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위해 발빠른 움직임

 테러 사건에 망연자실해 있던 미국 당국은 물론 우방국들이 세계 경제안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이 미 테러사태 이후 흔들리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2일(이하 현지시각) 1200억달러를 긴급 투입한 데 이어 13일에도 추가자금을 공급했다.

 또 선진7개국(G7)도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조기 인하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방침 등 경제안정조치가 잇따르자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증권 시장에서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으로 전환됐다. 또 각국의 달러 환율과 유가, 금값, 주요 원자재 가격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유럽 증시는 전날 폭락했던 주가가 12일 개장 초까지 이어졌다가 반등, 대부분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으며 달러화도 반등했다. 전날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수단을 찾으면서 폭등했던 브랜트유 가격은 배럴당 28.02달러로 1달러 떨어졌다. 금값도 온스당 8달러 떨어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 증시는 아시아 증시들이 급락한 데 이은 장초반 투매로 하락세를 보였다가 활황세를 보일 정도로 반등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13일 반등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유럽중앙은행 등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은 미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테러가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알바로 실바 칼데론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12일 밝혔다. 칼데론 장관은 유가안정에 대한 OPEC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국제 원유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의 동시다발테러의 여파로 국제 원유 유통량 부족현상이 나타나면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도 12일 발표한 긴급성명을 통해 적절한 공급물량 확보와 유가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증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었다.

 테러 피해복구를 위한 부시 행정부와 산업계, 금융계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부시 행정부는 사상 초유의 테러사건 피해복구를 위해 미 의회가 약 200억달러의 지원금을 책정하기를 기대한다고 12일 밝혔다. 톰슨 복지 장관은 이날 MSNBC 방송을 통해 “이번 지원금은 재난지역에 대한 연방자금 사용을 허가하는 추가세출법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톰슨 장관은 “뉴욕과 워싱턴 주민들이 정부가 전적으로 돕고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계도 이날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청사에 대한 항공기 테러 이후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촉구했다. 제리 재스노스키 전미제조업협회(NAM) 회장은 성명에서 “예기치 못한 재앙은 국내 금융, 운수, 여행업계를 무너뜨리고 소비자와 기업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업계는 사고 희생자 지원 및 피해복구와 함께 뉴욕과 미 전역에 걸쳐 신뢰를 심어줄 수 있도록 공격적인 기업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 의회는 미국 경제를 강화시키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와 조세, 무역관련 법안처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월가의 일부 증시분석가들도 이날 투자자들에 대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에 대한 테러공격 때문에 너무 위축되지 말 것을 권고했다. AG에드워즈 자산관리의 수석투자전략가 마크 켈러는 과거 국가적인 비상사태나 당시의 금융시장 상황을 돌이켜볼 때 미국은 위기에서 곧바로 벗어났으며 금융시장 역시 그 양상을 그대로 밟았다고 말했다. 켈러는 과거에 어려운 상황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결국에는 후회를 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14일 또는 17일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초기에 주가하락현상이 나오겠지만 하락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며 국내외 금융당국이 미국의 경제와 미국기업 및 달러화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식을 중심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주문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이익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욱 큰 폭인 15%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업의 수익상황을 추적하는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척 힐 조사실장이 12일 밝혔다.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동시다발테러사건이 발생하기 전 전문가들은 올해 마지막 분기 기업이익이 평균 2.7%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었다. 퍼스트콜도 테러사건 전에는 기업이익이 5%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으나 최악의 테러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최소 10%, 최대 15%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힐 실장은 밝혔다.

 <국제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