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e마켓 부장의 하루

 “핵심부품의 구매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하세요. 가격협상도 마찬가집니다. 단지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작성하는 세금계산서, 산더미같은 종이문서에서 이제는 해방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내 굴지의 A전자에서 구매업무만 12년동안 해왔던 J부장. 한때 연간 5000억원, 3000여종의 구매물량을 주무르던 그의 요즘 주 업무는 중견 전자업체들을 돌아다니며 e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한 온라인 구매를 설득하는 일이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라는 ‘갑’의 위치에서 전자 e마켓의 기획, 세일즈 담당 부장으로 변신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단다. 단지 국내 기업들의 구매관행을 누구보다 잘아는지라 B2B를 이용한 구매가 정착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J부장은 B2B 설파를 위해 두가지 해법을 갖고 업체들에 다가간다. 우선 구매부서가 경계하는 업무범위 축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설명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는 어디까지나 거래처와의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강조, 구매부서를 안심시킨다. 온라인 구매를 통해 마치 오프라인 업무가 다 없어질 것처럼 말하는 일부 e마켓들의 주장에 식상해 있던 구매직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인 셈이다.

 “전략구매는 어디까지나 직접 발로 뛰어야 됩니다. 여러분들의 힘든 전략구매처 발굴을 위해 e마켓은 다른 제반업무의 온라인화로 지원할 것입니다. 온·오프라인의 균형을 통해 구매의 묘를 살려보십시오.”

 거래처 사장실에서 보는 J부장의 모습은 또 다르다. ‘경비절감’과 최고경영자의 ‘선택’을 강조한다. 온라인 구매를 통한 경비절감 사례에 의문부호를 찍는 경영인들을 아직 못봤다고 한다. 인식은 하지만 쉽게 결정을 못내릴 뿐이다. 결국 마지막 문제는 이들의 선택이다. 온라인 구매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강한 의지야말로 문제 해결의 키라는 생각은 요즘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그래 J부장, 구매팀과 한번 얘기해봐.” 엇비슷한 사장님들의 주문을 뒤로 한 채 그의 힘든 영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경제부·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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