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39)기업내 정보공유를 실현하자

 ‘기업’이라는 것이 생긴 이래 기업내 고급 지식정보는 몇몇 간부사원들에 의해 독점돼 왔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정보를 독점했으며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사원들은 이러한 정보로부터 철저히 배제됐다. 이처럼 조직내에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유용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조직원과 그렇지 못한 이들간에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부 조직원은 지속적으로 지식정보를 습득해 가며 업무능력을 키워간 반면 이와 차단된 조직원들은 일정한 수준에서 정체하는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같은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내 정보공유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기업의 지식관리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임직원들은 자신이 업무상 취득한 지식정보를 대부분 소속팀내에서만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유하는 정보도 실제 업무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내용이 아닌 일상적인 수준의 정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직원이 보유한 지식정보가 전사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소수 구성원들간에 독점됨에 따라 이들 소수의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구성원들간에 정보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 평사원들의 경우 일부 한정된 정보만을 접하면서 간부사원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내 구성원들간의 정보격차 현상이 심해지면서 기업의 정보독점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몇 간부사원들과 해당부서가 독점하고 있는 고급 지식정보를 조직구성원 전체에게 개방함으로써 조직원들간의 정보격차를 줄이고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정보공유 실현방안=최근들어 국내에서도 이같은 조직내 정보격차의 심각성을 인식,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식관리시스템으로 불리는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KMS는 정보기술(IT)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식의 공유·생산·활용을 가능토록 도와주는 정보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기업의 조직 및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구조로 구축돼 각종 문서같은 눈에 보이는 정보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 지식을 구조화,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을 가능케 한다.

 KMS가 구축되면 그동안 관련 부서 구성원들만이 공유했던 시장조사자료나 기업정보 등이 개방돼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폭넓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또 각자가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나 지식을 KMS 구축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기업 전 구성원들의 지식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같은 KMS는 최근 몇년새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시장정보가 중요시되는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지식정보 공유의 걸림돌=하지만 KMS 구축을 통해 정보공유를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기업내 정보공유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의 조사에 의하면 KMS를 도입한 기업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보공유 측면에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KMS를 도입한 기업의 임직원 중 85.9%가 KMS에 대해 보통 혹은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해 실제 활용면에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응답자는 KMS 이용의 문제점으로 시스템에 대한 인식부족(64.1%), 기존 및 타 정보시스템과의 호환성 부족(18.8%),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부족(6.3%), 업무상 필요를 느끼지 못함(6.3%) 등을 꼽았다.

 이러한 현상은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활용법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축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시스템이 운영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KMS 구축을 통해 구성원들간의 정보공유를 이끌어 내어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에 앞서 우선 기업환경과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본 가동에 들어가기 전에 구성원들을 상대로 충분한 교육을 통해 시스템 활용법은 물론 정보공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식시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진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부하직원들에게 모두 개방하기를 주저하고 평사원들도 부서가 다를 경우에는 정보공유를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식정보 공유를 위해서는 특정 솔루션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먼저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KMS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의 간부는 “어떠한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해 어떤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가가 관건이다. 경영진과 조직원들 모두에게 지식공유가 단순한 정보제공 차원이 아닌 상호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발전적인 행위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사례

국민은행(행장 김상훈)은 지난해 12월 웹 기반의 지식관리시스템(KMS) ‘K-뱅크’를 구축해 이를 조직 구성원들간의 지식정보 공유에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국은오피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지식공유를 지원했지만 사용이 불편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단말기도 부족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따라 국민은행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지식공유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한국IBM 로터스사업부와 공동으로 웹 기반의 KMS 구축작업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새로운 시스템 개발의 초점을 편이성에 맞췄다. 기존 국은오피스의 경우 노츠라는 별도 프로그램이 필요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만이 지식관리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 은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모든 직원들이 지식공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시 쓰이는 기존 웹브라우저를 통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다수의 사용자가 하나의 ID를 공유하는 ‘공용 ID체계’를 취하다 보니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개별 지식정보를 끌어내기 힘들었던 점을 감안, ‘1인 1ID 체계’를 도입했다.

 이밖에 사전에 전체 집합교육, 활용책자 배포, 도움말 기능 프로그램 장착 등을 통해 신규 시스템 도입시 조직원들이 활용법을 몰라 겪게 되는 혼란을 막는 데 힘썼다. 시스템 가동후에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용 관련 질의응답코너를 마련해 조직원들이 K-뱅크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K-뱅크는 인포몰(각종 실적표·은행경영정보·산업기업정보), 오피스(보고서·업무제안·경험&사례), 커뮤니티(열린대화방·국은소식지·신착도서정보), 데이터뱅크(규정지침·법률도우미·세무상담) 등 총 7개 분야 5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조직원들은 임원진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의 ID를 발급받아 K-뱅크에 접속,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정보를 등록하고 또 다른 사람이 올려 놓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이 은행 총무부에 근무하는 원문희 대리(39)는 “컴퓨터 활용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대부분의 직원들이 하루일과를 K-뱅크 접속으로 시작한다”며 “예전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타 부서의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업무추진은 물론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은행도 K-뱅크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지식공유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아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은행 정보시스템부의 정진백 수석부부장은 “아직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정보 모두를 공유하는 것을 꺼려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식마일리지에 기반한 포상제도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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