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현대정보기술 김선배 대표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남에서 북으로!’

  현대정보기술 김선배 대표(51)는 오늘도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달 들어서는 거의 모든 일정을 해외에서 소화해 낼 정도다. 어느날엔 멕시코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정보화 과정에서 쌓은 자사의 이점과 솔루션을 소개하는가 하면 또 어느날엔 베트남 금융정보화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어느새 그는 필리핀과 중국의 정보화 프로젝트 수주전 현장에 있다.

 “해외진출만이 살 길입니다. 불황일수록 해외로 나가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시스템통합(SI) 업계도 이제는 국내에만 안주해서는 결코 비전이 없다는 얘기지요. 이제는 개척자와 같은 초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그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합니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새벽 산행을 해야 할 정도로 등산에 푹 빠진 김 대표가 해외사업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국내 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또 회복의 기미가 좀체로 보이지 않는데도 출혈경쟁을 일삼는 국내시장을 붙들고 있기보다는 다소 어렵기는 새벽산행을 하는 마음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희망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김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더욱이 문화적 배경이나 정치적 배경이 다른 제3국을 뚫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맥이나 사람관계는 더더욱 그렇다. 선진국과는 달리 개발단계에 오른 국가들은 대부분 정치적 입김이 센데다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해외에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해외사업본부를 대폭적으로 개편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단순조직 형태의 해외사업본부를 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등으로 세분화하고 이를 지역별 전문화 영업체제로 바꿈으로써 본부장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표이사는 이들 지역을 전방위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후방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프로젝트가 있는 곳이라면 지구촌 어디든지 그의 발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 다녀온 멕시코가 그렇다. 멕시코는 현재 정보화를 통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범국가적인 ‘e멕시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e멕시코’의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 참여 결정은 어찌보면 결단성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LGEDS나 삼성SDS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서 보여준 그의 판단력은 빠르고 명쾌하다. 물론 그의 이러한 판단력의 한가운데에는 디지털무한이라는 벤처기업과 멕시코 현지의 테크만인터내셔널이라는 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협력해 해외SI시장 개척에 나서 성공하는 좋은 선례를 가능한한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는 디지털무한과 테크만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e멕시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뛰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내 서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멕시코 이외에도 칠레와 브라질·과테말라 등지의 SI시장 개척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지역의 각종 IT전시회에 참가한데 이어 별도로 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에만 멕시코·베네수엘라·베트남·필리핀·중국 등을 다녀올 정도로 의욕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벌써부터 여권의 사증 페이지가 모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독특한 이력에 근거한다. 뉴욕대 MBA인 그는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에서 다양한 해외업무 경력을 쌓았으며 이후 현대정보기술 창립멤버로 입문하면서 두드러진 역할로 시선을 모았다. 특히 금융사업본부를 이끌면서 터득한 금융분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굵직한 해외 금융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보여줘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SI선두 업체로서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바로 그것이다. 해외SI사업의 기치를 올리기는 했지만 해외사업이 만만치는 않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인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데다 문화적인 이질감마저 극복해야 하고 또 국내 업체간 협력관계 역시 녹녹치 않다.

 따라서 활발한 해외 정보화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와는 차별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 국내 SI사업 해외진출의 물고를 튼 베트남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사업과 지난해 파키스탄 중앙은행 자동화시스템사업 등 선진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김 대표는 이와함께 “해외 프로젝트는 IT에 앞서 그 나라의 문화, 법적 제도, 관습 등에 대한 사전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화 솔루션을 선정하는 안목을 갖춰 타깃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솔루션을 선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결국은 프로젝트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세계표준을 적용해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도 잊지 않는다.

 그는 또 “올해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e멕시코’ 프로젝트와 중국·필리핀 프로젝트의 가시화를 위해 현대정보기술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 취임초 내세운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World Best Business Partner)’로 현대정보기술을 자리매김하는데 진력할 것”이라는 목표도 밝혔다.

 박승정기자

 

 <프로필>△

 김선배(金善培) 대표

 

 △50년 서울 출생

△7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91년 뉴욕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99년 KAIST 최고정보경영자과정 수료(1999)

 △75∼77년 한국외환은행

 △78∼86년 현대건설 기획관리실, 국제금융경리 차장

 △86∼93년 현대증권 국제금융부장, 뉴욕사무소장

 △93∼95년 현대정보기술 관리본부 재정담당 이사대우

 △96년 현대정보기술 경영기획실장 이사

△97∼98년 현대정보기술 경영기획실장 겸 금융사업본부장

 △99∼20000년 현대정보기술 경영지원본부장 상무

 △2000년 12월 현대정보기술 COO

 △2001년3월∼現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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