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현지시각) 전세계를 경악시킨 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기자가 연수(샌디에이고대학)중인 샌디에이고는 사건 현장인 뉴욕에서 항공기로 7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국경지역이지만 40개가 넘는 유선채널이 정규방송을 모조리 중단한 채 하루종일 사건 속보를 내보낼 정도였다. 특히 하루 유동인구가 15만명에 이르고 상주인구만 5만명이라는(CBS) ‘미 국력의 상징(USA투데이)’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수많은 미국시민들은 분노와 경악, 참담함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번 테러에 이용당한 납치 항공기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였다는 점에서 캘리포니아가 뉴욕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클 것이라는 CNN의 보도가 있자마자 가족 친지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폭주, 한동안 전화 불통사태까지 야기됐다.
이곳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 기자지만 이번 테러사건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적지 않다. 심지어 기자의 의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엇보다 전세계의 모든 통신망을 24시간 거미줄처럼 완벽하게 감청하는 에셀론을 비롯, 미국의 최첨단 정보보안 시스템이 이같은 조직적 테러를 사전에 파악하고 경보음을 울리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사일방어계획(MD)을 밀어붙이고 있다. 에셀론과 MD로 상징되는 미국의 안보 자심감은 지구상 어떤 국가도 흉내내지 못할 고도의 IT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테러범들이 사용한 무기가 칼 몇자루로 알려지고 있는 점이다. 물론 미국 정부의 정밀한 사후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최첨단 IT기술이 가장 원시적인 칼 몇자루에 무방비로 당한 꼴이 된다. 기술혁명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우상은 기술맹신이라는 지적이 이번 미국 테러사건에서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사람이 휘두르는 칼조차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판에 적의 미사일 공격을 미사일로 무력화시키는(MD) IT기술이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미국 시민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IT와 금융을 통해 21세기 초강대국 입지를 확고히 했지만 정작 원시적 테러에 일격을 당한 미국을 보면서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기술만능주의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샌디에이고(미국)=IT산업부·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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