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대학가-"도전정신에 불타는 여성이 아름답다"

 ‘젊음의 패기+도전정신+여성의 섬세함=여대생 벤처.’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젠 창업에 대한 관심이 여대생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능력있는(?) 남성을 만나 현모양처가 되거나 대기업·외국계 기업에 입사해 안정적인 샐러리맨의 생활을 꿈꾸는 모습은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3월 전국 153개 4년제 대학 4학년 여학생 6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1.8%가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특히 기존 기업에 비해 창의성과 개성을 보다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여대생들의 벤처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학 재학중 벤처를 창업,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여성 벤처CEO들도 늘고 있다.

 지난 99년 대학 재학중 인터넷 카드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던 인터카드넷의 김경진 사장(이화여대),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연세대), 무선인터넷 솔루션 업체 이매그넷의 권선주 사장(고려대) 등은 현재 재학중이거나 재학 당시 창업에 성공, 활발한 기업활동으로 여성파워를 뽐내고 있는 여대생 벤처 출신 경영자들이다.

 이들은 인터넷과 벤처가 키워드가 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시대가 낳은 n세대 신경영자군으로 현재도 벤처 붐과 침체의 굴곡을 겪으며 자신들의 기업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들처럼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벤처창업동아리들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중기청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 대학생 창업동아리는 총 503개로 약 1만18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벤처창업동아리도 이화여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배화여대, 한양여대, 성신여대 등 6개 여대를 중심으로 현재 11개 동아리가 결성돼 있다.

 이화여대와 배화여자대학의 경우엔 현재 각각 서너개의 벤처동아리가 결성돼 재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 동아리는 지도교수와 함께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모교 출신 벤처기업들과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거나 업무보조로 나서 적극적인 벤처 엿보기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청이 개최한 ‘제5회 전국대학생 창업경연대회’의 최고 영예인 최우수상은 여성 참가자인 한국산업기술대의 김현진양이 차지할 만큼 여대생의 창업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강의과목에 ‘여성과 인터넷비즈니스’가 개설되는가 하면 YWCA 등 사회단체에서도 여대생 창업워크숍 등을 개최, 여성창업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 

◆권선주 이매그넷 사장

모바일 게임 및 솔루션 전문업체인 이매그넷(http://www.emagnet.co.kr)의 여덟 식구를 이끌고 있는 권선주 사장(23)의 9월은 매우 분주하다.

 새로 개발한 모바일 결제솔루션 마케팅으로 바빠진 데다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미술교육학과 조소전공인 그가 창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권 사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PC통신의 ‘SF동호회’ 시솝으로 활동중 3명의 회원 친구들과 함께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무선인터넷 게임을 사업아이템으로 삼고 서울 신림동에 소재한 20평 규모의 지하창고 페인트 작업을 시작으로 벤처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초기 벤처기업이 그러하듯 권 사장에게도 창업자금 조달은 쉽지 않았다. 카드사의 대출과 부모님, 친구들의 온정(?)으로 어렵사리 5000만원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지금도 그 돈 갚느라 허리가 휘고 있어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벤처창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게임을 개발했을 때 한 이동통신회사에서 테스트로 만들어 둔 사업제안 사이트에 제안서를 올려두고 기다린 적이 있었죠. 테스트 사이트란 걸 몰랐던 저는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한달 뒤 이동통신사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개발한 게임을 공급할 수 있게 됐죠.”

 당시 경험은 권 사장에게 ‘비즈니스는 발로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안겨줬다. 이후 적극적인 성격의 권 사장은 창의성과 패기를 무기로 냉엄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매그넷이 내놓은 무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앤츠’가 이동통신사의 게임콘텐츠 가운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지난달말엔 인터넷 결제솔루션 업체인 페이게이트의 박소영 사장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솔루션 ‘X-페이’를 선보이며 여성 동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요즘 운동삼아 즐기는 것은 남성들에게도 생소한 ‘격투기’. 올해 2월부터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배우기 시작한 이 운동의 매력으로 그는 ‘뚜렷한 목표’를 꼽았다.

 권 사장은 요즘 ‘불꽃 튀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졸업전시회에 선보일 철조 작품 제작을 위해 용접봉에 불을 댕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중엔 한두번 과제제출과 교수면담을 위해 학교를 찾는다.

 그는 “벤처특성상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지만 밤을 꼬박 새는 것은 대외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한 피한다”면서도 “그래도 집에서 일하기는 싫어 새벽녘 단골 택시 손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권 사장은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대학생 창업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지금의 이매그넷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기대 만큼이라면 3년 뒤 무선인터넷의 강자 ‘이매그넷’의 CEO로서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 함께 하는 우리 식구들의 능력을 신뢰하니까요.”

 아직은 주변의 호기심 섞인 관심을 얻고 있는 그지만 한마디 한마디 힘줘 얘기하는 모습은 오랜 경험을 가진 CEO의 그것이었다. 30년 뒤 철학과 미학 연구를 또다른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권 사장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벤처 이야기가 기대된다.

 

◆김경진 인터카드넷 사장

지난 99년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재학중 인터넷카드 서비스 업체 ‘인터카드넷(http://www.inter-card.net)’을 창업, 20대 여성 벤처CEO 중 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경진 사장(23). 그가 말하는 학생 창업의 키포인트를 알아봤다.

 △창업멤버 개인간 목표 공유=학생 창업은 자신의 사업을 통해 오너의 꿈을 실현하거나 취직·진학 전에 경험을 쌓기 위한 경우 그리고 생계를 위한 경우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목표 아래 만난 창업 멤버들은 동아리 형태를 벗어나 개인사업자 등록 또는 법인화 이전에 각자 설정한 목표를 서로 공유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각자의 목표 달성도를 파악할 수 있고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위한 역할분담도 명확해진다.

 △창업멤버 다양화=창업동아리들은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되기보다 경영대, 공대 등 비슷한 전공계열의 학생들이나 과내 같은 학번 친구들 위주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 이 경우 대부분 균형감을 상실하기 쉬워 사업화하지 못하고 동아리 차원에 머물고 만다. 창업을 위해서 마음이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능력과 적성을 평가해 적절한 멤버를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학교생활은 충실하게=법인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앞두고 휴학을 결심할 당시 주변으로부터 ‘빌 게이츠’를 운운하며 학업을 중단하는 게 어떠냐는 농담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사업은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지금의 열정을 간직하고 어느 정도 사회경험을 쌓은 뒤 창업에 나설 것을 권하는 편이다. 또 대학 관계부서와도 지속적인 연관을 맺어 자신들의 활동을 적극 홍보할 필요도 있다.

 △창업지원센터 활용=대학창업지원센터는 신생업체들이 갖는 창업초기의 고민과 해결책을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된다. 인터카드넷도 한 인큐베이팅기관에 입주하면서 접촉하기 힘든 각계 전문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저렴한 입주조건과 함께 구체적인 인적·물리적 지원 인프라를 갖춘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외이사제 활용=학생 창업기업은 주변의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사 내부사정을 반영한 적절한 해결책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고 회사의 내부사정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외부인사들을 사외이사로 확보해 보다 밀착된 자문을 얻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이미지 확립=가끔 비즈니스 과정에서 여전히 인터카드넷을 학생기업으로 보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회사차원의 작은 실수도 프로답지 못한 학생들의 어설픈 실수로 비춰지기도 한다.

 외형적인 모습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에선 기업에 대한 평가요소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학생창업 벤처는 아마추어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진보적인 규정과 자유분방함을 갖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일반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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