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의 유전자를 이용해 그 아이와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을 복원한다.’
이제 이런 일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로 생명공학기술(BT)을 이용해 지금도 어느 실험실에서 연구되고 있는 일이다.
생명공학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20세기 정보기술(IT)이 인류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변화시켰다면 생명공학은 이런 인류에게 수명의 연장이라는 신의 영역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기술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신기술이 아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농업과 축산업 등에 생명공학을 이용해 왔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인류가 각종 생명체의 유전자 구조와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면서 생명공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언스트영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은 92년 100억달러에서 99년 313억달러로 급성장했으며 2000년에는 54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또 2003년에는 740억달러, 2008년에는 125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생명공학기술의 산업화를 추구해 특허를 획득하고 생명공학정보를 독점하기 시작하는 등 전세계는 생명공학 영역에 자신의 깃발을 꽂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의 산업화는 농업과 의약을 포함해 전자·화학·식품·환경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올초 미국의 셀레라지노믹스의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통한 염기서열 해독결과가 발표된 이후 최근에는 유전정보를 이용한 DNA칩, 개개인의 유전적 다형성 연구(SNP),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 대량의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생물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이 생명공학시대 경쟁력의 요소로 부각됐다.
현재 생명공학기술의 연구 주도권은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한 미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나자 제2단계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해 우리 몸속에 있는 10만개의 유전자 기능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속 유전자의 정상 여부를 알 수 있고 특정 질병의 발병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돼 질병의 조기 예방,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생명공학기술 발달은 인류가 태어나 질병 없이 좀더 풍요롭고 긴 삶을 영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암과 AIDS 등 각종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의 연구를 벌여왔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차이점을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질병의 다른 치료방법을 찾게 됐으며 개인마다 다른 치료약물의 반응차를 알아내는 등 과학적인 접근을 벌이게 됐다.
약물에 의한 치료 외에도 각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결손이 있는 유전자를 미리 진단할 수 있게 돼 결손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꿀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이런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수년간 정복하지 못해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AIDS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글리벡’이란 신약이 탄생해 백혈병 환자들의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것이 생명공학을 차세대 기술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나 또 다른 산업적 파급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생명공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처럼 수만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유전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유전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빠른 연산을 돕기 위한 슈퍼컴퓨터 기술이 없이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21세기의 생명공학회사들은 단지 생물의 유전정보 분석이 아니라 생물학자와 정보학자, 전산학자, 기계학자 등 더 나은 연구를 위해 기술의 결합을 서두르고 있다.
생명공학은 단지 독립된 기술이 아니라 복합기술의 모태가 되는 토양을 가지고 다른 기술의 융합과 발전을 동시에 꾀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은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산업과 달리 무형의 가치가 투입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산업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영원한 삶을 위한 열쇠가 바로 생명공학기술인 것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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