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IT경쟁력 뿌리를 찾는다>유연한 협력체제

 ■정부와 기업 `2인3각 레이스`

“기업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어쩌면 한국보다 중국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기업이건 중국기업이건 모두 상당한 우대를 받고 있으니까요” 우리 굴지 대기업의 중국법인 임원은 말한다.

 중국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많이 자본주의화됐다. 그 추진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성향의 일사불란함에 있다.

 “중국의 발전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계획을 세워 밀어붙이고 그 결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지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중국을 총괄하고 있는 박근태 수석대표의 말이다.

 중국은 최근 대기업 육성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장지향의 60∼70년대 우리 경제가 택한 바로 그 대기업 정책을 지금 중국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는 중국이 우리보다 경제 발전 단계가 느리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중국은 우리가 지금 발벗고 나서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선양에 있는 랴오닝성정보화센터의 허웨이 주임은 지난 80년대 초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포항제철과 한국중공업, 그리고 현대자동차 등을 견학하며 큰 감동을 받았다”며 “당시 현대자동차의 1일 자동차 생산량이 중국 전체 1년 자동차 판매량과 비슷해 놀랐다”고 말했다. 허웨이 주임은 한국의 그런 발전은 정보화 인프라, 공장자동화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일하는 랴오닝성정보화센터는 중국 신식산업부 소속 회사로 해당 지방에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허웨이 주임은 “랴오닝성내 있는 모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센터의 기본적인 임무”라고 강조했다. IT를 중심으로 첨단 산업화를 진행하는 것은 이미 지난 10차 인민대회에서 확정된 중국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랴오닝성정보화센터는 올해까지 성내 정부관련 기관의 인트라넷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이를 주요 기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기업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산업 및 물류 인프라 라는 전제와 합리적인 정책, 그리고 공무원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국은 우선 2400여개 공공 연구기관에 대해 전면 개혁을 실시했다. 이 공공 연구기관 개혁은 제10차 5개년 계획 기간동안 모두 완료한다는 목표다. 특이할 만한 것은 시장 지향적인 것은 기업으로 체제 전환하고 정부의 지원이 확실히 필요한 부분은 비영리 연구기관이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과학기술부 쉬관화(徐冠華) 장관은 특히 연구기관 내부운영 메커니즘을 개혁해 ‘유능한 사람이 더 많이 벌고 더 일한 사람이 더 많이 얻는 것’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특히 벤처기업의 창업 열풍이 식을까봐 모든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노력했다. 실제로 중관춘에는 하루에도 10개 가까운 벤처기업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또 정책적으로 외국 유수 인력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 한통이면 담당자가 달려간다. 이제 더 이상 중국에서는 공무원의 딱딱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은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 모두에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선택적으로 외국자본을 받아 육성할 부분은 키우고 자국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장려한다. 또 가능하면 합작회사 형태를 유도한다. 이미 10여년 전에 들어온 모토로라 등 서구업체에는 휴대폰 생산을 허가하면서 최근 생산을 시작하려는 한국기업에는 독자 생산을 허가하지 않는다. 이제는 휴대폰 분야도 자국 산업이 어느 정도 발전돼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중국 사이버아파트 행사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민주당 허운나 의원은 “중국 정부가 표준 모델을 수립해 체계적인 국가 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운영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 체계가 정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중국에서는 정보화사업을 위한 표준화나 정책적인 지원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은 뛰는 정부를 보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 고개 숙이는 관료들을 지켜본다. 물론 관료들에게도 혜택은 있다. 투자 유치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 기업들은 관료들의 몫과 그들의 성실함을 인정한다.

 “언제까지 중국이 기업과 관료가 하나가 돼 뛸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발전이 안전기에 들어서면 인력, 특혜시비 등 다양한 문제가 표출될 것입니다” 상하이 한국 기업인들의 모임인 IT클럽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미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국은 지금 정부의 일사천리 정책과 그것을 바라보는 기업이 하나로 뭉쳐있고 그것이 중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열마 거둔 `타산지석 정책`

 대우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초기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비롯해 일본, 유럽, 미국 등지의 유수기업 회장들이 참여하는 중국건설자문단이라는 것을 운영했습니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했지요. 이 과정에 물론 중국기업들도 참여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의논하고 그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진행됐습니다”라고 전한다.

 중국은 지금 어떤 계획이 마련되면 그 진행은 일사천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13억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지금 정부 정책에 토를 달지 않는다. ‘잘 살아보세’인 중국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그만큼 신뢰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중국 관료들은 지난 수년간 한국을 배우기 위해 뛰었다. 그리고 외국을 배우기 위해 뛰었다. 한국 벤치마킹팀을 만들어 밤새가며 연구했다. “아마 지난 97년을 계기로 한국 벤치마킹팀은 해체됐을 겁니다.” 중국 현지 한국기업 임원의 자조 섞인 말이다.

 최근 중국은 대기업 정책을 지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대기업 정책이 한국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는 사실을 중국은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그룹사를 육성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벤처캐피털업체의 한 임원은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잘 못된 부분은 고치면 된다”고 말한다. 즉 우리 대기업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벤처는 벤처대로 키우고 그리고 규모가 필요한 부분에는 대기업 형태 육성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다소 서글프게 한다. 중국은 일본을 봤고 또 한국을 봤고 그리고 대만을 체험하고 있다. 중국 경쟁력의 한 부분은 이같은 타산지석 정책이다.

 

 ■中 신식산업부 반도체국장 쉬샤오톈의 하루<사진>

 신식산업부 반도체국장인 쉬샤오톈. 그는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체크하고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 오늘은 한국에서 온 기자와 면담이 있다. 그는 외국기자에 별로 관심이 없다. “기자가 투자할 것도 아니고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겠지.” 쉬샤오톈은 요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지금은 외국투자가 꼭 필요하다. 게다가 WTO에 가입하고 나면 중국이 원하는 분야에서만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분야의 투자 유치는 상황이 지금보다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과 친한 반도체 전문 기자에게 전화를 해 한국 기자와 만나는 자리에 같이 가자고 제의했다. 반도체협회와 신식산업부 반도체국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그로서는 반도체 전문기자인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쉬샤오톈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만나는 한국 기자에게 중국의 반도체투자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고 유망한지를 설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그는 한국 기자를 만났다. 쉬샤오톈은 당초 계획대로 중국은 시장과 수요가 있다는 사실과 지금이 적기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기자가 자꾸 수치를 물어본다. 자료를 건네주며 그 안에 다 있다고 일단 얼버무렸다. 결국 1시간의 짧은 만남은 그의 의도대로 외국 기자에게 중국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자료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내일은 협회에 가서 오늘 일을 이야기해야지. 쉬샤오톈은 다음 스케줄을 위해 기자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다음 약속은 중국에 투자한 유럽의 주요업체 임원과의 면담이다.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 안다. 그리고 중국 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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