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는 구매에 어떤 전략을 세우고 계십니까.’
생산 및 판매와 함께 기업 활동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구매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매는 ‘원가’라는 측면에서 상품의 품질과 제품 가격을 결정짓는 1차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구매에 대해 기업들이 전략적 사고를 하지 않았을 리 없다. 주목할 것은 최근 구매에 대한 경영진의 시각이 ‘전략적’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범위까지 확대되면서 ‘합리적 구매 활동’이 ‘경영혁신’의 지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완전하다고 여겨졌던 자사 구매활동에 대해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직접자재와 간접자재를 구분해 효과적인 첨단 구매기법을 차별화시키는 사례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략 구매의 등장은 구매가 기업 외부와 연결돼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산업 전체에 변화를 가져오는 근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매와 IT가 만난다=‘돈을 줘도 못 하나.’ 구미에 있는 한 전자업체 구매담당자가 말하는 현장의 인식이다. 일부에서는 구매 담당자들이 그만큼의 ‘권력’을 누리는 것으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사실 구매 담당자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소연이다. 오히려 이들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재고 현황과 갑작스런 주문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시스템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감’에만 의존해 처리하고 있는 방식을 현업 담당자들의 문제로 돌릴 수 없다.
또 다른 경우는 국내 굴지의 S사가 IMF 이후 매년 20%의 간접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되더라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모든 업무가 시스템화돼 있다고 자랑하는 S사도 전략적 구매가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앞선 두 가지 사례 모두 기업 구매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구매와 정보기술(IT)의 접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기업 내 주요 품목에 대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거나 정비할 필요성으로 연결돼 전체 생산 공정과 재고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B2B와 구매=전략적 구매로 인식이 전환되는 배경에는 인터넷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EC)라는 새로운 기술흐름이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99년 다수기업이 모여 온라인 상에서 자유롭게 사고파는 e마켓플레이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B2B의 한 형태로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B2B의 거래 개념은 인터넷 구매나 인터넷 판매로 세분화되고 기업들은 이에 맞는 전자조달(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온라인 판매 사이트(사설 e마켓)를 개설하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가격인하 효과뿐 아니라 거래 체결까지 소요됐던 시간 등 각종 간접비ㄷ용 절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지역이나 사무소로 분리돼 있던 구매기능을 본사로 통합하거나 아예 외부 아웃소싱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 해외사업장과 본사를 연결하는 단일한 업무 프로세스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B2B가 거래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 그 이상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자사에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라=전략구매 방법은 자체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을 비롯, 외부 e마켓 활용·아웃소싱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전략구매는 ‘직접자재는 자체조달, 간접자재는 외부조달’로 구분되는 분명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조달 방식이 주로 도입되고 있다.
현재 전자조달을 기반으로 하되 직접자재와 간접자재를 구분해 구매혁신을 꾀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LG·SK 국내 3개 그룹사 주요 관계사 모두다. 이들 모두 직접 자재에 대해선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주문 및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대신 간접품목은 각각 아이마켓코리아·LGMRO·MRO코리아 등 관계사가 출자해 설립한 e마켓을 이용해 구매대행 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 코오롱이나 이수화학그룹 관계사도 자체 전자조달시스템과 코리아e플랫폼을 통한 구매대행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 상위 도급 순위 20위 기업 중 10여개 이상이 모두 전자입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삼양사·대동공업·린나이·동양석판 등이 LGMRO를 통해 소모성용품을 공급받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LG니꼬동제련 전자조달시스템
LG니꼬동제련(대표 김선동 http://www.lgnikko.com)은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유일의 동제련(비철금속) 기업으로 65년전인 36년 장항제련소로 시작된 후 수 차례의 합병을 거쳐 95년 럭키금속으로 사명을 변경, 지금에 이르렀다.
LG니꼬동제련이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지난해다. 김선동 대표의 ‘투명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그해 4월 오라클의 인터넷구매입찰 솔루션을 채택, 11월에 프로젝트가 끝났다.
도입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IT팀 도원구 팀장은 “올 1월 시스템을 정식 가동, 상반기에만 3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했다”며 “일반 자재를 중심으로 여간 5000만∼2억2000만원의 재고 비용 감소와 이에 따른 이자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니꼬동제련은 공급업체 소싱과 온라인 비딩 등에 의한 협상능력 강화 등을 통해 일반 자재의 경우 10% 이상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9억∼12억원의 구매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05년 예상되는 누적 절감액은 28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LG니꼬동제련은 오는 29일 기업 경영회의 때 인터넷조달 시스템 가동에 관한 세부 사안을 보고한다. 자재 품목 표준화나 재고관리 효율 향상, 리드타임 단축에 의한 재고 비용 감소 효과 등 부대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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