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호 엔에스컨설팅 상무·경기대 교수
세계의 금융가의 핵심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붕괴됐을 때 다수의 금융보안전문가들은 세계 금융 및 무역질서의 붕괴를 우려했지만 현재 나스닥을 비롯한 주요 금융시스템 및 은행·보험·증권 등 세계무역센터 내에 있던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1∼2일내에 서비스를 재개시켰다. 이는 그동안의 많은 경험을 기반으로 일찍부터 시간단위, 하루단위, 일주일 단위로 개별 자료를 새로운 전산시스템에 백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 증권사의 장애로 인해 백업센터 설립붐이 일었지만 일반기업을 제외하고는 도입이 연기된 국내 실정과 대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폭탄 테러 및 사이버테러로 인한 금융기관 전산시스템의 일시적인 장애를 넘어서 지진 및 홍수, 태풍에 이르는 모든 재해를 일괄지원하는 ‘종합 재해복구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은행, 증권, 보험 등 분야별 공동백업센터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즉 미국의 대표적인 A은행의 경우 빌딩붕괴에도 불구하고 전지점이 평소업무를 진행하는 등 완벽한 재난복구 시스템이 돋보였으나 국내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기관별 재해복구 시스템 현황 및 보안성 검토결과’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이 재해 등 비상사태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백업센터는 현재 운영중인 전산실이 마비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 전산망인데 국내에서는 코스닥 증권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업센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일부 증권사들이 백업센터를 계획하고 있지만 막대한 설치 자금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나마 은행분야는 총 22곳 중 14곳이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춰 비교적 높은 구축률을 보였지만 증권사의 경우 국내 45개사 중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갖춘 곳은 세 곳에 그쳤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경우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나라도 은행·증권·보험·화재 등 분야별 ‘공동백업 및 재난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사료된다. 많은 수의 금융기관이 제각기 백업센터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은행 등 분야별로 구축하고 ‘해킹 등 사이버테러에 공조하는 대응체계’가 절실하다. 국내의 금융·항공·전력·가스·수송 등 대규모 정보보통신기반구조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테러 대책을 서두를 때이며 특히 인천국제공항, 한국통신 및 은행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점을 해당 은행·증권사 등이 개별적으로 구축시에 드는 천문학적인 경비보다는 이를 공동으로 금융결제원 등에 구축해 사이버테러·지진·화재 등으로 전산센터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복구에 필수적인 백업 및 서비스재개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증권사·보험회사 등 백업전산센터가 필수적인 업체들은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으며 해킹 등 사이버테러에 대비한 공동대응체계를 효율적으로 갖추게 된다.
또한 국가차원의 사이버테러에 대응하는 국가재난센터를 설립하고 행정전산망 등 국가기간전산망의 데이터베이스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의 분야별 공동백업센터를 설립해 비용효과적으로 문제점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통신도 비상시 국가의 전화·인터넷 등 모든 기간통신망의 백업망 및 타사업자와의 연동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고 이를 운영할 사이버상황실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국가차원의 운영시스템에는 K7등급수준의 최고 난이도 정보보호제품이 시급히 개발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제품공급도 국가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방위산업이 육성돼야 하고 이를 통해 국내 정보보호시장 활성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계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tiger@netns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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