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화제와 이슈](15)SI사업 제안에서 수주까지

 서울 여의도 J호텔 512호.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은 K과장은 지난 월요일부터 밤샘작업 5일째다. 제안서 제출마감이 다음주 금요일 오후 6시로 코앞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오늘까지는 제안서 초안을 마무리해야 원고수정, 임원평가를 거쳐 인쇄에 들어갈 수 있다. 평가위원들을 위한 요약본, 프레젠테이션용의 제안서 작성도 뒤따라야 한다. 식구들과의 모처럼의 저녁식사도 제안서 완성에 달려있다. 턱에 돋은 수염이 까칠하지만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이번 P프로젝트는 사업예산 100억원 정도로 중대형 규모. 지난해 초부터 검토됐던 사업이다. 지난해 3월 정부가 P프로젝트에 관해 구상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기본계획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출했다. 경쟁사인 C사, M사도 정부 자료요청에 협조했다.

 3, 4차례의 자료제출후 정부는 P프로젝트에 관한 구체안을 작성해 예산책정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회승인을 얻어 P프로젝트가 구체화됐다.

 P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경쟁은 사실 그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전체 프로젝트 가운데 3분의 1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인 A솔루션의 확보가 급선무였기 때문에 A솔루션을 보유한 업체 확인부터 들어갔다.

 A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는 대략 2개사. 이 중 국산화율이 높은 T사를 목표로 구애작전을 펼쳤다. 다행히 구애작전은 성공하고 올 상반기에 T사와 협력관계를 수립했다. 이제는 절반의 성공예감.

 T사의 A솔루션을 확보하고 나서는 해외사례·기술동향 등의 벤치마킹을 수행했다. 이때부터는 경쟁사에 기밀이 새지 않도록 보안에 특히 주의했다.

 그뒤로 3개월여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P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요청설명서(RFP) 공고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공고후 제안서 마감까지는 불과 2주. 작업속도를 높여 오늘까지 왔다.

 다음주에 제안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정부에서 기술 및 가격 평가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정부가 공고한 평가기간은 약 일주일이다. 7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을 서울 모처에 격리시켜 기술평가를 진행한다는 소문이다. 지난번 G프로젝트에서 불거진 로비설, 사전접촉설, 평가 공정성 등으로 이번에는 일체의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입찰방식은 일괄입찰이다. 기술평가로 100점 만점 중 75점을 평가하고 가격으로 15점을 평가해 총점기준으로 실시설계를 수행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기술평가에서 1위를 하면 사업자로 선정될 공산이 크지만 예외도 많았기 때문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두달이내에 실시설계를 수행, 본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본계약까지 가야 다소 안심이 된다.

 P프로젝트의 완료 예상 시점은 내년 3분기다.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에 조금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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