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이노베이션/렌셀러 경영대학 근본적 혁신 프로젝트팀 지음/정규재 옮김/아침이슬 펴냄
80년대 일본 대기업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주었던 미국 대기업들이 어떻게 재기할 수 있었는가.
이 책은 80년대 세계시장에서 이류로 전락했던 미국 대기업들이 90년대 후반 다시 선두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던 ‘비법’을 정리한 경영보고서다.
책 제목으로 사용된 ‘래디컬’(radical)은 흔히 ‘급진적’이라고 번역하지만 이 책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근본적 혁신’으로 쓰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대기업들이 정상자리를 재탈환하기까지는 점진적인 개혁보다는 혁명에 맞먹는 변화가 수반됐다는 뜻이 담겨있다.
미국 대학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IBM, GM, GE, 듀폰, 폴라로이드 등 쟁쟁한 회사들의 12개 근본적 혁신 프로젝트를 5년간 연구한 성과를 담고 있다.
우선 저자들은 ‘근본적 혁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성능을 갖추거나, 기존의 기능을 다섯배 이상 개선하거나, 30%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 프로젝트’로 정의한다. 즉 근본적 혁신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이며 기존 사업과 기술, 시장의 부분적 확대나 개선을 모색하는 점진적 혁신과는 완전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예로 IBM이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메모리, 전력효율성이라는 3대 요소를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혁신 모델로 창출한 것이나 GE가 의료시스템 사업을 응용해 자기공명 영상진단 기술을 상용화한 사례 등을 꼽고 있다.
이 책은 이같은 혁신을 위해서는 7단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우선 저자들은 ‘근본적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사업으로 연결시키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이를 잘 활용하려면 일련의 과정을 조직 메커니즘으로 실현시키는 허브, 즉 지식과 경험의 저장소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시장조사 기법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진적 혁신에서 사용되는 기존 시장조사 기법은 단순히 시장학습 과정으로 삼고 보다 심층적인 조사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확고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상용화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도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저자들이 ‘근본적 혁신’을 위해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GE의 기술자인 브루스 그리핑이 제안한 ‘디지털 엑스레이’라는 혁신 기술도 CEO인 잭 웰치가 후원하지 않았더라면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은 현재 성장한계에 직면한 대기업 경영진뿐 아니라 연구개발 관리자, 신사업 개발 책임자, 획기적인 비즈니스 세계를 꿈꾸는 예비 혁신가 등에게 권할 만하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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