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지난 6월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발표되면서 부각된 생명공학 발전의 동력이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예상보다도 몇 년이나 앞서 초안이 완성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뒤에는 정보통신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혈액 한방울로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DNA칩, 지문을 인식한 후 작동하는 컴퓨터, 생체신호를 이용해 인간의 감정상태를 인식하는 생체신호계측기, 휴대전화와 바이오카드가 결합된 바이오카드 전화기 등 정보통신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이 결합된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또 얼마전 한 벤처기업가는 BT와 IT를 결합한 첨단분야의 고급인력 육성을 위해 수백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21세기 한국비전보고서’에서 “IT와 BT가 결합하는 바이오정보산업이 한국의 미래경쟁력이며 한국은 BT관련 기술과 서비스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자 수출주도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바야흐로 많은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대표할 산업으로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을 지목했듯이 이젠 두 기술을 결합한 BT-IT융합기술이 21세기 산업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BT-IT 융합기술이란 복잡한 생명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이 사용되는, 즉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생명현상에 관련된 생체콘텐츠를 개발, 공유·서비스하기 위한 생체핵심기초 및 첨단응용기술이다. 이는 크게 방대한 양의 생물학적 물질에 관한 정보를 컴퓨터기술을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 활용하는 생물정보학기술(Bioinformatics)과 생물학적 감지기능을 이용하여 바이오칩·생체로봇·생체컴퓨터용 칩 같은 소자를 연구개발하는 생체소자기술(Bio-device Technology) 분야로 구분된다. 하지만 모두 다양한 학문적 협력이 필수적인 공동협력분야라는 특징을 갖는다.
세계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15∼30%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2013년엔 2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산업에서의 고부가가치 산업기술력 및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의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키는 BT-IT 융합기술의 확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바이오인포매틱스를 통해 막대한 양의 생물정보가 수집, 조작, 추출됨으로써 건강과 생명에 대한 근원적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의약·농수산·환경분야 등에서 신산업이 세계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센서·바이오컴퓨터 등 생물정보처리 원칙을 응용하여 정보통신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IT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복잡한 생명현상을 해독하기 위한 보다 나은 IT의 발전이 요구되고 발전된 IT의 기술력을 기초로 생명공학의 응용분야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는 선진국에서도 초기 연구개발단계이므로 우리의 발달된 IT기술력을 바탕으로 집중적 투자를 한다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BT와 IT가 결합함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기초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이를 통한 기술혁신은 생산·공정·제품효율화·생산성 증대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 사이 공공기관에 생물정보관련 거점을 마련, 정부주도의 대규모 투자 및 인력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물 전자소재 기업의 바이오 진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각 기관별로 전략적 제휴 및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국내 BT-IT 융합기술 기반은 매우 취약해 90년대 말에 들어 생명연 등에서 일부 DB 구축이 진행되어 왔으며 최근에야 과기부에서 ‘유전체정보센터’의 설립을 확정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BT-IT의 융합기술은 21세기 한국 과학기술 및 산업발전을 위한 중요한 핵심기반기술로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차원의 지원과 협력, BT-IT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의 육성정책 및 환경을 마련하고 관련연구소를 중심으로 인큐베이션센터 육성 및 신산업진흥 정책의 수립,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또 대학내에 관련학과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인재양성은 앞으로 생명공학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물산업 발전에 가장 중요하며 본질적인 문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3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4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5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6
LG전자, 대대적 사업본부 재편…B2B 가시성과 확보 '드라이브'
-
7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8
앱솔릭스, 美 상무부서 1억달러 보조금 받는다
-
9
STO 법안 여야 동시 발의…조각투자업계 “골든타임 수성해야”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