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IT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IT의 대중화가 급진전됐으며 이는 결국 기술개발을 촉진, IT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 기술은 분명한 한계점을 안고 있다.
바로 인터넷의 핵심 아키텍처로 인터넷 보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이 서서히 고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정보화의 기본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IP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 반해 현재 인터넷 주소체계 아래서의 예비 IP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인터넷은 서로 다른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TCP/IP’라는 통신규약, 즉 ‘프로토콜’을 기본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프로토콜 버전 4’, 즉 ‘IPv4’는 32비트 길이의 체계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비효율적인 할당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주소 생성은 이론적인 수의 8분의 1에 불과한 5억∼6억개 뿐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물론 이같은 IP 할당 규모는 당장엔 별 지장이 없다. 그리고 기존 IPv4체계에서 할당 IP수를 최대한 끌어올림으로써 IP문제를 풀어보기 위한 신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터넷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신규 할당 IP는 적어도 2005년께면 심각한 국면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더이상 내줄 IP가 없다는 것은 인터넷에 새로 접속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미래의 변화를 무시한 채 현재의 인터넷 인프라상에서 단순히 추정한 것이란 사실이다. 다시말해 IT가 더욱 확산 및 심화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본격적인 ‘포스트IT시대’가 열릴 경우 필요한 IP수는 거의 상상을 불허한다. 소위 차세대 인터넷 시대가 도래해 휴대폰이나 각종 전자제품에까지 IP가 할당되는 시대가 열릴 경우 이에 소요되는 IP수는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IPv4 인터넷 주소체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궁극적인 IP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며 인터넷 진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유력한 대안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IPv6체계다. IPv6는 98년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가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 표준으로 확정한 것으로 128비트 주소길이를 갖는 차세대 IP체계로 봐도 무방하다.
‘IPv4와’ 달리 ‘IPv6’는 이론적인 할당 IP수가 무려 341조개에 달한다. 이 정도라면 거의 무한대 수준이다. 따라서 IPv6가 도입되면 현재 우려되고 있는 IP고갈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전기전자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포스트IT시대’의 우리 가정의 모습, 즉 ‘홈 네트워킹’ 구현에 필요한 IP문제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과 전문가들이 총망라된 업계대표 기구인 ‘국제IPv6포럼’을 중심으로 최근들어 IPv6 관련시장 개척과 관련기술 및 응용제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IPv6체계에 맞는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하나둘씩 구체화하고 있다. IPv6체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차세대 인터넷에 대한 미래의 모습도 하나둘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무선의 결합이다. IPv6의 출현으로 개인휴대단말기(PDA)와 IMT2000 등 모바일기기에 고유의 IP를 할당, 별도 모듈이나 변환기없이 독립된 인터넷 단말기이자 접속포트로 활용하는 유무선 통합 인터넷 시대에 대한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노키아·에릭슨 등 세계적인 모바일업체들은 이같은 유무선 통합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v6는 또 독립형, 거치형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에 생명력을 부여, 인터넷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냉장고에 IP를 할당하면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가정의 냉장고에 접속, 온도를 조절하거나 얼음을 얼리는 일 등이 가능해지는 논리다.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외부의 PC나 휴대폰으로 연결돼 집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공지능형 자동차의 출현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외부에서 인터넷에 접속, 자동차를 원격 조정하는 것은 물론 GPS 위성을 통해 지리정보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운행하는 자동차의 출현도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또 자동차는 움직이는 PC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안에서 e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정보검색, 온라인 쇼핑, 지리정보 검색 등 현재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IPv6는 단순한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의 출현이라고 축소 해석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IPv6가 있기에 인터넷의 새로운 진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도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IPv6는 이제 인터넷의 영역을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IPv6는 단순히 차세대 인터넷 분야의 핵심기술일 뿐 아니라 ‘포스트IT시대’를 여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IPv6 분야에 대한 정부, 기업, 연구소 등의 총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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