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9)국제 표준 개발 시급

 ‘글로벌 스탠더드를 겨냥해라.’

 21세기 주력 분야의 하나로 부상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첫 걸음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표준 개발이다. 단순히 국제 표준을 따라 가기보다는 표준 자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힘을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가 21세기 신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산업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면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확보나 경쟁력있는 콘텐츠 개발 못지 않게 이제는 글로벌 표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를 국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다행히도 국내는 디지털 유통에서 전자책(e북), 고선명도 단말기 플랫폼, 실시간 저작기술, 저작권 보호기술(DRM), 모바일 콘텐츠까지 차세대 콘텐츠의 제작·유통·서비스 표준과 관련한 기본 인프라를 갖춰 놓고 있다. 정부에서도 표준 개발에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당면 과제로 삼고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콘텐츠 표준화를 이룬다는 방침 아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표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선점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장기간 유지되지 않은 추세여서 우리나라의 정보 인프라와 벤처기업, 문화적 독창성을 이용하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 관리기술(CMS), 웹 캐스팅의 스트리밍 기술 등 디지털 콘텐츠의 인프라 측면에서 표준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와 함께 DRM·e북 등 새롭게 진행되는 디지털 콘텐츠 국제 표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또 인력·자금·기술·정보·판로 등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핵심 요소가 적시에 공급될 수 있는 산업 시스템 구축에도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기술개발, 표준화, 식별체계 등 관련 산업 기반 조성 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디지털콘텐츠기술진흥원’ 설립도 추진중이다.

 문화부 역시 문화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디지털 콘텐츠 표준화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8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설립했으며 여기에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키로 했다. 진흥원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유망 콘텐츠 업체 육성과 콘텐츠 기술 개발, 표준화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흥원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 표준화 모델이 시급하다고 보고 각 요소 기술을 통합한 시범 사업을 단계적으로 벌여 나갈 계획이다. 우선은 e북, 음악 파일을 대상으로 사업에 나서며 점차 동영상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콘텐츠 표준화와 관련한 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역시 무선 인터넷과 e북이다.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미들웨어 플랫폼 표준화의 윤곽이 확정됐다. 표준화의 골격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솔루션과 콘텐츠를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미들웨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자적인 개방형 미들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퀄컴 ‘브루(BREW)’,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자바VM’ 등 외산 플랫폼 공세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유도,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과 업체 전문가로 과제 협력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보완·수정해 초안을 마련한 후 3월 말 단체표준(TTA표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기술 개발 업체도 △플랫폼 △호환성 평가도구 △SW 개발키트(SDK)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

수, 내년 6월께 1단계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e북 문서 표준화도 급진전되고 있다. 한국 전자책컨소시엄은 자체 개발한 한국 전자책 문서 표준인 ‘EBKS(eBook Korea Standard)’를 선보였다. EBKS는 미국과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XML을 기반으로 해 앞으로 미국·일본의 e북과 상호 호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BKS는 국내 e북 문서의 사실상 표준으로 앞으로 e북 업체는 표준에 맞춰 콘텐츠와 솔루션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동일한 e북 표준안에 따라 만들어진 콘텐츠와 솔루션도 상호 교환할 수 있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서비스 업체끼리의 중복 투자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이밖에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DRM 분야에서도 산업계가 정부와 공동으로 혹은 자체적인 표준 개발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도 디지털 콘텐츠의 많은 분야가 표준화와 관련돼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또 부처별로 혹은 정부와 산업계가 독자적으로 움직여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표준화와 관련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렇게 수립된 ‘표준화 로드맵’을 기준으로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표준화는 세계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면도 있지만 자원의 낭비를 막아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하다’는 명제가 당위적인 구호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산업계·학계가 이해 관계를 떠나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특별 기고/김명준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터네서비스 부장)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모습은 5년 전 소프트웨어산업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국내 시장 규모를 보면, 지금은 세계 시장의 2∼3% 정도, 2004년경에는 4∼5%까지 성장할 소프트웨어산업도 그 당시에는 1% 정도였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산업 규모 역시 세계 시장에서 1% 미만이다. 두번째는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소프트웨어산업의 기회는 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이었다. 현재 2700만 인터넷 사용 인구수가 5년 전 1997년에는 100만명이었다는 사실은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인터넷의 빠른 성장을 간단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위해서는 이미 초고속인터넷이 650만 가구에 보급되었고 올해 말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며, 1년 내에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런 기회를 앞에 두고 올해 정부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였다. 기본 목표를 2005년까지 1만개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를 육성하고, 수출을 100배로 확대해 디지털 콘텐츠 7위권 국가(C-7)로 진입하는 것으로 잡고, 기술 개발과 표준화 추진, 비즈니스 환경 개선, 전문기업 육성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특히 기술개발과 표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관련 산업의 발전에서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디지털 콘텐츠 관련 국제 표준화의 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그 범위가 넓고 많은 단체가 난립해 다양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콘텐츠 표현과 관리 기술 분야에는 JPEG2000, MPEG7, SQL4, Bublin Core, OEBF, X3D, XML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관리 표준화 분야에서만도 MPEG21, XrML, ODRL, CSS, XSL, W3C DRM, IETF DRM, OPIMA, EBX, DOI, INDECS, SDMI, STEP2000 등이 있다.(보다 자세한 각 내용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차세대 콘텐츠 기술개발 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 2001.8.31 참조) 이와 같이 많은 표준 전투장에서 MS는 직접, IBM은 자기가 지원하는 전문 회사를 내세우는 방법을 이용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선발 전문기업이나 벤처기업도 회사의 사활을 걸고 각자 자기의 제품을 표준화에 반영하려고 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연구소나 기업들이 각자 여러 관련 분야에서 그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해 표준 도입을 위해 국제표준 활동에 참여하였고, 무선 인터넷이나 멀티미디어(MPEG) 분야에서 활발하게 참여한 결과 우리의 표준안이 채택되는 결실도 얻고 있다. 또 국내 표준 활동을 체계적이고 집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최근 국내 디지털 콘텐츠 포럼과 워킹그룹이 속속 구성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포럼, MPEG-코리아/MPEG21, DRM(Digital Right Management) 워킹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표준화와 기술 발전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콘텐츠 유통 표준화는 콘텐츠 분야별로 여러 표준단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워터마크 표준화의 경우에는 SDMI, STEP2000 등의 시험을 통과한 인증된 워터마크 업체 주도로 표준화 작업이 시작되는 단계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발족한 국내 DRM 워킹그룹을 포럼 중심으로 MPEG-코리아/MPEG21과 협력해 산·학·연 공동으로 국외 DRM 관련 표준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동으로 국내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워터마크 분야에서는 오디오나 정지 영상 워터마크는 우리도 세계 수준이므로 지금이라도 세계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콘텐츠 유통 모델 표준화는 기존의 오프라인 모델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형태와 처음부터 온라인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나누어진다. 이 과정에서 특히 온라인 표준안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정되다보니 우리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콘텐츠 저작권 관리 대행사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환경에 맞는 유통 모델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향후 나타날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유통 기술과 표준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무선과 온라인 게임 콘텐츠 그리고 e북은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분야고, 디지털방송 콘텐츠· 애니메이션·가상현실 콘텐츠 분야는 새롭게 시작하므로 이들 분야에서 집중적인 국내 표준을 개발해 그 결과를 국제 표준에 반영함으로써 산업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과 표준 수준에서도 C-7 국가 진입을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참조>약력

 이름:김명준

 생년월일:1955년 8월 7일(46세)

  78.2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이학사),

 80.2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이학석사),

  86.5 프랑스 낸시(Nancy) 제1대학교 응용수학과 전산학과(이학박사),

  80.2∼ 81.6 아주대학교 종합연구소 연구원,

  81.10∼ 1986.5 프랑스 낸시 전산학 연구소(CRIN) 연구원,

  86.7∼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책임연구원,

  컴퓨터·소프트웨어 기술연구소 인터넷서비스연구부장

 93.1∼ 93.12 프랑스 나이스소피아-안티폴리스대학 방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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