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장진남 선수. 1시 방향으로 이동,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효민 선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앗, 이 순간 3시 방향에서 또 다른 러시가 감행되고 있습니다. 또 한판 격돌입니다.”
바깥은 고요한 정막에 쌓여 있는 밤 10시.
A케이블방송국의 B스튜디오에는 얼굴에 홍기를 띤 세명의 남녀가 흥분된 목소리로 괴성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고 있다.
그들은 게임 캐스터와 해설자들이다. e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대결을 시청자들에게 실감나게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e스포츠의 현장에는 프로게이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전문 캐스터, 해설자 그리고 전임 PD도 함께 자리를 빛내고 있다.
게임전문 캐스터로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정일훈씨(32). 고려대 재학시절 방송사 코미디 아이디어 작가로 명성을 날리기도 한 그는 우리나라 게임캐스터 1호다. ‘스타크래프트’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절, 마이크에 침을 튀겨대며 고함을 지른 그는 국내 e스포츠 발전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인기는 e스포츠계에서는 대단하다. 한 예로 그가 올 상반기 캐스터일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하자 게임관련 인터넷사이트에는 ‘정일훈 은퇴 반대’ 캠페인까지 벌어질 정도. 심지어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인기가 버금간다는 분석도 있다.
김철민씨(31) 역시 게임전문 캐스터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5년여의 스포츠 전문MC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부터 이 길에 들어섰다. “e스포츠가 어떤 스포츠보다 박진감 넘친다”며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MC를 걷어차고 뛰어든 인물. 그의 e스포츠 중계를 듣고 있으면 손에 땀을 쥐게 된다. 특히 그는 다양한 유행어를 만드는 캐스터로도 유명하다. 김철민 캐스터의 “아∼ 네, 러시 들어갑니다”는 게이머들에게 너무 친숙한 문구.
게임 해설자에 대한 인기는 오히려 캐스터를 능가한다. 캐스터와 달리 유사직종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직종의 별난(?) 사람들이 진출해 있다. 특히 해설자의 생명은 시청자를 사로잡는 화술과 함께 게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내는 두뇌다. 이런 능력은 게임 해설자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패러디돼 올라올 정도로 마니아들에게 게임 해설자의 인기는 최고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팬클럽 결성 붐까지 일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현주씨(26). 그녀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재학중 연기실력을 인정받아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인물. 그런 이현주씨는 연극보다 게임이 좋다며 연기수업을 멈추고 프로게이머로 입문한 후 해설자로 변신했다. 프로선수와 연기경험을 바탕으로 대담하고 생생한 해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녀는 해설자로서 기량을 인정받기 위해 하루 7∼8시간의 강도 높은 게임연습을 하는 노력파다. 이현주씨는 ‘레이디’라는 여성프로게이머 모임을 조직, 여성 프로게임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만화 시나리오 작가가 해설자로 변신한 케이스도 있다. 엄재경 해설자(32)는 98년 만화가로 명성을 쌓던 중 스타크래프트라는 ‘충격’을 만났다. 이런 와중에 만화가로 한 케이블방송국과 작품을 논의하던 중 그녀가 스타크에 정통한 것을 파악한 PD에 의해 픽업됐다. 엄재경씨는 작가적 재질을 활용, 스토리있는 해설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임영수씨(31)는 국내 e스포츠계에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명쾌한 해설을 하는 인물로 통한다. 아버지가 게임장(오락실)을 운영한 덕분에 어릴때부터 여러 게임을 접할 수 있었던 그는 다양한 게임관련 경력을 갖고 있다. 98년 국내에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근원지인 ‘슬기 길드’의 시솝을 거쳤으며 쌈장 이기석의 매니저로도 활동했다. 또 99년에는 국내 최초의 프로게이머팀인 ‘골드뱅크’의 감독을 맡기도 했으며 스타크와 관련, 각종 전략집을 집필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게임 전임 PD 역시 감동의 현장에 함께 한다. 게임 아나운서, 해설자와 프로게이머들이 경기에 몰입해 있는 순간 경기장을 총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지고 있다. 자칫 분위기가 험악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는 상황을 부드럽게 이끄는 능력도 필요한 자리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은 장재혁 PD(30). 학창시절 열혈 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게임전문 인터넷방송을 거쳐 현재 겜비씨에서 게임 전문 PD로 활동중이다. 장 PD는 e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는 ‘재미’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수준있는 해설, 현장감 넘치는 진행, 스펙터클한 화면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돼야 e스포츠에 재미가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PD론. 그런 프로를 만들겠다는 그는 꾸준히 게임으로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특히 그는 스타크에 정통한 PD로 경기용 맵을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온게임넷의 석정훈 PD(33)는 e스포츠를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만든 이다. 99년 9월 국내 최초의 정식 게임리그 중계방송을 맡았던 그는 케이블TV채널인 ‘투니버스’에서 활동하다 이직했다. 석 PD는 특히 축구게임인 ‘피파’를 이용한 월드컵 승부 예상과 야구게임인 ‘트리플 플레이’를 통한 박찬호의 승부예상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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