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도구를 이용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맨 몸으로 태어났지만 주위환경과 필요성에 맞춰 도구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농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 작은 공동체가 커져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게 됐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그 혜택을 입게 됐다.
농업에서 혁명이 일어난 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금속을 녹여서 여러 가지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바퀴도 이때 만들어졌는데 뉘어서는 도자기를 만드는 물레로 이용했고 세워서는 달구지 아래에 매달아 달구지가 더 빨리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영국에서는 일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계제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무엇이 그 계기가 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석탄이 거기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오랫동안 나무를 연료로 사용해 왔지만 제철산업이나 높은 열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열역학은 증기엔진에서 싹이 텄고 요즘 우리가 말하는 화학공업이 시작됐다. 과학·제조업 그리고 교통에 놀라운 영향을 준 것은 증기기관이었다. 초기 기계들은 조악했으나 기술자들은 점차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기계들의 효율성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18세기 말 무렵에는 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한 관심은 1800년 볼타전지가 나오면서 더욱 고조됐다. 이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전기는 만들어내자 마자 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되자 그 다음단계의 문제는 전기를 어디에 사용하느냐 하는 것과 전기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었다. 덴마크의 물리학자인 외르스테드가 우연히 전류의 자기작용을 발견하면서 전기를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스위치를 올림으로써 밤을 낮으로 바꿀 수 있게 됐고 이를 이용해 전화가 발명됐고 방안에서 혼자 떠들고 음악도 들려주는 축음기도 등장했다.
전기와 자기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그것이 과학과 기술에 미칠 영향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이미 1824년에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가 1865년에 꽃을 활짝 피운 열역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워크맨 속에 들어 있는 건전지가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또 마찰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꾼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르네상스나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쳤지만 1890년대 말 1900년대 초에는 우리 일상생활까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가 발견된지 20년 만에 진공관의 일종인 전자관이 개발됐고 곧이어 라디오·TV 등이 세상에 나왔다. 산업계에서도 과학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전신전화회사(AT&T)가 벨연구소를 세운 것처럼 회사 자체 내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19세기에 발견되거나 발명된 이론·기술들이 실용화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전자가 발견된 후 전자공학이 탄생했는데 최고의 발명품은 전자 진공관이었다. 이것은 음성신호를 크게 만들어 주었고(전화), 고주파 신호를 발생하고, 증폭시키고, 포착할 수 있게(라디오) 해 주었다. 이는 라디오와 TV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자동차도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비행기도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사실 컴퓨터도 전시에 태어났다. 컴퓨터는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영국의 튜링이 만들어 냈으나 최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46년에 미국의 에커트와 모클리가 프로그램을 내장해서 만든 ENIAC(애니악)이다.
1, 2차에 걸친 세계대전은 새로운 발명과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레이더·합성고무·DDT·핵분열·제트기·헬리콥터·탄도탄·전자디지털 컴퓨터 등이 등장한 것은 모두 2차 세계대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일상생활을 변모시켰으며 산업혁명이나 1만년 전에 일어난 농경의 시작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줬다.
이처럼 인간의 발명품은 필요성에서 나왔다. 컴퓨터도 그렇고 무선전화기도 그렇다. 컴퓨터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사람대신 빨리 정확하게 할 수 있게 개발됐다. 무선전화기는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온 발명품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나올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고 또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20세기 최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것이다.
인터넷은 1969년 한없이 편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미국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이 만든 알파넷(ARPAnet)이다. 전용선으로 연결된 패킷망인 알파넷은 인터넷의 백본이 됐다.
70년대는 인터넷 여명기였다. 벨연구소의 프로그래머 데니스 리치와 케네스 톰슨이 유닉스를 개발한 알파넷은 한 달에 한 개 꼴로 새로운 노드를 추가했다. 다음 해에는 텔넷 프로토콜이 완성됐고 파일 트랜스퍼 프로토콜(FTP:File Transfer Protocol) 표준화도 윤곽이 드러났다. 인텔이 4004칩을 발표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신기원을 열 무렵이었다.
80년대가 시작되면서 컴퓨터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81년 8월 IBM PC를 선보였고 82년엔 타임지가 컴퓨터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어서 84년에는 애플이 매킨토시를 발표했고 같은해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뉴로맨서’라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을 처음 썼다. 이쯤되자 ‘정보혁명’이라든가 ‘제3의 물결’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대중화가 급속하게 이뤄진 것은 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팀 버너스 리가 하이퍼텍스트기반으 월드와이드웹(WWW)을 제안한데 이어 92년 모자이크(MOSAIC)라는 웹브라우저가 만들어지면서 젊은 엔지니어들을 인터넷으로 끌어들였다. 그 중 한 사람인 마크 앤드리슨이 93년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개발하면서 인터넷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98년에 이미 세계 인터넷 인구가 1억명을 돌파했고 지금은 생활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의식주가 해결되는 사이버시대가 정착됨은 물론 이미 우리 깊숙이 들어와있는 디지털 문화가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으로 모든 상거래를 처리하는 온라인비즈니스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까지 온라인 비즈니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발전속도와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엄청난 인터넷과 IT산업은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환경기술(ET) 등 또 다른 산업과 빠르게 접목, 새로운 첨단 복합산업을 양산하며 포스트IT시대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과학문명 발달사
1712 증기기관 탄생(뉴코먼)
1718 방적기 등장(아크라이트)
1780 동물전기발견(갈바니)
1800 전지발명(볼타)
1806 전등발명(데이비)
1808 원자설 등장(돌턴)
1808 기체반응의 법칙(게이뤼사크)
1811 아보가드르법칙
1828 요소유기화합물합성(뵐러)
1831 전자기유도법칙(패러디)
1839 사진탄생(다게르)
1842 에너지보존법칙(마이어)
1848 절대온도 개념 성립(켈빈)
1855 제강법개발(베세머)
1859 진화론(다윈)
1859 냉동법이용(해리슨)
1860 내연기관(르누아르)
1865 멘델유전법칙
1865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 클라우지우스
1866 다이너마이트 발명(노벨)
1867 콘크리트제조(모니에)
1869 주기율표 완성(멘델레예프)
1873 전자기학의 기본방정식 성립(맥스웰)
1876 전화발명(벨)
1882 대형발전기 등장(에디슨)
1885 자동차 발명(다임러·벤츠)
1888 전자기파 확인(헤르츠)
1895 영화의 등장(뤼미에르 형제)
1895 X선발견(뢴트겐)
1896 방사능발견(베크렐)
1897 무선통신의 등장(마르코니)
1897 전자발견(톰슨)
1900 양자가설(플랑크)
1901 인간혈액형 발견(란트슈타이너)
1903 비행기발명(라이트형제)
1904 진공관 발견(플레밍)
1905 상대성이론 등장(아인슈타인)
1905 플라스틱 합성(베이클랜드)
1911 초전도현상 발견(오네스)
1915 초파리돌연변이 실험(모건)
1920 라디오정기방송시작(웨스팅하우스KDKA)
1925 양자역학 성립(행렬역학-하이젠베르크)
1926 양자역학 성립(파동역학-슈뢰딩거)
1928 페니실린 발견(플레밍)
1929 우주팽창발견(허블)
1932 입자가속기건설(코크로프트·월턴)
1935 텔레비전 정기방송시작(괴벨스)
1942 원자로건설(페르미)
1946 컴퓨터 ENIAC(애니악) 발명(에커트·모클리)
1952 탄소14연대측정법(리비)
1953 DNA구조규명(왓슨·크릭)
1957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1969 인류의 달착륙(암스트롱·올드린)
1969 인터넷의 등장 ARPA
1970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칩’ 발표
1981 IBM PC 등장
1984 애플 매킨토시 발표
1992 웹브라우저 모자이크 개발
1996 복제양 돌리 탄생(윌머트·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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