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 디지털에 빠진 사람들
가마타 히로키 지음, 김수진 옮김, 참솔
80년대 불황을 딛고 경제적으로 세계 톱이 된 미국은 IT산업의 호황이 그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를 기반으로 미국경제를 능가하리라던 일본 경제는 추락의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IT산업의 부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IT산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 서비스 산업이 융합돼 이뤄진 것으로 생산설비가 타산업에 비해 극히 규모가 작다. 지식을 생산하고 가공해 서비스 분야에 활용,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이다. 따라서 IT산업은 창조성을 가진 인재들에 의해 유지 운영되며 부가 창조되는 산업이다.
‘디지털에 빠진 사람들’의 저자 가마타 히로키는 세계 최대 표준화 컨소시엄인 OMG(Object Management Group)의 일본 대표로서 92년부터 활동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IT세계의 주역 12명을 소개하고 있다. 출생과 성장, 교육, 일을 통해 인물들을 소개하고 미국이 왜 IT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가 많으며 일본에는 왜 없는지, 일본의 문화적·사회적 배경과 교육의 문제점, 일본인의 의식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750여개 회원사를 거느린 세계적으로 가장 큰 소프트웨어 표준화 컨소시엄인 OMG와 그 회장인 리처드 솔리를 소개하고 있다. OMG의 역할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상에서 통신교환을 관리하는 것과 각종 애플리케이션마다 서로 다른 OS나 프로그래밍 언어 등의 차이를 전부 인터페이스해 공통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리처드 솔리가 현장에 종사하는 기술자 못지 않은 탁월한 지식과 서로 대립하는 의견을 종합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정능력과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제조업의 IT화에 있어 존경받는 인물인 래리 존슨도 소개한다. 래리 존슨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은 ‘버추얼 코퍼레이션’ 이론을 먼저 소개했다. 버추얼 코퍼레이션 이론은 A사에서 설계한 설계데이터는 제조회사 B, C에 공급돼 제작되며 D사의 재고관리, 판매관리 시스템에 연계한다는 목적으로 93년 전미제조과학센터에 의해 주도된 제조업 IT화 프로젝트였다.
래리 존슨은 동 프로젝트 중 제품데이터관리(PDM)에 참여해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뒤떨어진 제조업분야에 정부주도로 IT를 과감히 접속시킴으로써 미국의 제조업 회생을 가져오는 직접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위기에 처했을 때 대담하게 그 시스템을 주저 없이 바꾸는 나라며 이러한 능력이 미국의 저력이라 평가하면서 그 예로서 두번의 세계대전을 치를 때의 대응방식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흑백 브라운관이 스탠드언론으로 생산현장에서 제어를 하거나 데이터를 전달하고 있다. 사용에 제약이 많은 IT가 있다면 사용을 제한하고 부족한 것을 사람이 보충하는 것은 일본식이고 아무리 어려워도 IT를 고도화시키는 것이 미국식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또 일본의 생산현장에서 IT의 이용은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에서조차 뒤떨어져 있음을 지적하고 일본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에콜로지스트라 자임하는 코스모폴리탄 피터 레줌을 소개했다. 저자는 그가 소프트웨어를 컴포넌트라는 기능모듈로 규격화해 이들을 상호 연결시켜 대규모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컴포넌트지향소프트웨어제조(COSM) 방법론의 제안자라고 평했다. 기업의 시스템은 거대하고 복잡해 여러개의 소프트웨어들을 생명이 없는 기계부품처럼 취급, 구성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물처럼 유기적인 부품과 환경으로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며 따라서 다양한 컴포넌트는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자율적으로 진화한다는 이론이 소프트웨어 에콜로지며 그것을 설계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에콜로지스트다. 이러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메소드(방법)의 내용과 실천이 중요하며 우수한 인간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
저자는 일본이 무사중심의 문화가 700년 가까이 이어져 왔고 개인의 메소드가 강조되고 조직전(전략, 전술)의 메소드는 경시돼왔든 전통 때문에 소프트웨어 에콜로지스트의 탄생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IT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소규모 투자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2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가 프레데릭 벰버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끝났는가라는 질문에 IT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거둬들이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소프트웨어의 역학과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미국 IT업계의 다채로운 인재를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키워졌나를 알아보기 위해 브라운대학의 앤드리스 밴담 교수를 소개했다. 답보다는 문제를 가르치고 있으며, 교수자신이 톱 레벨의 기술자인 동시에 현장경험이 풍부한 연구자였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교육시스템, 사회구조는 세계 여러나라 중 일본이 가장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IT분야에서는 일본에 앞섰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이 약하다고 생각한 기술분야에 있어 우리가 정말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는 더 생각해볼 문제다.
<한양대 정정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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