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주년>위기의 e비즈니스와 x인터넷-포레스터리서치 조지 콜로니 회장

 계속되는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e비즈니스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업인 포레스터리서치의 회장겸 CEO인 조지 콜로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불요불급한 곳 말고는 투자를 자제하는 e비즈니스에 대한 각성상태를 유지시켜 미래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그는 앞으로 e비즈니스가 다시 활성화될 때쯤이면 인터넷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이 웹에서 X(eXecutable) 인터넷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콜로니로부터 현재의 e비즈니스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과 X인터넷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기 동안 ‘e’와 관련해 무엇을 하겠는가. 주어진 예산은 제한받기 시작했으며 많은 닷컴 기업이 도산했다. 이같은 때에는 혁신보다는 생존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값비싼 기술노력에 대한 투자를 삼가는 것이 만일 감원을 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누군가는 “왜 e비즈니스가 바로 동면에 들어가 잠을 자도록 하지 않느냐”고 물을 것이다.

 좋은 질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91년의 비즈니스와 2001년의 비즈니스 사이에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과 고객은 즉각적인 셀프 서비스 처리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선(wire)으로 묶여 있다. 경기가 침체기에 있든 아니든 이 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제너럴일렉트릭의 고객처럼 공격적이거나 진취적 성향의 고객을 갖고 있는 기업은 경기가 도전을 받고 있는 동안이라도 더욱 선의 영향력에 지배를 받게 된다.

 따라서 “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e’를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미국의 대철학자인 제임스 카바일의 말처럼 답변을 할 수 있다. “고객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는가.”

 이같은 설명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안겨준다. 주어진 자원이 한정적일 때 기업의 e비즈니스중 어떤 부분을 동면에 들어가도록 하고 어떤 부분을 깨어있도록 해야 하는가.

 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차갑고 굳건한 시각을 가져라.’ 만일 고객이 기술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방관자적 시민이라면 기업은 외부로 향하는 e비즈니스와 관련한 노력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만일 고객이 온라인 주문·속도·온라인 서비스·기술 상품 등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e비즈니스와 관련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미래 고객에 대한 차갑고 굳건한 시각을 가져라.’ 만일 기업이 지금으로부터 3∼5년 뒤의 Y세대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기업은 당장 온라인 브랜드를 가져야만 한다. (메릴린치·몬스터닷컴·아메리칸에어라인스·소니·도요타 등의 사례에 귀를 기울여라.) 온라인 브랜딩은 낮잠을 즐길 여유가 없다. 경기침체 기간에도 자연스럽게 추진돼야 하며 값싼 온라인 광고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펩시는 수퍼볼 기간동안 야후를 이용한 대대적인 온라인 광고로 350만건의 고객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일인용 음료의 판매가 5% 신장됐다.

 ‘백엔드시스템의 개선이 고객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손을 대지 마라.’ 능률을 앞세운 프로젝트를 피해야 한다. 관련 업체들은 고객이 돈을 씀으로 해서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그같은 프로젝트는 경기침체가 끝날 때까지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만일 현재 기술로 비용을 절감하고 싶다면 불필요한 공급업체를 배제하고 몇가지 표준으로 규모를 낮추어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

 ‘어쨌든간에 2∼3건의 장기 e비즈니스 프로젝트는 각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 침체는 언젠가 끝날 것이며 그동안 정보기술은 낮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경기침체기 이후 기업들은 아주 신선한 새로운 비즈니스 수행 기술을 접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로는 X인터넷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새 고객시스템·제조시스템·협력도구·고객접근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따라 경기 침체가 끝난 후 큰 차이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같은 프로젝트가 자원이 부족해서 지연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2002년 2분기나 3분기까지는 준비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는 잘못된 조직적 실수를 가져올 수 있다. 일반적인 기업은 e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정보화담당관(CIO)를 둔다. 그러나 CIO가 e비즈니스의 뼈대를 책임지기는 하지만 추진자는 아니다. 기술과 마케팅 기술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간부가 CIO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은 고객과 새로운 브랜딩 기법, 새로운 기술 등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기업은 경기침체 동안 e비즈니스 주도권을 잃어 시장 점유율도 함께 내려갈 것이다.

 북미 고객의 7%는 이미 보험에서 잡화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려 한다. 이같은 고객들은 구매에 앞서 기업의 웹 사이트로 가서 그들의 제품이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한지부터 확인한다.

 해답 4가지 중 처음 2가지를 실패하는 기업은 e비즈니스가 동면에서 깨어날 때 약간의 파이를 차지할 것이지만 2000년초의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여러 분기가 필요할 것이다.

 기술 제품의 가격은 앞으로 24∼36개월간 위축될 것이다 이는 선, 시스코, EMC 등의 IT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장기 계약을 줄이는 대신 헐값 거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IT 기업이 회복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며 특히 네트워킹 분야의 경우, 일부는 동면기간 중 생존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36개월 후 기술제품 가격의 상승세에 불을 붙이는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참혹한 기간을 버텨내는 생존 기업들은 훗날 경쟁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가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e비즈니스가 위축되면서 이와 관련한 과대광고가 포브스·비즈니스위크·CNBC 등에서 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인터넷은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경제의 미용체조를 막 끝냈을 뿐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경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많은 이들은 인터넷과 웹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나와 전세계의 3억명이 이어지는 선의 일부분일 뿐이다. 웹은 우리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나와 다른 사람을 이은 선 끝에 놓아둔 소프트웨어다.

 인터넷이 점진적으로 전개된 반면 인터넷의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은 빨리 변한다. 웹 이전에 인터넷의 지배적인 소프트웨어는 WAIS, 고퍼, 유즈넷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소프트웨어 모델을 상거래에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와 마크 앤드레슨의 등장으로 기존 시스템은 어느 순간에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웹이 오랜기간동안 생명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만났던 한 미디어 간부도 “웹은 TV와 같다. 20∼30년간은 지속될 것이며 그곳에는 웹의 ABC, CBS, BBC, NBC 등이 존재할 것이다”고 말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다른 소프트웨어 기술이 등장하면 이는 웹이 뉴스, 고퍼 등을 고사시킨 것처럼 웹을 죽일 것이다. 심판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25년 후가 아니라 2∼3년 내로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소프트웨어가 대체할 것인가.

 웹 커뮤니케이션이 페이지의 교환을 통해 이뤄진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 모델은 실행파일(프로그램·eXecutable)을 이용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는 책을 읽는 것과 친구와 대화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의 모든 페이지는 재미있고 교훈적이지만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 없다. 또 책과 협력해 업무를 달성할 수도 없으며 책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해 주지도 않는다. 실행파일 기능이 부여된 인터넷은 양방향대화가 가능하다.

 미래의 사이트는 서버가 사용자의 PC 또는 이동전화 단말기에 로드되는 프로그램을 전송해준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선의 양쪽 끝에 두뇌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는 양방향의 가치있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작업은 양쪽에서 수행되며 풍부하고 적당한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필자는 이것을 실행가능 인터넷 또는 X인터넷이라고 부른다. X인터넷은 웹에 비해 다음과 같은 장점을 제공한다.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다.

 △높은 대역폭을 수단화해 준다. 웹이 많은 수의 페이지를 주고받는데 비해 X인터넷은 연결이 이뤄지면 작은 수의 데이터만이 오간다.

 △서버 중심의 웹과는 달리 보다 동배간(P2P)의 구조가 될 것이다.

 이같은 X인터넷의 시나리오는 바이러스나 표준의 부족이라는 2가지 위협에 의해 어긋날 수도 있다. 실행파일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기 시작하면 바이러스는 증식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게 된다. 표준 문제는 X인터넷의 빠른 도래를 방해할 것이다. 필자는 MS, 선, IBM 또는 다른 기존기업이 표준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 X인터넷의 디자인은 웹이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연구·공개소스·학교 등을 통해 나올 것이다.

 웹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은 언젠가 그들의 손에 수억달러어치의 못쓰게 된 소프트웨어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브랜드가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들의 기술은 어느날 갑자기 유행에 뒤떨어지게 된다. 야후, e베이, AOL은 X인터넷의 월등한 기술을 사용한 마케팅·납기·서비스 등으로 무장한 신생 경쟁자의 물결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나쁠 것이 없다. X인터넷을 앞세운 신생기업이 웹 인프라스트럭처와 웹 커머스 기업들을 제거하면서 물결을 이뤄 투자대상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X인터넷의 등장은 동배간(P2P) 네트워킹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 X인터넷의 ‘스마트 에브리웨어(smarts everywhere)’ 설계는 새로운 냅스터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법원, 의회, 정부, 기업들은 경제적인 톨게이트와 대교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로 무장되고 통제하기 어려운 이들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특히 글로벌 2500 기업이라면 이같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즉 기술자들의 능력 점검과 조직개편은 물론 기존 웹 사이트를 대체할 X인터넷을 준비하고 웹 중심의 공급업자를 정리해야 한다.

 

◆조지 콜로니

 조지콜로니는 포레스터리서치의 창업자로 현재 CEO겸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그는 분석가로서 21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 글로벌 사설망, 인터넷 등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수단화하도록 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석가로 그의 분석은 월스트리트저널, 런던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와이어드, 비즈니스위크, 포븟, 뉴욕타임스 등의 유력 매체가 종종 인용한다.

 그는 올해초 인터넷 업체들이 적자투성이의 대차대조표보다도 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이들 업체의 CEO는 경험뿐 아니라 일반적인 경영에 대한 상식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한 ‘속빈닷컴(Hollow.com)’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놓아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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