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29)전지

 전지 연구는 1차전지인 망간전지시대를 지나 충·방전이 가능한 2차전지와 일종의 ‘발전기’인 연료전지에 관심이 쏠리며 활성화됐다. 2차전지 연구는 소형화 및 고용량화에 따라 납축전지→니카드전지→니켈메탈하이드라이드(Ni-MH)전지→리튬이온전지→리튬폴리머전지로의 상호대체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나 리튬폴리머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코발트옥사이드와 카본보다 용량이 많은 설퍼(Sulfur) 및 리튬금속을 이용해 3∼5배 이상의 고용량을 내는 리튬설퍼(LiS)전지, 전기2중층 커패시터, 리튬금속 2차전지 등 다양한 2차전지가 차세대 주역을 다투고 있으며 연료전지도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전지는 이동형 정보통신기기의 핵심부품으로 손꼽히면서 국가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대기업이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2차전지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면서 대학 및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전지 관련 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지부문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여년밖에 되지 않고 연구원수도 일본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지난 74년 KIST내에 전지개발팀을 발족시킨 강홍열 박사(73)가 표준화학연구소에 전기화학연구실을 설립하면서 전지분야에 대한 연구다운 연구가 시작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윤경석 박사(62)는 78년 과기원에서 리튬철유황전지 연구를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공동추진하게 된다. 이후 한전의 발전소용 대형전기 개발과 니켈수소전지 개발 프로젝트, 과기처의 전기자동차용 전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대기업 및 대학·연구소의 참여가 이뤄졌다.

 연료전지를 시작으로 대학에서 국내 전지 관련 연구를 활성화한 주역으로는 한양대 이주성 교수와 고려대 전해수 교수를 들 수 있다.

 한양대 이주성 명예교수(66·사진)는 공업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산형 연료전지 및 알카리형 연료전지의 촉매, 전극, 재료 등에 대한 연구를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진행, ‘인산형 연료전지용 전극 제작 및 응용(백금촉매의 분산효과)’ ‘알카리형 연료전지에 관한 연구’ ‘Pd전극의 상태에 따른 LiOD중수용액의 전기분해 특성연구’ 등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후 니켈카드뮴전지와 리튬이온전지 관련 연구도 진행하는 한편 버클리대 심중표 박사, 삼성종합기술원 유덕영 박사, 우석대 이홍기 박사 등 관련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제자들을 길러냈다.

 고려대 전해수 교수(65·사진)는 86년 연료전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MCFC) 분야에 족적을 남겼다. 연료전지학회장도 맡고 있는 전 교수는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반응공학연구실을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용해 카보네이트 연료전지 음극에 적용되는 다공성 Ni/Ni3Al의 변형 성질에 대한 연구’ 등의 논문을 일본 및 유럽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또 반응공학연구실의 연구진과 함께 리튬2차전지의 흑연전극에 무기염류재료를 첨가시켜 성능을 개선시키는 연구와 2차전지의 초지충전 횟수를 줄이는 연구 등을 진행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전 교수는 화학과 김건 교수(52), 재료금속학부 윤우영 교수(44), 화학공학과 안동준 교수(38)와 함께 리튬전지연구를, 재료공학과 이덕열 교수(54), 화학공학과 이관영 교수(40)와 함께 연료전지연구를 이끌고 있다.

 화학과 및 재료공학과에 포진된 교수진들은 2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리튬전지의 음극(-)과 양극(+), 그리고 전해질의 물질적 특성을 변화시켜 용량을 늘리고 충·방전 횟수를 늘리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98년 설립된 전기화학회장 김하석 서울대 교수(56)는 연료전지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지분과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 오승모 교수(47·사진)는 리튬전지의 음극에 적용되는 탄소재료와 양극의 금속산화물, 고분자전해질의 특성을 조절해 시스템화하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오 교수는 특히 음극재료인 탄소재료의 입자를 구형화해 고분자가 잘 섞이는 활물질로 만드는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탄소재료의 구형화는 패킹(packing)작업을 손쉽게 하는 동시에 전지의 용량을 키워준다. 오 교수는 전지 관련 35편의 논문과 32개의 특허를 출원, 12개를 등록한 상태다. 오 교수는 특히 ‘스피넬형 망간 산화물의 용량 감소원인 규명’ 등의 논문을 발표해 81년부터 98년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18편(미국 ISI 발표) 중 2편이 선정되는 등 저력을 발휘했다. 오 교수는 향후 리튬메탈을 음극으로 하는 전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전지 및 전해공정 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손헌준 교수(52·사진)는 그라파이트나 카본을 대체할 수 있는 리튬2차전지 음극용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손 교수는 10여년전부터 삼성·대우 등과 함께 2차전지의 음극재료와 고체전해질 개발분야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손 교수는 ‘전기화학적 방법에 의한 Cu-Ni 다층박막합금의 수학적 모델링’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고분자재료연구실 박정기 교수(50)는 10여년전부터 리튬 2차전지의 고체전해질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박 교수는 관련분야 국제학회에서만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3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03년 국제 고분자전지 및 연료전지 학회를 국내에서 개최키로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거듭하고 있다. 박 교수는 PmNA계열 고분자 재료에 이온성을 띠게 하는 연구를 통해 충·방전 횟수와 용량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1000사이클에 이르는 실험결과를 얻어냈다. 박 교수는 이와함께 리튬메탈의 표면을 개선해 부반응을 없애는 연구와 리튬설파전지에 맞는 고분자전해질 가소제 연구를 진행중이다. 박 교수는 삼성SDI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2차전지재료를 연구하는 등 산학협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첨단기능재료실험실 이재영 교수(62·사진)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을 이끌며 설퍼를 양극에 이용한 리튬설퍼 2차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교수연구팀은 리튬아연이나 리튬폴리머 전지에 비해 5∼10배 이상 용량이 높지만 10차례 이상 재충전이 불가능한 리튬설퍼전지의 단점을 보완해 60∼80도에서 사용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하고 현재 상온에서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교수는 20년전부터 니켈 메탈 하이드라이드 연구를 시작으로 리튬아연·리튬폴리머 전지를 연구하며 관련 특허 20건 및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남대 최용국 교수(50·사진)도 리튬이온·리튬폴리머 전지 연구에 이어 최근 리튬설퍼전지 연구를 시작했다. 최 교수는 금속촉매를 이용한 리튬이온전지의 용량 향상 관련 연구를 통해 특허출원을 준비중이며 리튬폴리머전지의 전도도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최 교수는 특히 리튬전지의 혼합전해질의 경우 기존 2성분계 화합물에 새로운 성분을 포함시킨 3성분계 화합물 연구에 나서 저온에서도 전지의 특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박충년 교수(46·사진)는 Ni-MH 2차전지의 음극용 수소저장 합금과 연료전지용 수소저장 합금 및 합금 용기를 개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체적당 전극용량과 전극의 사이클 수명, 고율 충·방전 성능 등을 크게 향상시킨 Ni-MH전지용 AB5계 및 AB2계 수소저장 합금 분말의 산성 무전해 구리도금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일본에서 개발된 알칼리 무전해 구리도금법에 비해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을 개발, 국제특허를 획득했다. 박 교수는 또 구리도금량을 크게 감소시킨 산성 무전해 구리도금법과 기존의 페이스트(paste)법을 이용한 Ni-MH 2차전지용 음극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고용량·장수명의 Mm-Ni계 합금 개발에 성공했다. 박 교수는 향후 연료전지용 수소저장 합금 및 합금 용기 개발 및 대체 에너지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계명대 화학공학과 박희구 교수(45)는 3V대 리튬전지의 양극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바냐듐옥사이드(V2O5)에 다른 금속을 도핑해 전도성 및 전압특성, 사이클 특성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V2O5가 전해질이 쉽게 산화되는 특성이 있어 주로 4V대 전지에 쓰이고 있으나 특성을 변화시켜 성능을 높임과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부품에 적합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 교수는 이밖에도 전해질 및 집전체 관련 연구도 진행중이다. 박 교수는 ‘바냐듐옥사이드 망간 도핑 바나듐 산화물 양극의 전기화학적 특성’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세대 재료공학부 김광범 교수(43·사진)는 리튬 2차전지용 금속산화물 정극 소재의 성능향상을 위해 충·방전시의 에너지 용량저하 억제와 열적 안정성 향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정극·전해질 계면의 전기화학 및 화학반응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정극소재의 표면개질 연구 및 충·방전으로 인한 정극소재의 상변화 현상을 제어해 정극소재의 구조적 안정화 측면에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 교수는 리튬2차전지보다 고출력 특성을 나타내는 전기화학적 커패시터(electrochemical capacitor)용 금속산화물 전극소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합성된 루테니움 산화물 전극은 학계의 인정을 받아 세계 전기이중층 커패시터 세미나에 초대돼 소개될 예정이다.

 차세대 2차전지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이중층 커패시터는 김광범 교수 외에도 포항공대 이건홍 교수 등에 의해 연구되고 있고 리튬설퍼전지는 선양국·이재영 교수 등이 연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한양대에 몸담고 있는 응용화학공학부 선양국 교수(41·사진)는 졸겔법을 적용한 LiCoO2 양극활물질을 개발해 99년 2분기 특허대상을 수상하는 등 리튬2차전지 소재 관련 10편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선 교수는 망간(Mn)을 기본물질로 사용한 LiMn2O4 스피넬의 경우 충·방전 횟수에 따라 방전특성이 좋지 않으며 특히 고온특성이 열악한 문제를 Mn 대신 다른 전이금속의 부분치환에 의해 극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선 교수는 현재 리튬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활물질뿐만 아니라 음극활물질·고분자전해질을 개발함에 따라 리튬2차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에 힘쏟고 있다. 또한 양이온뿐만 아니라 산소자리에 설퍼를 부분치환함으로써 고용량과 우수한 사이클특성을 갖는 스피넬계 양극활물질의 합성에 성공했다.

 양극·음극·전해질 등을 박막화해 크기를 초소형화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마이크로 스케일의 온칩(on-chip) 구성이 용이한 박막전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박막재료연구실 박종완 교수(50·사진)는 전지의 구성요소인 양극·음극·전해질 등을 박막화, 초소형으로 만들어 고에너지 밀도와 마이크로 스케일의 온칩화가 용이한 마이크로전지(박막전지) 연구를 진행중이다. 박 교수는 특히 양극재료로 LiMn2O4에 전이금속이온을 첨가, 수명특성의 향상에 주력하는 한편 무기물계 전해질인 리폰(lipon)의 성능향상과 그 대체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음극분야에는 SnO2 등의 물성에 대해 연구중이다. 박 교수는 또 리튬이온전지의 폴리머전해질에 적당한 필러를 첨가해 기계적 성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고체성분의 리튬이온전지(all-solid type)를 연구하고 있다. 박교수는 ‘세라믹 필러 첨가에 의한 PEO-기반 고분자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에 관한 연구’ 등 5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광주과기원 성영은 교수(37)는 진공상태에서 박막을 구성, 스마트카드의 소형센서나 인체내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의료기기 등에 쓰일 수 있는 박막전지를 연구중이다. 성 교수는 ‘수직방향으로 집적된 박막전지의 제조방법’ 등의 특허를 갖고 두께 5㎛ 이하에 1×1㎝ 크기에 그치는 소형전지를 애니셀(대표 임영우)과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성 교수는 또 알콜을 이용한 연료전지 연구에도 나서 ‘집적 메탄올 연료전지를 위한 다원계 전극소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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