이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저가 제품을 피해 고부가제품으로의 이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양사는 최근 실적악화로 연구개발이나 새로운 공장건설에 독자적으로 나설 여력이 별로 없다. 도시바의 경우 9월까지 6개월간 1100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쓰시타도 지난 6개월간의 적자가 68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도시바와 마쓰시타의 이번 합의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상호보완을 통해 액정을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이끌겠다는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망=일단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출순위 5위권으로 부상할 통합사는 통합과정에서 중복되는 생산라인(표참조)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감소효과가 생긴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들어 가격하락세가 저지되고 상승세로 전환될 움직임이어서 이번 통합 소식은 가수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폭락에 시달려온 LCD업체들에 이번 통합은 희소식이다.
업계구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LCD업계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대만의 AU옵트랙스, 샤프 등 2강2중 체제였다. 샤프를 제외한 일본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상황이나 이번 통합으로 2강3중 체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도시바와 마쓰시타는 올해 누적적자가 심화(도시바 1100억엔 적자, 마쓰시타 680억엔 적자)돼 통합사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위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나머지 군소업체들은 또 한번의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시황이 좋아지고 있으나 채산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일부 대만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합종연횡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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