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분야는 섬세함과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이어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때문에 각 홍보대행사의 AE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80% 가량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PR 업계의 여성 CEO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90년대 초반부터 홍보대행사 시장을 일궈온 정혜숙 링크인터내셔널 사장을 비롯해 90년대 후반 벤처붐과 함께 시작한 이지선드림커뮤니케이션 사장, 그리고 최근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오미라 레츄노피알 사장까지 국내에서 활약중인 PR업계 여성 CEO는 10명 내외로 추정된다.
이들 여성 CEO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못해 더디게 발전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제품과 기업을 세상에 알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 보자는 생각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맞춰줬지만 요즘은 단순 대행업무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홍보기획 및 전략수립 등 마케팅 컨설팅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키며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들 여성 CEO는 몇가지 특징 및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영문과 출신이 많다. 정혜숙 사장, 이지선 사장, 오미라 사장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는 국내 홍보대행사의 역사 및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초기 홍보대행사는 대부분 외국계 기업을 고객으로 맞아들였고 영어를 전공한 이들이 여기에 접근하기 수월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지선 사장이나 김명희 델타IMC 사장처럼 기자출신도 상당하다는 것. 홍보대행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일이고, 그 다음이 여러 사람을 만나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일이다. 기자들의 기본 작업의 연장선인 것이다.
김명희 사장(39)은 PR나 마케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걱정스런 주위의 시선을 뒤로 한 채 IT전문 마케팅 대행사 ‘델타’를 설립했다. 86년 서강대학교 이공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87년부터 전문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인맥을 무기로 내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인텔, 선, 맥스터, 노벨, BMC 등 외국 IT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을 맡으면서 경험을 쌓았고 2000년에 결국 통합 광고·홍보 마케팅 대행사 (주)델타IMC로 법인 전환했다.
홍보대행사 업계의 대모(?)격인 정혜숙 사장(46)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8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불어 및 불문학 과정을 수료한 뒤 아폴로컴퓨터에서 근무하다 92년 링크인터내셔널을 설립, CEO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내게 익숙한 일이 다른 기업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창업했지만 92년 당시에는 PR나 마케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하면서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위해 노력했다.
이후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HP, 오토데스크 등 내로라 하는 외국 IT 업체의 홍보를 맡으며 내적, 외적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화여대 출신들의 모임인 ‘이화IT’ 회장을 맡았고 현재 활동중인 모임이 약 10개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지선 사장(39)은 대표적인 기자 출신 홍보대행사 CEO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10년간 일간지 기자를 거치며 필력을 날리다 96년말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96년 당시 홍보대행사의 주요 고객은 외국계 기업들이었고, 대행업체 역시 외국계 업체가 장악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점차 국내 기업들도 홍보의 중요성을 알아가기 시작했고 때마침 불어닥친 벤처 열풍으로 고객사를 영입, 국내 내로라 하는 IT 벤처기업으로 일궈냈다. 드림의 손을 거친 업체는 골드뱅크, 시큐어소프트, 네오위즈, 팍스넷, 인츠닷컴 등 국내 기업에서부터 마이크로소트, IBM,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시스코 등 외국 기업들까지 다양하다.
오미라 사장은 홍보업계에 최근 떠오르는 뉴페이스 여성 CEO로 통한다. 다른 CEO에 비해 나이가 훨씬 젊지만 IT산업에 대한 이해도나 업무에 대한 열정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 사장은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후 LG전자 홍보실에서 처음 홍보일을 접했다. 대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기업을 알리고 키워보고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홍보대행사 벤처피알을 거쳐 2000년 현재의 레츄노피알을 설립했다. 현재 벤처기업 위주로 6, 7개 가량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시소커뮤니케이션 김기욱 사장(40)은 91년 근무하던 잡지사에서 보내준 런던 연수 기간 동안 나름대로 문화적 충격을 느껴 장기체류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런던에서 패션PR 및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런던 BBC 국제방송국에서 프로듀서겸 아나운서로 일했다. 96년 귀국 후 이듬해인 97년 지금의 시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패션·소비재와 IT를 두 축으로 하고 있어 최근 IT 분야 불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처음 IT분야를 접한 것은 중소기업에 무료로 홍보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준 게 계기가 됐다. 사업 초창기 고객도 없고, 일도 없으니 무료로라도 서비스를해주고 홍보대행업에 대해 알리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중소기업에 제공한 무료 홍보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약 300개 기업이 시소를 거쳐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사장, KBS앵커와 서울시 홍보담당관을 거친 정미홍 J&A사장, 이승희 써니릴레이션즈 사장 등이 홍보업계에서 활약중인 여성 CEO들이다.
이들 여성 CEO는 고객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 시장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PR 분야야말로 여성의 섬세하고 꼼꼼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에 기업가로서의 강인함과 냉철함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도 하다.<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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