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의 국내진출은 국내 리눅스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레드햇이 연간매출액이 1억달러 이상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리눅스업체라는 점이 그렇지만 이보다 아직까지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리눅스시장에 ‘리눅스공룡’의 등장으로 국내업체들의 수요확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드햇은 세계 리눅스 배포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실질적인 리눅스의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400%에 달하던 리눅스 시장성장률이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올해 들어 60%대로 크게 둔화됐지만 레드햇은 분기별로 2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흑자를 실현할 정도다.
◇국내 진출 배경=이러한 레드햇의 우리나라 진출은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다. 레드햇은 지난 99년말 가산전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형식으로 국내 진출을 모색했지만 최종단계에서 두 회사의 지분문제에 관해 입장이 엇갈려 무산됐다.
또 지난해 6월 리눅스원, 리눅스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간접적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지난 6월 계약이 끝나자 레드햇은 리눅스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리눅스코리아와 해오던 사업은 이 회사의 제휴업체가 많아 레드햇이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레드햇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정확하게 시장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리눅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MS진영과 경쟁을 벌이면서 나름대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리눅스 사용자가 크게 늘어 현재 그 수가 30만명에 이르고 2000년말을 기준으로 리눅스업체들의 매출실적이 17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칼데라시스템스, 터보리눅스, 수세리눅스 등이 그동안 국내에 진출해 이미지를 높이며 시장을 넓히고 있어 레드햇으로선 이에 편승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레드햇의 국내진출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리눅스업체들은 레드햇의 국내진출은 최근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리눅스시장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드햇이라는 상징적인 업체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리눅스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뢰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국내 리눅스업체들이 레드햇과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레드햇과 경쟁제품을 내놓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레드햇이 브랜드인지도를 내세워 시장을 넓혀갈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레드햇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선 업계의 시각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신뢰성이 생명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레드햇=리눅스’라는 등식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또 브랜드인지도를 앞세워 교육사업을 활성화시키면 단기간내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비해 아직 국내 리눅스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드햇 역시 다른 외국계 리눅스업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레드햇이 주요 투자사인 인텔 CPU를 고집하기 때문에 인텔 CPU 기반의 시스템이 환영받지 못하는 기업의 기간업무시스템에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레드햇의 전략=레드햇은 지사설립 이전부터 국내 리눅스업체와 활발한 접촉을 갖고 있다. 레드햇이 주력하는 협력 대상은 리눅스 시스템통합(SI)업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초점을 맞춘 레드햇 입장에서 자사의 솔루션을 이용해 컨설팅과 시스템구축을 할 수 있는 리눅스 SI업체와 지사설립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레드햇이 국내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주력사업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진입을 위해 국내 리눅스기반의 시스템통합업체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모 리눅스업체의 대표는 “과거처럼 레드햇이라는 이름 자체가 갖는 프리미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레드햇을 가장 선호한다”며 “현재 레드햇코리아 관계자들이 리눅스원을 비롯한 몇몇 국내 리눅스업체와 사업제휴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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