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싱글로케이션 도입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은 재고해야 한다.
연내 폐기처분될 게임기 부품의 재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하나 이해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고, 규제완화란 당초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시장 활성화란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 등 게임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싱글로케이션은 그동안 게임장(오락실)에만 설치할 수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기를 PC방·문구점·편의점·당구장 등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부가 규제완화 및 산업육성 차원에서 도입키로 했던 제도다. 이는 아케이드 게임시장 활성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지씨텍·이오리스·안다미로 등 주요 아케이드 게임 개발업체들이 최근들어 저가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제도가 시행될 경우 최대 30만대의 아케이드 게임기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가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당초 이달 25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이 제도를 지난 7월에 있었던 시행령 입법과정에서 내년 1월로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또다시 2003년 1월로 연기하겠다는 것은 업계의 이해를 구하기 힘든 조치다. 특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유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거나 제품개발 및 마케팅에 주력해 왔던 게임업체의 경우 행정의 난맥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싱글로케이션을 조기 시행할 경우 재등급 분류 방침에 따라 연내 폐기처분될 30만대에 이르는 아케이드 게임기의 케이스와 부품을 재가공할 것이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 영등위가 집중심의대상(사용불가)으로 결정한 1051종의 게임기 유통에 일대 혼란만 빚을 뿐 관련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화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재등급 분류로 쏟아져 나올 폐기대상 게임기의 케이스·모니터·전원부 등 일부 부품이 재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저가제품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다방·당구장·문구점 등에 재활용 부품으로 제작한 기기들이 납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싱글로케이션 대상 게임물이 ‘전체이용가’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집중심의대상 품목으로 선정된 대다수 제품이 전체이용가 판정을 받을 수 없는 사행성 게임기이기 때문에 그대로 싱글로케이션 위치에 들어설 수는 없다. 따라서 당국이 사후관리만 철저히 하면 이들 사행성 게임기가 그대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입법예고를 통해 내년 1월 1일로 못박았던 싱글로케이션 도입시기를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정부정책을 철석같이 믿고 따라왔던 게임업계를 우롱하는 조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싱글로케이션 시행 연기를 재고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싱글로케이션 도입 연기는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암울한 미래와 직결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연기해야 될 상황이라면 아케이드 게임업체에 대한 지원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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