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동통신의 미래투자

◆이용경 KTF 사장 yk1943@magicn.co.kr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국내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연초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증시 침체, 부동산의 이상 급등, 구직난, 저금리 기조 등이 국민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들도 대부분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회사도 하반기 투자의 긴축 조정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다시금 경제위축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들어 정보통신산업의 활성화가 경제회복의 동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발전 가능성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IT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시점이지만 투자에 비해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회사의 투자 대비 회수율을 분석해 본 결과 통신망 구축에 따른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에 7∼8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최근의 급속한 기술발전과 이용자의 성향 변화로 인해 2∼3년 주기로 설비를 교체 또는 개량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선은 유선과 달라 가입자가 증가하고 통화량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입자 규모에 걸맞은 통신망의 확충이 계속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하 요구가 구체화 되고 있다. 요금 인하 논리 중의 대표적인 것은 휴대폰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안 쓸 수 없지만 가족의 통신료를 다 합하면 10만원대를 넘어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상 소비자들의 이용 성향을 살펴보면 무선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 사용 범위와 양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이동전화 요금을 물가지수의 산정 대상 품목에 포함시켜 물가 관리의 일환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전화의 통화량은 요금의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요금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동전화의 편리성을 요금보다 우선시한다는 결론이다.

 사용량도 증가하고 더불어 이동전화의 이용요금 부담도 증가하는 양면성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이동전화가 이미 국민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고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금의 계속적인 인하가 필연적이라면 우리의 필수적인 의식주나 의료비처럼 정부가 보조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양곡의 경우에도 가격이 오른다고 원가를 따져가며 농가에 가격인하를 요구하지는 않고 오히려 정부가 미리 수매해 놓은 양곡을 시장에 방출해 구매가를 인하시키는 지원책을 취한다. 가입자와 사용량이 증가하고 신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투자도 이와 비례해 확대돼야 하는 것이 기존의 유선통신과는 다른 이동통신의 특성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통신비 경감의 부담을 사업자에만 맡기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발전에는 소비자·연구소·제조업체·사업자·소프트웨어산업 모두가 기여해 온 것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연구소는 실제 기술로 개발하고 장비업체는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비를 사업자에 제공한다. 사업자는 그 장비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최종 단계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얻은 이윤을 더욱 나은 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이러한 투자 사이클을 통해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어온 것이다. 만약 투자 사이클이 해체된다면 이것은 결국 통신산업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최근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누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일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극적인 설비 투자는 서비스 질의 저하를 초래하고 이는 소비자의 외면과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제반 여건의 어려움은 이동통신 회사들에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어떻게, 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CDMA 기술의 경쟁력 우위가 건실한 통신사업자의 지속적인 투자에 의해 가능했음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만 CDMA 기술도 국내시장을 발판 삼아 세계 무대를 석권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통신사업자가 통신산업 발전의 주축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TF 사장 ykl1943@magi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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