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교수 swlee@mm.ewha.ac.kr
얼마전 국산 데이터베이스(DB) 성능 모니터링 도구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는 업체의 소식이 들렸다. DB와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SW) 상용화는 어려울지 몰라도 DB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SW는 국내 기술력과 인프라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국내 IT시장에서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웨어하우스(DW), 데이터마이닝, 지리정보시스템(GIS), 확장성표기언어(XML),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IT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의 한가지 공통점은 그 핵심에 반드시 DB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DB성능관리를 얼마나 제대로 했느냐는 것이다.
DB에서는 효과적인 튜닝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튜닝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자동차 튜닝을 통해서 차의 속도를 시속 100㎞에서 150㎞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의 처리속도를 빠르게 하는 작업이 DB튜닝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튜닝과 달리 효과적인 DB튜닝은 DB시스템의 전체 처리속도를 최소 수 배에서 많게는 수 십배까지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DB튜닝이 왜 중요하게 부각되는가. 우선 기업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몇년간 기업의 데이터 양이 9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특히 컴퓨터 하드웨어 발달속도를 대변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르면 하드웨어 처리 속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나므로 기업에서 데이터 처리를 위해 소요되는 총 시간도 같은 기간에 두 배로 늘어난다는 산술이 성립하게 된다.
둘째 DB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정보시스템은 최고경영자(CEO)부터 주부까지 DB의 데이터를 접속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어 DB사용자 층이 급속하게 넓어지고 있다.
셋째 이들 사용자는 단순한 질의에서부터 온라인분석처리(OLAP)와 데이터마이닝까지 요구되는 엄청나게 복잡한 질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정보시스템은 점점 더 빠른 응답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B2C 기업의 경우 웹을 통해 상품내역을 조회하고 구매하는 경우, 응답속도는 바로 제품 구매량과 직결되며 이는 결국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B2C분야에서 실시간 개인화 기능이 요구됨에 따라 DB와 연동된 시스템의 속도는 더욱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DB튜닝은 더 이상 기술 영역이 아니라 기업 업무 생산성 및 수익성과 관련된 부분이며 하드웨어 증설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데이터 처리 요구사항에 대해 투자대비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대개 DB튜닝 전체과정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DB가, 어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 그리고 어떤 질의가 시스템 전체의 속도를 저하시키는가를 파악하는 기술, 즉 DB 성능 모니터링이다. 문제점을 파악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튜닝 과정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이다. 수천개의 사용자 질의가 동시에 DB에서 수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DB성능 저하는 2∼3% 미만의 질의가 DB전체 자원의 95%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제를 야기하는 사용자나 질의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성능 모니터링의 역할이다.
그러나 ERP나 OLAP 등 각종 정보시스템이 패키지화돼 있고 도구에서 자동적으로 DB와 인터페이스를 한다는 점에서 DB성능 모니터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DB 스키마 구조 파악이 어렵고 어떤 순간에 어떤 질의가 수행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준높은 차세대 DB성능관리 툴의 출현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DB성능 모니터링 툴을 자체 개발하거나 성능관리 분야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일부 외산 DB성능관리 업체들이 매출의 3분의 1을 한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국내 업체들이 어느 정도 안방시장을 지켜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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