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기술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개인용 OS로는 처음으로 다중작업을 지원했던 비OS를 개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비’가 그동안 여러 차례 실기한데다 운까지 따르지 않아 고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팜에 지적재산권과 기술자산을 1100만달러의 헐값에 판매키로 한 것.
오웹 린즈메이어가 쓴 ‘애플 컨피덴셜’에 따르면 96년 애플컴퓨터가 비를 인수하기 위해 제시했던 금액은 무려 1억2500만달러였었다. 그러나 CEO겸 회장인 장 루이 가세가 2억달러를 원했다. 결국 애플이 공동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던 넥스트를 4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대안을 택하면서 인수는 무산되고 말았다.
90년 애플컴퓨터의 간부로 모터사이클 선수같은 복장을 즐기던 프랑스인 가세가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설립한 비는 설립 당시 투자 컨퍼런스에서 다중작업과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시연해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아내는 등 화려하게 데뷔했었다.
그러나 비는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계속되는 외면으로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할 실적 한번 올려보지도 못하고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비는 99년 매출이 12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순손실이 무려 1690만달러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도 매출 45만달러에 323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첫분기 매출이 고작 1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같은 실적은 결코 비가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는 그동안 직접 컴퓨터에 비OS를 탑재해 판매하기도 했으며 매킨토시와 인텔기반 PC, 세트톱 박스,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비OS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자사의 OS를 소비자와 PC업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비의 실패에는 결정적인 시기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이후 비는 독자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MS 윈도의 대안으로 비OS를 제시해 98년 인텔, 어거스트캐피털 등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비OS 새버전은 윈도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 히타치는 일부 PC에 비OS를 탑재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의 전략은 윈도의 대안으로 리눅스가 주목받기 시작하던 때와 겹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제라드클로르마티송의 분석가인 루 마즈셰리는 “기술은 훌륭했지만 (비가) 실기했다”며 “다져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들이 리눅스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다음해 비는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컴팩컴퓨터와 제휴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조차도 컴팩이 결국은 MS OS를 탑재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를 내놓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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