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톱 박스 특허료 `비상`

국내 디지털 세트톱박스 업계에 특허료 비상이 걸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세트톱박스에 이용되는 MPEG2 기술에 대해 관련 국제특허단체인 MPEG LA가 대당 4달러의 특허료 지급을 요구하고 나서 업계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말 디지털 위성방송을 앞두고 있어 중국이나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MPEG LA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어 업계 대부분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년보다 배 이상 늘어난 4억50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고 올 상반기에도 2억1363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렸을 정도로 수출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만약 MPEG LA가 국내업체에 대한 로열티 공세를 본격화할 경우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세트톱박스 업체들이 생산하는 무료수신형(FTA:Free To Air) 제품의 생산원가는 70∼80달러선이고 스마트카드 슬롯 내장형(CI:Common Interface) 제품의 경우 90∼95달러선으로 이미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대당 4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할 경우 가격경쟁력은 물론 채산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업체들은 주요 수출시장에서 대만·중국업체와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대당 5달러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당 4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할 경우 사업 자체를 철수해야 할 상황이다. 아울러 특허료는 소급적용이 가능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국내 중소 디지털 세트톱박스 업체들은 특허료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위성방송 수신기 업체인 A사는 이미 지난해 MPEG LA로부터 로열티 관련 공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다수 업체들이 특허문제에 대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일부에서는 특허료를 칩 개발사가 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의 경제형 수신기 입찰업체들의 경우 특허료를 입찰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지적재산권팀 관계자는 “MPEG LA측이 그동안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KDB의 1차 입찰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특허료 문제가 본격 거론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세트톱박스 업체들에 특허료를 요구한 MPEG LA는 소니·삼성전자·도시바·파나소닉·필립스 등 전세계 주요 가전·통신사 17개 업체의 특허료를 대행, 징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현재 전세계 305개 업체로부터 특허료를 받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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