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음식점 등 중소형 자영업체들의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하는 A사의 김 사장은 자신의 핵심역량을 ‘마케팅’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케터(marketer)의 첫번째 역할은 기업의 기술개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이동통신장비업계에서 수년간 갈고 닦은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창업했다.
A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소위 이동통신환경에서 고객관리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김 사장은 특유의 영업감각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특히 IT분야의 기술은 워낙 진화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중요하긴 하지만 정확히 시장을 예측하고 수입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상품개발이 더욱 중요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다.
대용량 콘텐츠 처리기술을 개발, 사업화중인 B사는 대학 연구실 출신들이 지도교수와 함께 창업한 경우다.
이들은 창업당시 주위에서 기술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지만 창업 일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다 할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업자본은 빠르게 소진돼 가는데 벤처투자자들은 좀더 두고 보자며 한걸음 물러서 있다.
그동안 인터넷 시장환경이 냉각된 점도 있으나 이 분야에서 최고를 내세우던 기술력도 적절한 응용 아이템과 수요자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창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창출능력이 더 요구된다. 예를들어 불과 2∼3년전 음성처리기술 혹은 무선인터넷은 먼 시대의 환상적인 소설이나 영화속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지금 국내에는 다수의 음성처리업체 혹은 무선인터넷기술업체·콘텐츠업체들이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며 시장싸움을 벌이고 있다. 2년전 이미 이러한 기술시장을 누군가는 내다본 것이다.
“기술은 개발자나 그가 속한 회사의 경영자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평
가하는 것이다.”
짧지만 많은 뜻을 포함하는 이 말은 필자가 벤처캐피털 심사업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고참 선배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이는 사업성을 검토할 때 기술이 시장보다 덜 중요하다거나 나중에 고려해도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당초 유망사업으로 촉망받던 기술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시장에서 퇴출되고 마는 사례를 무수히 봐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고객집단, 경쟁자, 요소기술의 혁신, 정부의 정책변화 등 많은 요인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진화·발전 또는 소멸하는 생명주기를 지닌 유기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장을 현재 시점에서 고정된 형태로 보지말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동태적 메커니즘으로 인식해야 한다.
사업준비과정에서 설정한 제품개발 목표가 실제 사업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수정·보완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시장을 예견한 다음에는 그 중에서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이 구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자가 누구며 어디에 있는지 목표시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시장의 라이프사이클상의 위치, 현재의 시장규모와 향후 성장속도, 시장진입에 대한 제약사항이나 잠재적 위협요인, 유통체계의 특성 등을 꼼꼼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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